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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이태원 부군당의 금기

이태원 부군당 (3)
[양종승의 무속신앙 이야기 39]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박사]  부군당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신성하면서도 또한 무섭고 위엄 있는 곳으로 인식되어져 부군당 내부는 물론 주위 가까이도 쉽게 얼씬거리지도 못했던 곳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해마다 행해지는 정기적 의례가 행해지거나 특별하게 부군님을 찾아뵙고자 하는 날 이외에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평상시에도 사람들은 부군당 앞을 지나가게 되면 부군님을 향해 두 손을 합장하여 경배하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부군님이 화를 내신다고 믿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험한 이곳을 늘 성스럽게 생각하게 되면서 나름대로의 부군당에 대한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금기들을 지키게 된 것이다.

 

이태원 부군당과 관련된 금기들은 부군당의 영험력을 과시하거나 주민들이 이곳을 더욱 신성시하고 경외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내용들이다. 그뿐만 아니라 금기 중에는 자연친화적인 내용들도 있어 자연경관을 더럽히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태원 부군당에서 거행해 온 오래된 의례 전통을 이어가고 이를 전승하고자 하는 지역 사람들의 깊은 신앙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곳의 금기 내용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부군당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부정하면 화를 입는다.

 

 

이는 부군당과 무속신앙에 대한 깊은 신앙심을 반영한 것이다. 6. 25 당시에는 폭탄도 부군당을 피해갈 정도로 이곳에 계시는 부군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영험한 분으로 여겨졌었다. 영적인 힘을 가진 초자연적이고 초인간적인 존재의 신령을 부정하거나 또는 신령을 대상으로 좋지 못한 말을 하게 되면 크게 화를 입는다는 것이다.

 

2. 말을 타고 부군당 앞을 지나갈 수가 없다.

 

옛날에 이곳을 지나는 사람이 말을 타고 지나다가 말굽이 땅에 붙어서 결국 내려서 걸어가야 했었다. 특히 왜정 때 일본 순사들이 말을 타고 부군당 앞을 지나곤 하였는데 그때마다 말굽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아 결국 말을 탄 사람이 말에서 내려 부군당을 바라보고 절을 하여야만 지나 갈수가 있었다. 이는 부군당의 영험력을 과시하는 것으로서 부군당에 계시는 신령님들의 위엄을 알리는 것이다.

 

3. 상여는 부군당 앞을 지나갈 수가 없다.

 

부군당 앞으로 상여가 지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애초부터 근처에 상여가 나갈 때면 부군당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길로 돌아가야 했다. 이는 죽음 자체를 부정으로 보는 시각과 같은 것에서 생겨난 것이다. 마을의 무속신앙에서는 부정을 풀기 전에는 깨끗한 신령을 모시지 못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4. 부군당 안팎에 있는 나무를 꺾으면 화를 입는다.

 

 

이는 부군당의 영험력을 과시하는 교훈이며 자연환경을 해치면 좋지 않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과거에는 나무가 땔감용으로 긴요하게 사용되었기 때문에 나무를 베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곳 이태원 부군당 주위에도 나무들이 무성하여 주민들이 땔감으로 베어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부군당과 관련된 금기 중 하나가 이곳의 나무를 베어가면 화를 입는 것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각별히 주의하였다고 한다. 이는 자연환경을 위하는 교훈이기도 하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부군님과 연관되어진 자연적 소유물을 지속적으로 존속시킴으로써 부군당의 존재 가치를 더욱 확고하게 하기 위함이다.

 

5. 부군당 주의에서 오줌을 누면 화를 입는다.

 

이 역시도 이곳이 성스러운 곳임을 나타내는 교훈이다. 성스러운 곳은 깨끗하게 관리하여야 한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곳은 마을에서 동떨어져 있으면서 사람들이 이곳 주의를 얼씬거리기 꺼려하는 곳이다. 그래서 은밀하게 행해지는 행위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6. 부군당제를 지내지 않으면 화를 입는다.

 

 

과거 일제강점기 일본제국주의는 무속신앙을 무시하고 억압하였지만 이곳 마을 사람들은 되도록이면 매년 행해져왔던 정기적 의례를 거르지 않았다. 그래서 당굿은 거의 해마다 이어졌던 것이다. 부군당 의례를 거르거나 소홀히 다루면 주민들이 화를 입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제강점기 일본인들도 이곳 당의 의례를 허락했었던 것이다. 이는 이태원 부군당 의례의 오래된 전통과 지역 사람들의 깊은 신앙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7. 부군당에 무단 침입하면 화를 입는다.

 

부군당에 무단 침입하면 화를 입는다. 과거에는 부군당이 상당히 무서운 곳으로 여겨져서 훤한 낮에도 부군당 부근에 얼씬도 못했다고 한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도둑이 부군당 담을 넘으려는데 담벼락에 손과 몸이 붙어 떨어지지 않아 결국 도둑은 잡히고 만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것은 부군할아버지와 부군할머니가 영험하셨기 때문인데, 이러한 금기들은 마을 사람들의 깊은 신앙심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