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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임진왜란 피난일기 《쇄미록》 번역서 펴내

국립진주박물관 임진왜란사료 국역사업의 결실
16세기 조선시대 생활상을 생생하게 그려낸 오희문의 일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진주박물관(관장 최영창)은 임진왜란 피난일기 《쇄미록(瑣尾錄, 사회평론아카데미 출판)》을 펴냈다. 이 책은 조선 중기 임진왜란을 겪은 오희문(吳希文)이 1591년 11월 27일부터 1601년 2월 27일까지 9년 3개월 동안 기록한 일기를 새롭게 번역한 것이다. 《쇄미록》에는 오희문이란 양반의 눈으로 본 16세기 조선시대의 생활상이 낱낱이 담겨 있다.

 

필사본 7책 800여 장 분량의 《쇄미록》은 유성룡의 《징비록(懲毖錄)》, 이순신의 《난중일기(亂中日記)》 등과 함께 임진왜란과 조선중기 사회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아 1991년에 보물 제1096호로 지정되었다. 이 책은 국립진주박물관이 지난 2000~2002년 《임진왜란 사료총서》(문학편, 역사편, 대명외교편ㆍ전 31권)를 펴낸 이후 15년 만인 2017년에 ‘임진왜란자료 국역사업’을 기획하면서 그 첫 대상 자료로 뽑은 것이다.

 

 

 

다년간 국가 국역사업에 종사한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를 통해 2년간 번역과 원문의 교감・표점 작업을 진행하여 이번에 모두 8권 1모음으로 펴냈다. 1권~6권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현대어로 쉽게 풀어 쓴 한글 번역서를, 7권~8권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원문 표점・교감본을 수록하였다.

 

《쇄미록(瑣尾錄)》이라는 책의 이름은 “자잘하며 보잘것없는 이, 떠돌아다니는(流離) 사람이로다[瑣兮尾兮 流離之子]”라는 《시경(詩經)》 구절에서 따온 것으로, 임진왜란 당시 옮겨 다닌 자신의 피란 생활을 《시경》의 구절을 빌려 이름을 붙인 것이다.

 

지은이 오희문은 평생 벼슬을 지내지 않았지만 연안이씨(延安李氏)와 혼인하면서 인조반정의 1등 공신인 이귀(李貴, 1557~1633)를 처사촌으로, 인조 때 좌의정을 지낸 이정귀(李廷龜, 1564~ 1635)를 처칠촌으로 둘 정도로 명문 가문과 연결되었다. 특히 오희문의 맏아들 오윤겸(吳允謙, 1559~1636)이 영의정을 지냈고,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항복을 반대하다 끌려간 삼학사(三學士) 가운데 한 명인 오달제(吳達濟, 1609~1637)는 그의 손자이다.

 

 

《쇄미록》은 개인의 일기이지만 16세기 조선사회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기록이다. 오희문은 이 일기에서 먼저, 가장(家長), 남편, 아들, 노비의 주인, 양반 가문의 일원, 전란으로 고통받는 나라의 백성으로서 자신의 다양한 역할과 일상을 실감나게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을 통해 16세기 양반과 노비의 관계, 사회적 관계망, 경제활동, 제사, 손님맞이, 의약 처방, 음식 등 양반들의 생활상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둘째, 《쇄미록》은 임진왜란과 관련한 많은 기록을 담고 있다. 《쇄미록》에는 오희문이 개인적으로 베껴 쓴 공문 등 공적인 기록도 많이 담겨 있지만 임진왜란 이면의 많은 이야기도 전하고 있다. 김면과 곽재우와 같은 의병에 대한 찬사뿐만 아니라 의병이란 이름으로 숨어 관곡이나 축내는 자들을 비판하였다. 왜군의 침략, 명군의 참전과 그들의 횡포에 대한 비판적 인식, 굶주림에 지쳐 인육을 먹는 참상 등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셋째, 《쇄미록》은 나아가 전쟁과 관련하여 전 인류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전쟁 중에도 계속된 과거에 아들 오윤겸이 급제했다는 소식, 막내딸의 죽음 등을 기록하여 전쟁 중에도 삶의 지속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울러 전쟁이 개인과 가족, 국가의 삶을 얼마나 처참하게 파괴하는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쇄미록》은 1962년 원문탈초본(국사편찬위원회)이, 1990년 문중에서 한글번역본(번역 이민수)이 각각 나왔지만, 30여년이 흐른 지금 번역본은 절판되어 일반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없다. 그리고 조선시대 지명이나 전문적인 용어에 대한 설명이 없는 등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따라서 이번에 새롭게 발간된 《쇄미록》는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먼저 원문과 탈초본을 대조하여 오자, 탈자, 누락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였다. 이어 뒤침은 가능한 현대에 사용하는 낱말과 글월로 구성하여 읽기 쉽게 했다. 그리고 당시의 역사적 사건, 인물, 지명 등은 3,000여개 주석을 덧붙여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또,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권마다 앞부분에 오희문의 주요 이동 경로, 가계도와 주요 등장인물, 해당시기 도판을 수록하였고, 뒷부분에는 인명록과 색인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