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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페놀유출사고’, 162만 명이 오염된 수돗물 마셔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32]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1985년에 울주군 온산공단에서 발생한 온산병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해병으로 기록되었다. 그후 6년이 지나 1991년에 온산병보다 더 충격이 컸던 환경 사고는 낙동강 페놀오염 사고였다. 경북 구미공단에 자리 잡고 있는 두산전자의 페놀원액 저장탱크에서 페놀수지 생산라인으로 통하는 파이프가 파열되었다.

 

3월 14일 밤 10시부터 3월 15일 새벽 6시까지 누출된 페놀은 30톤이나 되었다. 최초 언론에서는 오염물질을 무단 방류했다고 보도하였으나 페놀은 값비싼 공업 원료이기 때문에 일부러 방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사고가 발생한 8시간 동안 공장에서는 페놀 유출을 모르고 있었다.

 

유출된 페놀은 옥계천으로 흘러들고 옥계천은 낙동강으로 흘러들었다. 페놀은 이어서 대구광역시의 상수원인 낙동강의 다사취수장으로 유입되었다. 수돗물에서 냄새가 난다는 대구 시민들의 신고를 받자 취수장에서는 원인을 규명하지도 않은 채 염소를 다량 투입하여 사태를 악화시켰다. 페놀이 염소와 반응하면 냄새가 나는 클로로페놀과 트리클로로페놀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실수였다.

 

 

이 사고로 대구시민의 71%인 162만 명이 오염된 수돗물을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사취수장을 오염시킨 페놀은 계속 낙동강을 타고 하류로 흘러 밀양과 함안, 칠서 수원지 등에서도 잇따라 검출되어 부산 마산을 포함한 영남 전역이 페놀오염에 노출되었다. 페놀로 오염된 수돗물을 마신 사람은 구토, 설사 등의 증세를 보였다.

 

페놀 오염 사고로 대구 환경처 직원 7명과 두산전자 관계자 6명 등 13명이 구속되고 관계 공무원 11명이 징계처리 되었다. 두산전자에 대해서는 30일 영업정지 처분을 하였으나,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20일 만인 4월 9일 조업 재개가 허용 되었다. 그러다가 4월 22일 낮 12시 무렵 2차로 페놀이 1.3톤 유출되었다. 국민 여론은 극도로 악화되었다. 페놀오염 사고에 책임을 지고 박용곤 두산그룹 회장이 사임하고 환경처 장관과 차관이 경질되었다.

 

낙동강 페놀오염 사고의 피해는 엄청났다. 대구 지역 주민들은 수돗물에서 나는 악취와 환경오염 공포에 시달리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800명의 임산부가 심리적인 충격과 태아에 대한 염려로 아이가 유산하거나 또는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 단체에서는 두산 그룹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서울에 있는 두산 본사에까지 가서 항의시위를 하였다. 필자는 당시 불매운동에 동참하여 즐겨 마시던 두산그룹의 마주앙 포도주를 진로 포도주로 바꾸었다.

 

이 사건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환경오염을 경제개발의 부산물 정도로 가볍게 여기던 국민들의 환경의식을 바꾸어 놓았다.

 

첫째로, 대기업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당시는 기업경영인들이 경제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던 시절이었다. 환경오염을 줄이는 일은 비용만 들고 생색은 나지 않는 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페놀 사고 이후 환경오염 사고가 나면 기업으로서도 엄청난 비용이 들고 기업의 이미지가 회복할 수 없도록 추락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두산그룹 회장은 물러났지만 두산 그룹은 4년에 걸쳐 대구시에 모두 200억 원을 수질관리 비용으로 기부하였다.

 

둘째로, 대구시는 수돗물의 소독 방법을 염소 소독에서 오존 소독으로 바꾸었다. 비용이 더 들지만 염소를 쓰지 않기 때문에 보다 안전한 방법이 오존소독이다. 그렇지만 국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가라앉지 않았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더 이상 수돗물을 먹지 않고 상대적으로 비싼 생수를 사먹게 되었다. 그 결과로 생수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셋째로 모든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페놀 사고를 직접 당했던 대구시민은 물론 낙동강의 하류에 있는 부산 시민의 환경의식도 높아졌다. 페놀 사고 이후 대구시가 추진하려 했던 위천 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도 수질 오염을 염려하는 부산시와 경남도민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두산그룹의 OB맥주는 맥주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었는데, 1992년에 크라운 맥주회사에서 하이트 맥주를 출시하면서 1위 자리를 뺏기고 말았다. 하이트 맥주는 “지하 150m의 100% 암반천연수로 만든 맥주”라고 광고를 하였는데,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두산=페놀오염 이미지를 공략한 광고 전략이 성공하였다. 사실 수질오염사고는 두산전자 공장에서 발생하였으므로 OB맥주는 수질오염과는 무관한데 엉뚱하게도 유탄을 맞고 말았다. 또한 프로야구팀 ‘OB 베어스’도 ‘두산 베어스’로 이름이 바뀌었다.

 

녹색연합에서는 1999년에 "1950년대 이후 발생한 대한민국 환경 10대 사건" 중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을 1위로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