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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양반들의 엄청난 식도락 이야기

식사는 하루 다섯 끼, 최고의 별미 음식은 두부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산해진미 제철 먹거리가 풍성한 우리나라

조선시대 양반들은 하루 다섯 끼 식사를 즐겨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조현재)은 지난 1일, 기해년 설날을 앞두고 “양반의 식도락”을 소재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2월호를 펴냈다. 설날을 맞이하여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설 음식을 장만하여 조상께 차례지내고, 서로 덕담을 건네며 함께 나누어 먹는 우리 전통의 음식문화를 살펴보자는 취지로 2월의 주제로 삼았다.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적인 환경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산과 평야가 어우러진 지리적 환경 덕분에 우리나라 먹거리는 예로부터 다양하고 풍성하였다. 특히 경제적인 여유가 있었던 조선시대 양반들은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그에 어울리는 음식을 찾고 즐겼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보통 하루에 5끼를 먹었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간단한 죽 같은 것을 먹고 아침 10시쯤 정식 아침밥을 먹고, 그리고 12시와 1시 사이에 국수 같은 가벼운 점심을 먹고 5시쯤에 제일 화려한 저녁밥을 먹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간식 같은 가벼운 음식을 먹었다. 양반들의 식탁에는 기본 밥과 국, 육류, 생선류, 탕, 찌개, 전, 구이, 나물류, 김치류 등이 다채롭게 차려졌는데, 하인들이 다섯 끼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동트기 전 이른 새벽부터 깜깜한 밤에 이르기까지 꼬박 수고를 쏟아야 했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즐겼던 최고의 별미 ‘두부’

절에서 스님들이 만든 두부 먹는 모임 ‘연포회’ 큰 인기

 

한반도에서 콩은 벼보다도 먼저 재배되기 시작하였으며, 《삼국지위지동이전(三國志魏志東夷傳)》에는 고구려인들이 장을 잘 담근다는 기록이 발견되고 있다. 두부(豆腐)는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며, 고려 말 원나라에서 두부 제조법이 전해졌다. 이후 우리 선현들의 두부에 대한 애정은 매우 특별하였다.

 

고려 말 목은 이색(李穡)은 두부를 소재로 많은 시를 남겼고, 조선시대 선비들 또한 두부에 대한 많은 기록을 남겼다. 두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계암일록(溪巖日錄)》의 저자 김령 또한 두부에 대한 기록을 많이 남겼는데, 그 중 하나는 할아버지 김유와 함께 저술한 한문 요리책 《수운잡방(需雲雜方)》이다. 김령은 이 책에서 두부 조리법을 상세히 기술하였다.

 

 

 

김령은 연포회(軟泡會)에 대한 기록도 일기를 통해 상세히 남겼다. 1603년 9월 28일 김령은 왕릉에서 쓰는 제사용 두부를 만드는 절인 조포사(造泡寺) 가운데 하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명암사’에 가서 연포회(軟泡會)를 연다. 김령이 벗들과 함께한 연포회는 산 속 깊은 곳에 있는 절에 가서 스님들이 요리한 따끈한 연두부탕을 함께 먹으며,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시며, 시를 읊조리는 모임이었다.

 

 

별미에 대한 지나친 탐닉도 과유불급인 것을,

수많은 사회문제를 일으키다 영조에 의해 연포회가 금지되다

 

큰 인기를 끌었던 연포회는 점차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16세기만 해도 연포회는 담백한 음식인 소식(素食)을 먹는 선비들이 산사에서 학문을 논하는 일종의 워크숍이었으며, 새우젓으로만 간을 하였다. 이후 연포회가 크게 유행하게 되면서 닭을 재료로 쓰게 되었으며, 절의 승려들이 살생을 할 수 없어 연포회에 참석한 젊은 선비들이 닭을 잡는 상황도 벌어지게 되었다.

 

연포회를 빙자하여 업무를 내버둔 채 산사나 능원에서 며칠씩 노는 관리들이 있어 조정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절 승려들 입장에서는 놀고먹는 선비들을 위해 연포탕 끓이는 일이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조극선(趙克善, 1595~1658)의 《인재일록(忍齋日錄)》에는 절의 승려들이 두부 만들기를 거부하여 연포회가 열리지 못할 뻔한 일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17세기 후반이 되면서 사적으로 계를 조직하고 세력을 모으려는 파벌의 우두머리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 결과 평소에는 먹을 수 없는 쇠고기가 연포회 국물에 들어가게 되었으며, 절 승려들을 겁박하여 연포탕을 끓이게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마침내 1754년 음력 윤4월 7일, 영조는 신하들과 절의 연포회 문제를 거론하면서 폐단을 없애야 한다는 지시를 내리기에 이른다.

