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05 (화)

  • 구름많음동두천 5.5℃
  • 맑음강릉 6.6℃
  • 맑음서울 3.4℃
  • 맑음대전 2.9℃
  • 맑음대구 3.5℃
  • 맑음울산 8.3℃
  • 맑음광주 5.0℃
  • 맑음부산 11.4℃
  • 구름조금고창 5.5℃
  • 맑음제주 11.7℃
  • 흐림강화 4.0℃
  • 맑음보은 1.8℃
  • 맑음금산 3.3℃
  • 맑음강진군 6.8℃
  • 맑음경주시 7.5℃
  • 맑음거제 8.5℃
기상청 제공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어린 학생들 명심보감 막힘없이 읽어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05] 글 읽는 나라 문화제전 <2>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책읽기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진 송서ㆍ율창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소리를 내어 음악적으로 읽는 방법이야말로 오래 읽는다 해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뿐더러 암기에도 효과적이란 점, 서울시 문화재로 <송서와 율창>을 지정한 것은 훌륭한 결정이지만, 지정이 되었다고 해서 해당 종목이 저절로 보존, 계승되는 것이 아니고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대책이나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열의와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얘기했다.

 

그 가운데서도 송서ㆍ율창 분야는 전승자의 층이 엷어서 진승구조가 취약하다는 점, 이러한 종래의 인식을 뒤엎고, 송서ㆍ율창의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보유자와 보존회원들은 다양한 활동을 계속해 왔다는 점, 그 대표적인 활동들이 전국국악학 학술대회를 통한 학술적 가치의 확보, 정기 비정기 공연활동을 통한 관객확보, 보다 쉽고 재미있는 새로운 음반의 제작, 보존회의 확장을 통한 전승자의 교육, 2회에 걸쳐 개최했던 송서ㆍ율창 경연대회 등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지난주에 이어 <글 읽는 나라 문화제전> 관련 이야기들을 계속하기로 한다.

 

세 번째 맞이한 경연에는 전국에서 참가한 송서ㆍ율창의 경창자들이 대거 참가하여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던 제전이었다. 특히, 지방 도시의 명칭이 붙어있는 대형 버스가 여기저기 눈에 띄는 것으로 보아 지방에서 참여한 경연자들이 상당수가 된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남녀노소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출전준비를 끝내고 좌석에 대기하고 앉아 있었는데, 옷을 갖추어 입은 모습이라든가, 의젓한 행동 등이 마치, 예전의 선비모습 그대로여서 인상적이었다.

 

참고로 동 문화제전은 2018년 서울특별시가 지역특성을 살리는 문화사업 민간축제로 선정한 의미 있는 행사였으며 서울전통문화예술진흥원이 주최하고 송서ㆍ율창보존회가 주관한 대회였다.

 

 

경연은 참가자 자신이 각기 그 수준에 맞는 부문을 선택하여 출전할 수 있도록 <명인부>, <일반부>, <단체부>, <학생부>, <신인부>로 구분되어 있으며 단체부가 별도로 독립되어 있어서 초보자도 경험을 쌓을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 어느 부문보다도 단체부에 참여한 경연자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한층 더 잔치 분위기를 조성해 준 것이다.

 

명인부에는 해당 종목의 이수자들에게만 출전 자격이 부여되는데, 이들은 엄격한 예선을 통과해야 본선에 오를 수 있고, 일반부는 동 종목의 전수생들이 주로 참가하게 되며 그 외의 참가자들은 대부분 신인부나 단체부에 도전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각 부문 참가자들은 문장의 암기수준이나 이해수준, 발음의 정확성이나 창법, 호흡의 처리 등이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이 그 어려운 한문을 정확하게 읽고 고저를 구별해 내는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고, 신인부나 일반부의 수준은 대체로 고르다는 점이었다. 무엇보다도 명인부의 수준은 치열했다. 발음이나 발성이 정확하고 능숙해서 우열을 가리기가 난감할 정도였다.

 

 

본 대회는 단순히 1등, 2등을 가리고 상장과 상금을 나누어 주는 형식적인 일반 대회와는 운영이나 진행하는 방식이 달랐다. 마치ㆍ송서와 율창이란 무엇이고, 어떠한 자세로 어떻게 부르며, 그 내용은 무엇인가 하는 점을 소개하는 교육 현장처럼 보여서 경연은 하나의 과정 속에 포함되고, 문화의 제전답게 <여는 마당>, <축하무대>, <닫는 마당> 등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자 (최건용; 전 아나운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던 문화제전이었다.

 

여는 마당은 이용덕의 태평무와 이태겸, 이태희가 부르는 송서 <계자제서(戒子弟書)>로 시작되었다. 계자제서는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세상을 살면서 삼가고 경계해야 될 내용들을 담고 있는 내용의 글이다. 예를 들면 양심이 시키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눈에 띤다.

 

“어천만사(於千萬事)가 재호(在乎) 양심이자(養心二字)하니 아심정즉(我心正則) 천심역정(天心亦正)하고 아기순즉(我氣順則) 천기역순(天氣亦順)이니” 이를 간단하게 풀어서 천만 가지 일이 양심 2글자에 달려 있으니, 내 마음이 올바른 즉, 하늘의 마음도 바른 것이고, 내 기운이 순한 즉, 하늘의 기운도 역시 순한 것이라는 뜻이다.

 

여는 마당에 이어 본격적으로 경연이 시작되었다. 각 부문에 출전한 경창자들은 평소 그들이 즐겨 부르던 글이나 율시를 암기하여 불렀는데, 주로 삼설기(三說記), 계자제서(戒子弟書), 명심보감(明心寶鑑), 권학문(勸學文), 주자훈(朱子訓), 촉석루(矗石樓), 등왕각시(滕王閣詩),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 등등 한문으로 된 문장이나 시구를 암기하여 부르는 것이었다.

 

 

특히, 초등학생들이나 중학생들이 명심보감을 막히지 않고 음악적으로 읽어나가는 모습은 너무도 의젓하고 진지하게 보였다.

 

경연이 끝나고 시상식을 갖기 전, 대규모 축하공연이 마련되었는데, 장세은 외 8명이 <촉석루>라는 시창을 불러주어 객석으로부터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그밖에도 김형조의 정선아라리, 이영훈의 한량무, 박종순의 시조창, 그리고 유옥선 외 여러 명창들의 경기민요가 준비되었고, 닫는 마당에서는 광개토 사물놀이예술단의 놀음판굿을 통해 모두가 하나 되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