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송서ㆍ율창을 부르면 신선 된 기분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08]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 이야기 한 율창과 시창은 한시(漢詩)를 율조(律調)에 올려 부르는 노래로 송서, 시창, 율창 등은 모두 소리를 내어 글을 읽는 독서성이나 낭송에서 출발하였다는 점, 판소리 춘향가에 나오는 어사가 된 이몽룡이 변사또의 잔치상에 들어가 지어 부른 -금준미주천인혈(金樽美酒千人血), 옥반가효만성고(玉盤佳肴萬姓膏), 촉루락시민루락(燭淚落時民淚落), 가성고처원성고(歌聲高處怨聲高)의 7언4구는 유명한 시창이란 점을 얘기했다.

 

이 시는 조선조 광해군 때 성이성이 지었다고 하는데, 이는 명나라에서 온 사신의 시를 고쳐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는 점, 벽파는 <관산융마(關山戎馬)>를 서도식 율창(律唱)이라 불렀는데, 이는 높은 청으로 속소리를 내며 비애조(悲哀調)가 섞인 서도지방의 시창이기 때문에 일반 시창과 구별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7언(言) 1구(句)의 한문시는 우리 주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전통가옥에는 거의 예외 없이 보이고 있으며, 그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글을 읽거나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더욱이 그 시의 의미를 이해하고 이를 창으로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더더욱 만나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시구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일상에서 시창으로 즐겨 부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서울시 무형문화재 <송서ㆍ율창보존회> 회원들이고, 또 다른 그룹은 해마다 <글 읽는 나라 문화제전>에 참가하고 있는 남녀노소 경창자들이다.

 

 

“어린이나 젊은 남녀학생들이 그 어려운 한시를 줄줄 외워 부르는 걸 보고 충격 받았어요! 우리집 아이들에게도 시켜보고 싶네요.”

 

경연 당일 취재를 하며 열심히 사진을 찍던 어느 기자가 나에게 조용히 귀띔 해 주던 말이다. 송서와 시창을 자주 보고, 들어 온 나로서도 참가자들의 수준이 해마다 높아지는 상황을 목격하고 감동을 받았는데, 처음 대하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충격이라는 표현이 지나친 말이 아니리라 생각되었다.

 

그렇다. 과거 전통사회에서 한시를 읽고 쓴다는 일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과정이 아니었다. 그 어렵다고 하는 한시를 쓰고,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한문 공부가 기본이었는데, 이것은 소위 지식인 계층만이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들이 그 어렵다고 하는 한문시를 줄줄 암기할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바로 창이 지니고 있는 효과가 아닐까 한다.

 

 

다시 말해 창의 효과란 단순히 눈으로 글자만을 읽고 외우는 문학적인 접근이 아니라, 입으로 소리를 내되, 고저를 넣어 읊어나가는 음악적 접근이었던 것이다. 소리 내어 큰 소리로 창을 하는 방법은 오랫동안 읽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방법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기에 암기가 가능했고, 본인 뿐 아니라 가족을 비롯하여 주변의 이웃도 그 소리에 익숙해 질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시(詩)에 고저를 넣어 큰 소리로 읽어나가는 방법이, 바로 시창이나 율창, 송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일 것이다.

 

밤이 깊어가도 소음이 그치지 않는 도시를 떠나 고요한 산골 마을에서 만나게 되는 선비의 책을 읽는 소리, 그리고 시를 읊는 가락이 낭랑한 목소리를 타고 들려오는 상상은 그 자체로도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인가!

 

다음의 내용은 제3회 <글 읽는 나라 문화제전>에서 으뜸 영예를 차지한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서 출전한 김형주 경창자와 시상식을 마치고 나눈 대화의 일부이다.

 

 

서한범- 송서, 율창을 공부하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

김형주-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배워 갈 부분들이 많다는 점, 무엇보다도 한자들이 품고 있는 깊은 내용에 대해서 상당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지요. 좋은 내용위에 가락을 얹어 부르면 마치, 신선이 된 기분이에요. 효의 가르침이나 자신의 인격수양, 나를 다스리는 내용 등은 정말 혼자 읽기 아깝습니다.

서한범-어린이들에게는 어렵지 않을까?

김형주-(더욱 흥분하며) 지금 우리 국민들의 현실은 한문 교육이 위축되어 있는 탓에 그 영향이 어린세대까지 미쳐 외래어와 비속어가 난무하는 시대입니다. 율창은 한시를 노래조로 읊는 것이기에 억지 공부가 아닌, 스스로 즐겁게 한자 공부의 기회를 열어줍니다. 성인들보다는 미래 시대의 주역인 어린이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보급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서한범- 송서와 시창의 매력은?

김형주- 유창 스승님께 소리를 배울 때, 먼저 아름다운 선율에 반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가락을 듣게 되면, 나도 모르게 정서적으로 차분해 지지요. 다음은 교훈적인 내용에 반합니다. 송서와 율창을 배우면서 우리 문화재를 지켜간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게 되고, 저를 포함한 송서 율창 이수자들이 우리의 가락을 더 자랑스럽게 여기고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 전파시킬 의욕에 차 있습니다. 송서ㆍ율창의 매력에 젖게 되면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음악치료로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찬 그녀의 결의는 그칠 줄 몰랐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