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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혀를 쑥 내밀고 있는 궁궐지킴이 천록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03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경복궁 어구의 곁에 누운 석수(石獸, 돌짐승)가 있다. 얼굴은 새끼 사자 같은데, 이마에 뿔이 하나 있고 온몸에는 비늘이 있다. 새끼 사자인가 하면 뿔과 비늘이 있고, 기린인가 하면 비늘이 있는 데다 발이 범과 같아서 이름을 알 수가 없다. 후에 비교하여 고찰해 보니, 중국 하남성 남양현의 북쪽에 있는 종자(宗資)의 비(碑) 곁에 두 마리의 석수(石獸)가 있는데, 그 짐승 어깨에 하나는 '천록(天祿)'이라 새겨져 있고, 다른 하나는 '벽사(辟邪)'라 새겨져 있다. 뿔과 갈기가 있으며 손바닥만 한 큰 비늘이 있으니 바로 이 짐승이 아닌가 싶다.“

 

이는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 실려 있는 천록(天祿)에 대한 글입니다. 광화문을 지나 근정전으로 들어가는 흥례문을 들어서면 작은 개울 곧 금천(禁川)이 나옵니다. 그러면 작은 다리 영제교(永濟橋)를 건너야 하는데 이 영제교 좌우로 얼핏 보면 호랑이 같기도 하고 해태 같기도 한 돌짐승 곧 천록이 양옆으로 두 마리씩 마주보면서 엎드려 있습니다.

 

 

매섭게 바닥을 노려보고 있는 듯하지만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한 이 짐승들은 혹시라도 물길을 타고 들어올지 모르는 사악한 것들을 물리쳐 궁궐과 임금을 지키는 임무를 다하고 있습니다. 원래 천록은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지만 중국의 위압적인 것과는 달리 영제교의 천록은 개구쟁이처럼 혀를 쑥 내밀고 있는 모양으로 조각되어 해학적이고 친근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겨레는 궁궐지킴이 천록에도 해학을 담고 있습니다. 창덕궁 금천교에 있는 해치를 닮은 신수와 현무로 상징되는 거북상도 결국은 천록과 같은 임무를 띠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