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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의원 이헌길에 벌떼같이 뒤따른 사람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02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2015년 우리나라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38명이 목숨을 잃었고, 온나라가 엄청난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의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조선시대엔 더더구나 전염병이 자주 창궐했고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서 수천, 수만 명이 죽었다고 하지요. 이런 환자들을 치료하고 구한 의원들은 대부분 중인이었지만 양반이나 왕실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는 조선의 제2대 임금 정종의 후손 이헌길(李獻吉)이란 이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헌길도 처음에는 과거를 보고 벼슬길로 나아가려고 했지만 그때 전염병이 휩쓸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을 보고 우연히 《두진방(痘疹方)》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지요. 《두진방》은 천연두나 홍역처럼 몸에 열이 나고 부스럼이 나는 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적은 책이었는데 이 책은 한계가 있음을 그는 확인하고, 여러 의서들을 탐독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곤 "양반이 잡학을 하다니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가며 자신이 직접 약제를 만들어 시험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1775년(영조 51년) 봄에는 한양에 천연두가 돌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는데 이때 이헌길은 이들을 치료하기 시작했고, 그가 처방한 약을 먹은 사람들은 모두 완쾌하였지요. 이후 그의 명성이 높아졌고 울부짖으며 구해주기를 애걸하는 사람들이 날마다 문전성시를 이루고 거리를 메웠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많은 이들이 그의 뒤를 따라 벌떼처럼 몰려다녔다고 하지요. 다산 정약용도 이헌길 덕에 병이 나았기에 이헌길의 생애를 다룬 《몽수전》이란 책을 써서 보답했습니다. 이헌길이 펴낸 책에는 홍역 치료법이 쓰여진 《마진기방(麻疹奇方)》이 있고, 그가 처방한 ‘승마갈근탕(升麻葛根湯)’은 지금도 아이들 병에 쓰이고 있다고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