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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유아들에게 민족 언어로 된 노래 지도할 것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02]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제5회 벽파 대제전에서 대상에 오른 홍주연의 이야기를 하였다. <벽파> 이창배의 아호를 붙인 대회로 상징적인 의미가 커서 출전자가 많았다는 점, 명창부의 대상은 경기산타령을 열창해 준 홍주연에게 돌아갔는데, 그녀는 유아교육 전문과정을 마친 사람으로 경기소리를 좋아해 성남의 소리꾼, 방영기 명창의 문하생이 되었다는 점을 얘기했다.

 

그녀에게 음악적 재능이 있음을 간파한 방영기 명창은 대학 국악과에 진학하여 본격적으로 전문 성악인의 길을 걷도록 권유하였고, 졸업 후에는 문화예술대학원에 진학하여 "선소리 산타령을 활용한 유아교육을 위한 교수법" 이란 논문을 제출하고 석사학위를 받았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가 있겠는가!

 

대학원과정을 마치고 논문을 작성해서 석사학위를 받는다는 일도 그렇게 만만한 과정이 아님을 경험한 사람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소 늦기는 했어도 어엿한 전문소리꾼, 그것도 주위에서 부러워하는 석사 소리꾼이 된 것이다. 특별하게 그를 기억하게 되는 것은 그가 연구한 학위논문의 주제이다. 산타령을 유아교육에 접목시키는 발상은 그 자체가 예사롭지도 않지만, 현장 실습의 경험이 없으면 그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기가 어려운 주제였으나, 접근은 매우 신선하다는 생각이다.

 

 

그녀의 주 전공분야는 경기소리, 그 중에서도 <선소리 산타령>이었지만 오직 그 노래만을 공부하지 않고 시조도 배웠고, 창작곡들도 섭렵했다고 한다. 마치, 예전의 경기명창들이 했던 것처럼 말이다. 예전 명창들은 그들의 전문분야가 경기소리라 해도, 처음부터 경기소리로 대뜸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시조나 가사, 또는 가곡을 배움으로 해서 긴 호흡과 깊은 발성을 익혔다는 것이다.

 

선배 명창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녀 역시, 정가를 통해 긴 호흡으로 힘차게, 그리고 길게 소리를 뻗어내는 과정을 익힌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각종 발표무대나 또는 경연대회에 출전하여 경연의 경험도 쌓았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공연활동을 통해 자신의 성장이나 발전을 도모해 오다가 제5회 벽파대회에서 그 과정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그녀는 지난 대회에서 깨끗하고, 힘찬 소리로 여유 있게 장단을 타면서 산타령의 특징을 잘 살려내었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수상자, 홍주연은 목표를 세우고 시작한 일은 끝까지 인내심과 절제력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성격임을 전제하면서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소리의 애정을 가지고 소리공부에 더 매진하겠다.”는 수상 소감을 밝히기도 하였다.

 

글쓴이와의 대담에서 그녀는 “앞으로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능성을 이끌어 내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특히 유아들을 지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음악 학습은 조기에 시작 되어야 한다는 ‘코다이’ 교수법을 응용해 보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히는 것이었다.

 

헝가리의 음악교육자 졸단 코다이는 민요의 가락에 중심을 두고, 선율과 노래말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온 사람이었다. 그는 많은 교사를 키워냈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학교 교육제도와 성인교육에 있어서 헝거리 민요를 끌어들여 짧은 기간에 전 국민의 음악적 취향을 바꾸어 놓은 작곡가이며 음악교육자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렇다. 민요야말로 어느 나라든 노래 부르기 좋은 억양을 가지고 있고, 또한 국민적 정서를 내용으로 담고 있으므로 귀에 익숙한 음악적 요소들을 학습하는데 유용한 것은 분명하다.

 

“선소리 산타령을 유아교육 현장에 접목시켜 유아의 창의성과 인지 발달의 감성을 키우고 싶어요. 서 교수님이 주장해 오신 것처럼, 산타령의 가사는 매우 건전하고 교육적이지요. 그 가사로 우리나라의 산 이름이나 강 이름을 노래함으로써 언어 발달이라든가, 또는 소고 장단을 익힘으로써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발림을 만들고, 이의 반복 연습을 통해서 다양한 리듬감을 몸에 익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글쓴이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산타령이야말로 신명을 불러일으키는 한국인의 소리로, 그 효과는 혼자 부르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부르는 제창이나 합창의 형태가 제격이란 주장을 해 왔다. 또한 노랫말의 구성이 매우 건전하여 남녀노소가 함께 불러도 좋고 다양한 리듬형태를 몸으로 익힌다면 굳이 장단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학교에서, 직장에서, 또는 지역을 중심으로 이러한 가창 형태를 통해서 공동체 정신에 따른 협동심을 높일 수 있고, 사회성을 증진할 수 있는 노래라는 점을 강조해 왔던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유아들에게 강조되고 있는 놀이중심의 음악 교육으로는 산타령의 활용이 매우 바람직하며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국악교육의 통합적 전인발달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포부에 큰 손뼉을 쳐서 격려를 보내주고자 한다.

 

유년기부터 자국의 음악을 듣고, 익힘으로써 낯설지 않고 친숙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어린 유아들에게 민족의 언어로 된 노래와 몸짓을 교육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얼마나 중요하고 바람직한 일인가 하는 점은 더 이상 망설이고 지체할 문제가 아니다. 홍주연과 같은 유능한 지도자들이 바로 현장에 투입되어 그들의 뜻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관계당국은 여건을 만들어 주는 일이 시급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