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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부리영감 설화 담긴 ≪우지습유모노가타리≫ 한국어 번역본 나와

일본 중세 고전 ≪우지습유모노가타리(宇治拾遺物語)≫ 한국어 번역본 출간
[맛있는 일본이야기 473]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옛날 히에이산에 있던 가난한 승려가 부처님의 계시를 꿈속에서라도 보기 위해 구라마사(鞍馬寺)에 기도하러 갔다. 그러나 7일간 정성껏 기도를 해도 답이 없자  다시 7일을 연장하고 또 다시 100일 동안 기도 정진에 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원하던 부처님은 나타나지 않고 사자(使者)가 나타나 기요미즈사(淸水寺), 가모신사(賀茂神社) 등으로 자꾸 기도처를 옮기라고 해서 히에이산 승려는 기대를 걸고 사자의 지시를 따른다. 그러다 꿈에도 그리던 계시를 받는데(작품에서는 계시자가 부처라는 이야기는 없다) 승려에게 흰종이와 쌀을 내려주겠다는 소리를 들은 승려는 ‘그렇게 힘들게 기도를 했는데 고작 흰종이와 쌀이 무엇이냐 싶어 원망스런 마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 흰종이와 쌀은 생각과 달리 써도써도 줄어들지 않는 화수분이었다.”

 

이는 일본 중세의 설화집 《우지습유모노가타리(宇治拾遺物語)》, 제6권 제6화 ‘가모신으로부터 신전에 바치는 흰종이와 쌀 등을 받은 이야기’의 요약이다. 이야기 끝에는 ‘신과 부처에게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느긋하게 기도 정진해야 한다’는 교훈적인 말이 붙어 있다.

 

이와 같은 설화가 197화 수록되어 있는 일본 중세시대에 편찬된 《우지습유모노가타리(宇治拾遺物語)》의 한국어 번역본이 나왔다. 지난 1월 23일, 지식을만드는 지식(지만지) 출판사에서 나온 한국어 번역본은 한국외국어대학의 일본 문학 전공자 중심으로 구성된 ‘일본고전명저독회(지도교수 문명재)’에서 번역을 염두에 두고 지난해 1년간 구슬땀을 흘린 결과물이다.

 

 

일본 중세시대는 많은 설화집들이 편찬되어 설화 문학이 꽃핀 시대로 《우지습유모노가타리(宇治拾遺物語)》는  1220년대 초반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편자는 미상이다. 서문과 197화의 설화로 이루어졌는데, 이 가운데 80여화는 중고시대의 《금석모노가타리집(今昔物語集)》과 중복되고 있어, 양자의 비교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한국어 번역에는 이 가운데 엄선된 60편만을 번역하였다.

 

 

《우지습유모노가타리(宇治拾遺物語)》는 불교의 영험담이나 승려, 은둔자의 일화 등이 많은데 계몽성이나 교훈성은 적은 대신 이야기의 재미와 기이함, 주인공의 매력 등이 그려져 있어 일반인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수록된 이야기 가운데 ‘도깨비에게 혹을 떼인 이야기’나 ‘혀 잘린 참새이야기’ 등은 민담의 요소가 강한 설화들로, 우리나라의 ‘혹부리영감’ ‘흥부놀부이야기’ 등과 유사하다.

 

따라서 《우지습유모노가타리(宇治拾遺物語)》 와 한국설화의 근원과 전래 양상을 비교하는데도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우지습유모노가타리(宇治拾遺物語)》의 한국어 번역본이 없었던 것은 일본 고전(古典) 번역 작업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본고전명저독회의 지도교수인 문명재 교수는 이번 번역 작업에 대해 “번역자들이 일본고전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라는 점, 그리고 각 설화에 대한 연구와 토의를 거쳐 세밀한 집필 방침을 정하고 각자가 맡은 소수의 설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양질의 번역이 가능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이어 문 교수는 “이번 번역서는 단순히 설화집의 본문 번역에 그치지 않고 각 설화마다 작품 해설과 키워드, 설화 의 소재 등을 제시해 이 작품을 자료로 이용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이러한 집필의 구성은 일본고전문학연구자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종적으로는 번역한 내용을 윤독하고 상호간 크로스 체크를 통해 여러사람의 번역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통일성 결여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과정에는 많은 인내가 필요했지만 질 높은 번역서를 완성하고자 하는 열의와 협력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모든 공을 연구자들에게 돌렸다.

 

사실 기자도 일본고전명저독회 구성원으로 지난 1년 동안 《우지습유모노가타리(宇治拾遺物語)》 연구회에 참여했었다. 기자가 맡은 부분은 제4권 제17화, 제12권 제3화, 제9화였다. 우스갯소리로 고전(古典) 전공을 고전(苦戰)으로 말할 만큼 고전 공부는 쉽지 않다. 시대도 1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뿐더러 지금은 쓰지 않는 말들이 수두룩하기에 더욱 어려운 작업이었음을 실토한다.

 

학기 중은 그렇다치더라도 남들이 쉬는 여름방학, 겨울방학에도 《우지습유모노가타리(宇治拾遺物語)》 의 한국어 번역을 위해 고군분투한 연구자들과 함께 이번 번역책 출간을 자축한다.  

 

일본고전명저독회에서는 《우지습유모노가타리(宇治拾遺物語)》책을 한국 최초로 번역 출간 한 뒤 바로 지난 1월부터는 《짓킨쇼(十訓抄)》 독회(讀會) 작업에 들어갔다. 짓킨쇼는 가마쿠라시대(鎌倉時代, 1185-1333)의 설화집으로 수록 설화는 모두 280화이다. 이 책 역시 아직 한국어 번역본이 나오지 않은 일본의 고전으로 독회가 끝나는 시점이 되면 다시 번역하여 책으로 낼 예정이다.

 

우지습유모노가타리(宇治拾遺物語), 지식을만드는지식사 출간, 1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