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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물이 흐르는 글씨 ‘지리산 천은사’ 편액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032]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조선 초기 안평체의 이용(안평대군), 중기 석봉체의 한호(석봉), 말기 추사체의 김정희와 더불어 원교체(圓嶠體)라는 독특한 필체의 이광사(李匡師, 1705~1777)는 조선 4대 명필의 한 사람입니다. 전남 구례의 지리산 천은사 일주문에는 이광사가 물 흐르는 듯한 수체(水體)로 쓴 ‘智異山泉隱寺’(지리산 천은사)'라는 편액이 걸려있지요. 천은사는 원래 이름이 감로사(甘露寺)였는데 숙종 때 고쳐 지으면서 샘가의 구렁이를 잡아 죽이자 샘이 사라졌다고 해서 ‘샘이 숨었다’는 뜻의 천은사(泉隱寺)로 이름을 고쳤습니다.

 

 

그러나 그 뒤 원인 모르는 불이 자주 일어나자 마을 사람들은 절의 수기(水氣)를 지켜주는 구렁이를 죽였기 때문이라고 두려워했는데 스님들이 이광사를 찾아가 물 기운이 없어 도량에 화재가 잦다면서 일주문 편액에 달 글씨를 써주되 물을 담뿍 담아달라고 했지요. 그 뒤 물 흐르는 듯한 이광사 글씨 편액을 붙인 뒤로는 불이 나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지금도 고요한 새벽 일주문에 귀를 기울이면 편액에서 물소리가 들린다고 하니 당시 이광사의 글씨는 신비스런 경지에 다다른 것이 분명하지요.

 

이광사의 글씨에 서린 또 하나의 이야기는 추사(秋史) 김정희와 관련이 있습니다. 추사가 1840년 제주로 귀양 가는 길에 일지암의 초의선사에게 들러 '조선의 글씨를 다 망쳐 놓은 것이 이광사인데, 어떻게 그가 쓴 대웅보전 현판을 걸어놓을 수 있는가?'라며 내리라고 했다가, 9년 뒤 귀양이 풀려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다시 들러 '이광사의 현판을 다시 걸어 놓으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유배지에서 추사체를 완성했던 추사는 새롭게 원교 이광사의 원교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지요. 원교체를 다시 말하면 중국의 필체가 아니라 18세기 이광사가 완성한 우리 고유의 서체(書體) ‘동국진체(東國眞體)’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