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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봉화산 도당굿(2) 제차 및 당주무녀와 당주잽이

[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36]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봉화산 도당굿은 원래 봉화산 자락에 거주하였던 여섯 개 마을 즉, 서 씨가 많이 살았던 서촌말(현재의 상봉동), 황 씨가 많이 살았던 황촌말(현재의 상봉동), 최 씨가 많이 살았던 최촌말(현재의 중화동), 파평 윤 씨가 많이 살았던 피울(현재의 신내동), 먹굴(현재의 묵동) 그리고 현 씨네 마을(현재의 면목동) 등이 힘을 합쳐 거행하였다.

 

그런데 먹굴은 떨어져 나갔고, 60년대 말 부터는 중화동과 상봉동 두 개의 주민들이 한 조직이 되고 신내동 등의 주민들이 한 조직이 되어 두 개 조직이 해거리(격년)로 번갈아 가면서 도당굿을 주관하였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도당제보존위원회가 조직되어 행사를 주관하면서 중랑문화원과 중랑구청이 공식적인 주최와 후원을 하여 도당굿 재정을 도맡고 있다.

 

봉화산 도당굿은 오랜 전통에 따라 매년 음력 삼월 삼짇날 당일굿으로 치르는데 그 제차(차례)는 다음과 같다.

 

① 거리부정 - 산꼭대기 들머리에서 하며 일명 죽동부정이라고도 한다. 서서 행하기 때문에 선부정이라고도 말한다. ② 길군악 - 거리부정을 마친 후 잽이와 만신이 길군악에 맞춰 도당으로 올라간다. ③ 주당물림 - 당지기 집 앞 마당에 소망돌이 있는데 여기서 주당물림을 한다. ④ 불사부정ㆍ가망청배 - 불사할머니를 모셔 논 당집 안에서 부정청배 (부정한 것을 모두 물리 치는 소리)와 가망청배(당굿을 하기 위해 모든 신령을 모시는 소리)를 한다. 무녀가 앉아 장구를 치면서 부정한 것을 모두 물리친 후 불사님을 청해 당굿에 감흥하시기를 바란다. 가망노래가락을 부른 후 불사할머니에게 절을 올린다. ⑤ 불사거리 - 당집 안에서 불사거리를 시작하여 당집 안마당으로 나와 용궁을 타고 공수(무녀가 신의 뜻을 신도에게 전해주는 말)를 내린다. ⑥ 진적 - 당집 아래 있는 넓은 마당에 마련된 굿청에서 유교식 제례를 지낸다. 이 제례는 중랑구 문화원 소속 및 도당제보존위원회의 간부들이 주관한다. 제관이 축문을 낭독하고 잔을 올린 후 절을 한다. ⑦ 도당 부정(도당에 있는 모든 부정)⋅가망청배 - 본격적인 당굿을 하기 위한 굿청 앞에서 부정청배와 가망청배를 한다. 무녀가 앉아 장구를 치면서 주의의 부정한 것을 모두 물리친 후, 모든 신령님들을 청해 당굿에 감흥하시기를 바란다. ⑧ 산거리(일명 본향거리) - 여기서는 산신말명, 산신가망, 대신할머니, 산제장, 굴막제장할아버지, 당지기할아버지, 당지기할머니, 대잽이할아버지 등을 모셔 놀린다. ⑨ 상산거리 - 상산마누라 또는 장군거리라고 한다. 여기서는 별상님 신장님 대감님 등을 모셔 놀린다. ⑩ 산제석거리 - 제석님을 모셔 노는 거리이다. 바라를 치면서 복바라 명바라를 팔고 주민들에게 계면떡을 판다. ⑪ 창부거리 – 창부(악가무극을 관장하는 신)님을 모셔 놀리고 일년 열두 달 액을 막는다. ⑫ 군웅거리 - 산군웅거리라고도 한다. 긴 칼에다 삶은 소머리를 꽂아 가슴에 세워들고 마당을 한 바퀴 돈 후 사실을 세운다. ⑬ 용궁불사거리 - 봉화산 중턱에 있는 용궁당으로 내려와 용궁불사를 놀린다. ⑭ 대내림 - 남자 대잽이가 쌀을 수북히 담은 그릇에 대를 꽂아 축원을 하면 대를 내린다. ⑮ 유가돌기 - 술력돌기라고도 하는데 대잽이를 앞세우고 당주, 잽이들이 피울, 먹굴, 최촌말, 황촌말, 서촌말, 안골, 박성달이 방향을 차례로 돌면서 마을을 향해 활을 쏘아 모든 액을 물리친다. ⑯ 청겨벼끼기 - 유가돌기를 끝낸 후 마을민들을 한곳에 앉혀 놓고 장닭으로 청겨(淸鬼, 즉 전염병을 옮기는 좋지 해로운 귀신)를 벼 켜낸 후 닭을 던져서 모든 액을 물리친다. ⑰ 도당뒷전 - 도당굿을 하였던 자리에서 뒷전(굿청으로 들어오지 못한 여러 신들을 먹여 놀려 보내고, 굿을 마무리 함)을 한다. ⑱ 뒷전 - 당지기 집 정문 밖에 있는 사망(소망)돌 앞에서 뒷전을 한다.

