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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내일, 불편했던 이웃과 마음푸는 동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97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음기가 사라지고 양기가 되돌아오는 날

붉은 팥죽 내음이 푸른 항아리에서 떠오르네

한창 솥에서 끓을 때 처음 소금을 넣고

다시 새알심을 넣은 뒤 주걱으로 저어주네

호타(滹沲)의 보리밥보다 품이 더 들고

금곡(金谷)의 나물보다 맛이 더 뛰어나네

나 역시 가난한 살림이 갑자기 더 궁색해지는데

아 만들고 보니 동지가 된 걸 알았네

 

위는 태종 이방원의 스승이었던 운곡 원천석이 지은 “동짓날, 감회를 쓰다”라는 한시입니다. 내일은 24절기의 스물두째이며 명절로 지내기도 했던 동지(冬至)입니다. 운곡은 동지를 밤이 가장 길다는 것보다는 이날부터 해가 길어지기에 음기가 사라지고 양기가 되돌아오는 날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날은 해가 부활한다고 하여 “작은 설” 또는 “아세(亞歲)”라 하였지요. 그리고 팥죽을 쑤어 ‘고수레’ 하면서 짐승들에게도 나누어주고,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동짓날의 세시풍속 가운데 며느리들이 시어머니나 시할머니에게 버선을 지어 선물하는 “동지헌말(冬至獻襪)”이란 아름다운 풍속도 있었습니다. 이날 새 버선을 신고 길어지는 해 그림자를 밝으면 수명이 길어진다고도 믿었지요. 특히 지금도 이어지는 동지의 다른 세시풍속에는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 하여 여름 되기 전에 부채를 선물하는 것과 함께 새해를 잘 계획하라는 뜻으로 달력을 선물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예부터 동짓날부터 섣달 그믐날까지는 영육간의 모든 빚을 갚고 새 기분으로 설날을 맞았지요. 하지만, 빚을 갚지 못했어도 절대 독촉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또 일가친척이나 이웃 간에 불화가 있었으면 이날 서로 마음을 열어 풀었습니다. 불편한 이웃과 웃는 날인 6월 유두와 함께 동지는 우리 겨레에게 참으로 아름다운 날입니다. 오늘 가까운 절에 가면 팥죽을 쑤어 사람들에게 보시를 합니다. 동지는 우리 식구만 팥죽을 먹는 날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나누는 날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