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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둔황 <행각승도>의 재해석 등 새로운 연구성과 발표

국립중앙박물관 《미술자료》 제94호 펴냄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정기 학술지 《미술자료》 제94호를 펴냈다. 이번 호에는 아래와 같이 연구 논문 4편과 자료 1편이 실렸다. 논문 4편은 최성은의 「고려중기(高麗中期) 법상종(法相宗) 사원의 불교조각」, 김규훈의 「1695년 태종(太宗) 헌릉(獻陵) 신도비(神道碑)의 재건(再建) 연구」, 오다연의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독락원도(獨樂園圖)>, 임모와 창작의 변주」, 김혜원의 「보승여래(寶勝如來), 행도승(行道僧), 구름 - 둔황(敦煌) 장래(將來) 행각승도(行脚僧圖) 다시 읽기」이고, 자료는 이재호의 「풍산 홍씨(豐山洪氏) 네 형제가 제작한 〈국접도(菊蝶圖)〉」이다.

 

 

이번 호에서 특히 중앙아시아 미술사 분야의 전문가인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 김혜원 학예연구관의 「보승여래, 행도승, 구름 - 둔황 장래 행각승도 다시 읽기」 논문이 주목된다. <행각승도(行脚僧圖)>는 경전을 짊어지고 여행하는 승려를 묘사한 그림이다. 이 논문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포함한 12점의 둔황 <행각승도>의 도상적 특징을 주제로, 각각의 그림이 지닌 세부적 표현과 구성에 주목하여 기존 해석을 재검토하였다. 이 논문은 지금까지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 않은 ‘움직이는 모습의 아이콘(icon)’으로서 <행각승도>가 지닌 의미를 밀도 있게 연구하였다.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그림에서는 신적인 존재들이 다양한 자세를 취하지만, 하나의 존재가 한 화면에 단독으로 표현될 경우 서 있거나 앉아 있는 등 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행각승도>에 표현된 움직이는 모습의 존상(尊像)은 특이한 사례이며, 이러한 측면에 대한 고찰은 그림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 논문에서는 존상의 움직이는 모습을 묘사한 <행각승도>를 몇 가지 이슈를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우선 당대(唐代) ‘행도승(行道僧)’, ‘행승(行僧)’과 관련지어 행각승도에 표현된‘걸어가는 모습’이 “불도(佛道)를 행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행각승이 타고 있는 구름에 대해서는 중생 구제를 목적으로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추가된 시각적 요소로 해석하였다. 또한 <행각승도>에 적혀있는 ‘보승여래’는 본래 그림 속 행각승 위에 표현된 작은 부처를 가리키는 것이었으나, 나중에 행각승을 보승여래로 보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보았다.

 

회화사를 전공하는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오다연 학예연구사의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독락원도(獨樂園圖)>, 임모와 창작의 변주」는 중국 북송(北宋) 문인 사마광(司馬光, 1019~1086)의 정원을 그린 <독락원도>를 분석한 논문이다. 이 논문은 중국 명(明)나라의 저명한 화가인 구영(仇英, 1494~1552)이 <독락원도>를 제작한 이후 구영 화풍의 <독락원도>가 계속해서 그려졌고, 그 중의 하나인 담현(譚玄, 17세기 전반 활동)의 작품을 국립중앙박물관의 <독락원도>와 비교․분석하였다. 조선 숙종(재위 1674~1720)대, 많은 중국화가 유입되고 이를 임모(臨模)하는 과정에서 조선의 독특한 <독락원도>가 창작되었다고 해석하였다.

 

 

《미술자료》는 1960년 창간된 국내 최초의 미술사 전문 학술지로, 한국미술사가 미개척 분야일 시기 관련 자료의 발굴이 잇따르자 국립박물관으로서 미술사학계의 발전과 연구 활성화에 이바지하기 위해 창간되었다. 매년 두 차례(6월, 12월) 발간되며, 학술논문 외에도 박물관의 미공개 소장품을 비롯한 새로운 자료를 게재한다. 최근에는 미술사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인 고고학, 역사학, 보존과학, 박물관학 등과의 활발한 공동 조사를 통해 새로운 연구 경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한국연구재단에서 주관하는 학술지평가에서 등재학술지로 선정되어 미술사 전문 학술지로서 더욱 확고한 위치를 다지게 되었다.

 

이번호에 실린 5편 가운데 3편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이다. 이를 통하여 보듯 국립중앙박물관은 단순한 수장(收藏)이나 전시에 멈추지 않고 소장품 연구를 매우 중요하게 염두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공개되며 전시실의 설명문이나 발간하는 도록 등에도 반영된다.

 

《미술자료》의 모든 논문과 총 목차(제79호까지)는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www.museum.go.kr)의 ‘학술→정기간행물→미술자료’에서 내려받기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