 

조선시대 양반들의 식도락 문화에 대한 다양한 기록,

우리 전통 음식을 소재로 하는 국제적 정보로 탄생하길

 

평소에는 하루에 다섯 끼를 먹었고, 별미는 벗들과 함께 모여서 즐겼던 조선시대 양반들의 식도락 문화에 대한 기록은 다양하게 남아 있다. 두부를 함께 모여서 먹는 ‘연포회’ 말고도, 함께 모여서 고기를 구워 먹는 모임을 ‘난로회(煖爐會)’라고 불렀다. 중국에서 들어온 ‘난로회’의 풍속은 조선 후기에 급속도로 퍼져, 심지어 궐 안에서 임금과 신하가 함께 고기를 구워먹었다는 기록도 남겨져 있을 정도다.

 

 

양반들의 식도락 문화를 둘러싼 생생한 기록들은 일상생활에 대한 꼼꼼한 기록을 남긴 선인들의 “일기류”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스토리테마파크’(http://story.ugyo.net)에는 조선시대 일기류 244권을 기반으로 한 4,872건의 창작소재가 구축되어 있으며, 검색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매월 한 가지의 주제를 선정하여 ‘웹진 담(談)’을 발행하고 있는데, 전통적인 일기류를 소재로 하지만 주제의 선정은 지금의 일상과 늘 맞닿아 있다.

 

이번 달 편집장을 맡은 공병훈 교수(협성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는 “사회적인 지위와 경제적인 여유를 가진 양반들이어서 즐길 수 있었던 식도락 문화였기에,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당대에도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모두를 아울러서 볼 때, 상세한 기록으로 남겨져 있는 양반들의 식도락 문화는 세계인의 입맛을 다시게 하는 역사콘텐츠 창작의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시대 일기 속 양반들의 식도락 이야기

 

▮ 어느 양반의 1년 밥상

흰죽부터 개장국까지, 끼니도 되고 보신도 하다 (배경이야기 : 조선시대 식문화)

권별, 죽소부군일기, 1625-01-12 ~ 1626-11-06

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PHS_2045

 

▮ 새해 첫날, 떡국

을미년 새해가 밝다 (만두 넣은 떡국, 군고기 한 그릇)

오희문, 쇄미록, 1595-01-01 ~

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SSK_6192

 

새해 첫날 노인이 된 친구들끼리 모이다 (떡국)

권상일, 청대일기, 1745-01-01 ~ 1745-01-03

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PB_4032

 

▮ 모임에 빠지지 않는 음식, 두부와 연포회

소를 타고 월란암으로 놀러 가다

김광계, 매원일기, 1608-11-28 ~ 1608-11-30

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HAR_6122

 

좋은 계절과 좋은 벗이 어우러진 자리, 최고의 반찬은 두부 (배경이야기 : 조선시대 두부)

김령, 계암일록, 1603-09-08 ~ 1619-10-27

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PHS_1021

 

암자에서 하룻밤을 보내다 - 눈 쌓인 산에 달빛 어린 야경을 잊을 수 없도다 (배경이야기 : 조선시대 양반들의 식도락)

김령, 계암일록, 1606-03-13 ~ 1618-01-28

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PHS_1153

 

함께 선방에서 자기로 한 약속, 어겼으니 한 턱 내시오

김령, 계암일록, 1621-11-30 ~ 1621-12-01

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PSE_1179

 

산 속의 연포회 - 따끈한 두부탕과 술, 그리고 벗이 읊조리는 시 (배경이야기 : 연포회)

김령, 계암일록, 1603-09-28 ~ 1619-10-04

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PHS_1012

 

절에서 송이와 두부를 배불리 먹다

오희문, 쇄미록, 1595-09-02 ~

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SSK_6234

 

두부를 만들어 먹고 매사냥을 하다

오희문, 쇄미록, 1597-03-10 ~

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SSK_7014

 

양반의 식도락, 회

길을 걷고 술을 마시며 지인들을 만나다 (배경이야기 : 양반의 식도락, 회)

권성구, 유청량산록, 1706-04-07 ~

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JJH_0032

 

가을 강가의 하루, 토론이 깊어지고 들국화가 피어나다

김령, 계암일록, 1623-09-07 ~

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PSE_1073

 

비 온 후, 강가에 놀러가 고기를 잡아 회를 쳐서 먹다

김광계, 매원일기, 1605-08-22 ~

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HAR_6047

 

▮ 보신을 위해 개장국을 먹다

 

설월당에 모여 개장국을 먹다

김광계, 매원일기, 1616-07-17

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HAR_7150

 

온 집안이 병으로 신음하여 개를 잡아 보양하다

김대락, 백하일기, 1912-11-14 ~

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SSK_4067

 

개고기 먹는 모임, 가장회(家獐會)

권문해, 초간일기, 1588-05-28 ~

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KMO_2053

 

비 오는 날 개고기를 삶아 먹다

김광계, 매원일기, 1605-05-08 ~ 1605-05-21

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HAR_6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