 

 

 

봉화산 도당굿이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 한해 전인 2002년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이곳의 당주계보는 9대째 이어져 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1대 강 씨 - 2대 이 씨 - 3대 오 씨 - 4대 한 씨 - 5대 최 씨 – 6대 방순녀 – 7대 박어진 – 8대 강기순 – 9대 신위행으로 이어져 온 것이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5대 최 씨 당주가 13대째 당주를 대물림해 왔다는 말이 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확한 조사는 이미 말한바 같이, 1대부터 5대까지 성 씨로 알려져 있고 나머지 당주는 보다 정확한 내용이 파악되었다. 6대 방순녀(1923-?)는 최석길(5대 최 씨의 아들) 부인으로 면목동 방씨 또는 북원이 엄마로 통했다.

 

키가 작고 몸매가 날씬하였는데 마치 기생같이 예뻤다. 성격이 얌전하고 깔끔하였지만 때로는 날카로웠다. 굿 잘하는 무당으로 알려졌으며 대감방으로 이름 석 자를 날렸고 점사 또한 잘 보는 무당으로 알려졌었다. 특히 육십갑자를 잘 짚었다고 한다. 아들 하나 딸 넷을 두었는데, 막내딸이 신은 내리지 않았지만 재주를 배워 굿일을 다니다가 죽었다.

 

방순녀에게서 당주를 물려받은 7대 박어진(1923-1995)은 일명 왕십리 오토바이로 통했던 무당이다. 첫 남편이 오토바이와 짐트럭을 가지고 사업을 하였기 때문에 ‘오토바이’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19살 되던 해인 칠월칠석날 갑자기 말문이 터졌다. 그러면서 남편 사업은 망하게 되었고 결국은 알거지가 되었다. 21살 되던 해 섣달 스무하룻날 아침, 동네 만신 김 씨 할머니(전래 할머니)로부터 내림굿을 받았다.

 

내림굿을 받은 뒤 신어머니가 된 김 씨로부터 무당 공부를 했고, 서울굿의 대감방으로 명성을 날렸다. 박어진은 방순녀의 남편 최석길 둘째 부인이었다. 그러한 인연으로 봉화산 도당굿과 인연을 맺었고, 당주무녀 방순녀가 죽자 박어진 만신이 당주를 인계 받았다. 박어진 당주가 세상을 떠나자 방순녀의 신딸 강기순 만신이 당주 대를 이었다. 8대 당주 강기순(1929년생)은 37살에 신내림을 받고 방순녀의 신딸이 되었는데, ‘제주도집’ 또는 ‘갓바위’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2001년 딸이 살고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민을 떠나면서 신위행에게 당주를 넘겼다.

 

 

 

9대 신위행(申渭幸, 1939년생)은 일명 상봉동 족집게 만신 또는 족집게 보살이라고 불리고 있다. 경북 영덕에서 출생하여 29살에 상봉동으로 이주하여왔다. 33살에 신이 들어와 인왕산에서 신내림을 받고 혼자 불리다 2년 후 33세에 방순녀씨의 제자가 되어 막내 신딸로 들어갔다. 방순녀는 면목동에서 살았고 서울 무악의 명인 최석길 씨의 부인이다. 신위행 씨는 신어머니 방 씨를 따라 봉화산 도당굿에 참여하였으며 방 씨의 죽음 뒤 강귀순 씨가 당주를 맡았을 때도 계속 함께 참여했다.

 

방 씨의 신딸 강기순(姜基順)은 1929년생으로 일명 제주도집 또는 갓바위라는 별명을 갖었던 제주도 출생이다. 강 씨는 2000년 신위행 씨에게 당주를 물려준 뒤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신위행은 당주 대물림에 의해 현재까지 당주로써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6개 마을이 공동으로 행해졌던 봉화산 도당굿의 내력을 잘 있는 사람이 바로 당주 신위행이다. 또한 산거리를 할 때 모셔지는 산신말명, 산신가망, 대신할머니, 산제장, 굴막제장할아버지, 당지기할아버지, 당지기할머니, 대잽이할아버지 등에 대한 내력 등도 잘 알고 있어 당주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무녀이다.

 

봉화산 도당굿의 잽이당주 김광수(金光洙)는 1945년으로 서울 지역 도당굿 무악 연주자로 명성이 높다. 그의 부친 김순선(1914-1998)으로부터 잽이당주를 물려받았다. 도당굿에서는 잽이당주를 원잽이라고도 하는데, 김광수 잽이당주가 원잽이가 되어 도당굿을 하기 위해 해금과 대금 연주자를 교섭하고 불러온다. 봉화산 도당굿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피리, 해금, 대금 등으로 구성되는 삼잽이를 쓴다.

 

김광수의 피리 연주는 오랫동안 굿판에서 무르익은 무악 가락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는데 친아버지 김순선으로부터 배운 것이다. 특히 봉화산 도당굿에서는 길군악 음악을 잘 소화해 낸다. 김광수는 봉화산 도당굿의 무악연주를 담당하게 될 다른 잽이들을 교섭하는 데에도 능란하여 그의 잽이당주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잽이당주 계보는 집안 대물림에 의해 전승되어 왔으며 지난 수십 년 동안 봉화산 도당굿과 관련하여 무악연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김광수의 도당굿 무악은 현재 그의 뒤를 잇고 있는 아들 김용현(1980년생) 등 여타의 제자들에게 전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