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은 2018년 12월 세계인형조사보고서 《삶의 또 다른 모습, 인형》 한국편과 세계편을 펴냈다. 지난 2년 동안 한국을 포함하여 모두 9개국을 현장 조사하였는데, 이번 보고서는 아시아ㆍ유럽ㆍ아메리카 등의 대표적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인형에 대한 추억과 그 속에 담긴 삶의 모습을 정리하였다. 2013년부터 물질과 사람과의 상호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수행한 ‘세계물질문화조사’의 세 번째 결과물이다.

* 1차 청바지(2013), 2차 소금(2014~2015), 3차 인형(2017~2018), 4차 부엌(2018~2019)

문화의 창으로 인형을 바라보다

사람들은 자기가 갖고 있거나 연관되는 인형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곤 한다. 행복과 즐거움, 친구, 문화유산, 영혼, 생명 등 수많은 단어들이 인형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나온다. 소중하게 간직한 전통, 즐겁거나 때로는 아픈 지나간 기억, 자부심이 깃든 문화유산, 일상이 빚어내는 멋과 향기, 흥미로운 풍습과 신명나는 축제, 소박한 생활모습 등이 다양한 인형들을 통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인형은 전통과 현대, 그리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세대 간 교류의 역할도 하고 있다.

한국, 단절된 전통과 역동적 다양성

한국편에서는 인형과 관계된 사람들을 범주화하여 조사한 내용을 소개한다. 인형을 만드는 사람, 수집가 및 박물관 관계자, 인형극단 관계자, 일반인 등 대상별로 분류하여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각각의 장에서는 장인의 자부심, 수집가의 열정과 호기심, 인형극 연행자의 신명과 관객들의 공감, 개인의 인형에 대한 소중한 추억 등을 중심으로 서술하였다. 또한 국내외 조사과정에서 접했던 인형병원과 장애인형, 사람을 대신하는 인형 등의 사례는 인형의 사회적 역할이란 주제로 정리하였다.

인형에게 다가가는 다양한 시선들

세계편에서는 모두 6차에 걸친 나라밖 조사결과를 토대로 미국과 중국, 독일과 일본, 체코와 인도, 프랑스와 멕시코 등 4개의 장으로 묶어 소개한다. 인형문화의 다양성, 인형극의 역사성과 확장성, 전통인형에 대한 자부심과 계승, 인형의 종교성과 수용과정에서의 변주 등을 중심으로 각국의 사례들을 비교함으로써 인형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이 자연스럽게 부각되도록 하였다. 또한 인형의 창을 통해 각국 사람들의 기억 속에 담겨진 소중한 사연들을 정리하였다.

인형은 각자 태어난 이유가 있다

이번 조사보고서는 세계인형문화의 두 축을 이루는 유럽과 미국을 대비하면서도 한ㆍ중ㆍ일과 인도 등 아시아의 문화적 특징을 살펴보았다는데 의의가 있다. 조사보고서 펴냄으로 인형에 덧씌워진 부정적인 시각이나 어린이의 단순한 전유물이라는 인식들이 없어지기를 기대한다. 급격한 사회변화를 이끄는 거대서사만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창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사보고서에 담겨진 개인의 인형에 대한 기억이나 이야깃거리 속에서도 사회의 실상과 인간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