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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신성한 구역임을 알리는 깃발, 홍문대기(紅門大旗)

수장고 속 왕실유물 이야기 1월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임금을 비롯하여 왕비, 왕세자, 왕세자빈 등 왕실 인물들이 행차를 할 때는 의례의 격을 높이고 주인공의 위엄을 드러내기 위하여 여러 가지 상징물을 사용하였는데 이를 의장(儀仗)이라고 합니다. 이 의장 행렬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깃발입니다. 깃발들은 주로 의장 행렬의 앞쪽에 자리 잡는데 그 가운데서도 맨 앞에 자리한 깃발이 바로 홍문대기입니다.[도 1]

 

 

고종(高宗, 재위 1863-1907)과 명성황후(明成皇后, 1851-1895)의 가례(嘉禮, 혼례)를 기록한 의궤에는 당시의 행차 모습을 담은 반차도(班次圖)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고종의 행차에는 왕의 권위에 걸맞은 방대한 규모의 의장이 갖추어졌습니다. 의장 행렬의 앞부분을 살펴보면 좌우 양쪽으로 깃발들이 늘어서기 시작합니다.(반차도에는 좌우가 아닌 상하 2열로 표현되어 있습니다.)[도 2] 그리고 깃발 행렬의 좌우 앞에 “紅門大旗”로 표시된 붉은 색 깃발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도 3]

 

홍문대기라는 이름을 풀어보면 ‘홍문을 나타내는 큰 깃발’ 정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홍문은 홍살문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요, 왕릉이나 중요한 건물 등의 들머리에 세워진 붉은 색의 나무문입니다.[도 4] 붉은 색은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홍살문을 세워서 그 공간이 청정하고 신성한 장소임을 나타냈던 것입니다.

 

 

의장 행렬에 홍문대기가 포함된 것은 홍살문을 세우는 이유와 같습니다. 홍문대기를 의장 행렬에 맨 앞에 세워서 이제부터 신성한 공간이 시작됨을 나타냈습니다. 의장 행렬은 이동을 해야 하므로 고정된 구조의 홍살문을 세울 수는 없었지만 그것을 깃발로 형상화하여 동일한 의미를 담았던 것입니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홍문대기는 붉은 색 바탕에 용이 그려진 형태의 깃발입니다. 깃발에 붉은 색이 칠해진 이유는 바로 홍살문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를 나타낸 것입니다. 아울러 깃발에 그려진 용은 최고 통치자, 곧 임금을 상징하는 동물이었고, 홍문대기는 ‘홍살문’의 의미와 함께 임금의 권위를 나타내는 깃발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홍문대기는 다른 왕실 구성원들은 사용할 수 없었고 오직 임금의 의장에만 사용되었습니다.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 신재근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