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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 특별전 막 내려

국립중앙박물관 소속 11개 박물관 함께 고려 관련 특별전도
172,101 명이 대고려전 관람, 하루 평균 1,956명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2018년 12월 3일 개막하여 2019년 3월 3일까지 열린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이 막을 내렸다. 고려 건국 1,100돌을 기려 마련된 이 특별전은 ‘미술로 보는 역사’라는 전시 방향을 설정하여 출발하였으며 전시 공간 및 주제는 크게 ‘수도 개경과 왕실의 미술’, ‘사찰로 가는 길’, ‘차가 있는 공간, 다점(茶店)’으로 기획하였다.

 

바닷길을 통해 1100년 전 고려의 수도 개경(현재의 개성)의 관문인 예성강 벽란도에 도착한 관람객은 왕실의 연회에 참석해 왕실의 미술을 감상하고 사원으로의 순례 여행을 떠났다. 절로 가는 길은 어느 절 앞에 있었을 다점으로 이어진다. 다점에서는 고려사회를 이끌고 간 유교적 교양으로 훈련된 고려의 지식인을 만나고, 전시의 마지막 구성인 ‘공예의 나라, 고려’를 통해 다시 세속의 공간으로 연결된다.

 

나라안팎 5개 나라 45개 기관으로부터 모두 450여 점을 받아 전시된 대고려 특별전은 한국문화재를 주제로 한 전시에 있어 새로운 전환점을 남겼다. 특히 정교한 예술성, 창의성을 보여주는 고려 미술의 의미와 현재적 가치를 재조명했다는 데 각별한 의미가 있다

 

172,101 명이 대고려전 관람(하루 평균 1,956명)

한국문화재 주제로 개최한 전시 사상 하루 평균 최다 관람객

* 기존 한국문화재 전시 하루 평균 957명 대비 상향

 

 

 

 

 

88일의 전시 기간 동안 17만 2천여 명의 관람객이 박물관을 찾아 우리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중세 왕조, 고려를 만났다. 그간 한국 문화재를 주제로 한 전시의 하루 평균 관람객이 957명이었던 것이 견주면, 이번 특별전은 하루 평균 1,955명이 전시를 관람하여 관람객수에 있어서도 새로운 기록을 갱신했다.

 

특별전 성과 1: 고려 문화에 대한 재인식

 

관람객수에서 뿐만 아니라 대고려 특별전의 가장 큰 성과는 고려 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재인식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끊임없는 외침과 고난 극복의 역사만이 아닌 동북아시아 국가들과의 상호 교류 양상을 통해 고려의 개방성과 국제성을 탐구할 수 있었다. 고려 문화의 특징을 개경, 귀족, 불교문화, 다점, 지식인, 공예라는 핵심 주제를 통해 전달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전달하고자 한 점도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고려에 대해 막연하게 알고 있던 점이 구체화되고 새로운 모습을 찾기도 했다.

 

절문화재 조사, 중세고고학 발굴 성과, 해양 출수 유물, 보존과학적 조사 등을 통해 밝혀진 새로운 자료가 대거 소개되었다. 녹니석(綠泥石)으로 제작된 잔과 잔탁은 《고려사》 예종대 서경의 반룡산에서 발견한 보옥으로 제기를 만들어 태묘(太廟)에서 관제(祼祭)를 지낼 때 올렸다는 기록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고려시대 예제(禮制)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다.

 

합천 해인사의 건칠희랑대사좌상과 고려 대장경판을 비롯해 청양 장곡사 약사여래좌상, 문경 대승사 아미타여래좌상, 해남 대흥사 금동관음보살 좌상 등 나라 안 절이 소장한 성보문화재가 전시된 점도 주목된다. 나라밖의 작품으로는 이탈리아 로마예술박물관 소장 고려 아미타여래도와 영국 피츠윌리엄 박물관 소장 곰퍼트의 수집품 고려청자와 영국박물관의 둔황 불화가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고려의 차 문화를 조명한 것도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대고려전은 향기가 있는 전시로, 왕실의 의례에서부터 스님의 수행 공간, 고려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차문화를 다점이라는 공간을 설정하여 시각, 청각, 후각을 통해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오감을 만족하게 하는 전시 연출에 대한 관람객의 반응이 매우 높았다.

 

그동안 축적된 보존과학 분야의 성과가 전시를 통해 공개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고려전을 준비하며 나전묘금(螺鈿描金) 물가풍경무늬 향 상자, 건칠보살좌상에 대한 심도 있는 과학적 조사가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는 한국미술사학회와의 공동 개최 학술대회에서 발표되었다.(18.12.15) 나전칠기 및 건칠상의 재료, 제작 기법 등은 동아시아 공예, 기술사적 연구에 있어서도 중요한 파급력을 갖는 주제인 만큼 미술사적으로 의미 있는 내용이었다.

 

특별전 성과2 : 연계 행사, 교육 프로그램, 학술 행사 등

 

 

 

 

고려 건국 1100돌을 기려 지난 일 년 동안 전국의 국립박물관에서는 모두 11회의 전시를 열었다. (붙임1) “삼별초와 동아시아”(국립제주박물관) ,“개태사”(국립부여박물관) 등 각 박물관의 지역적 특성과 관점에 맞게 진행되어 고려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조명할 수 있었다. 지역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철저하게 지역과 밀착된 인물과 사건 중심 이야기 구성,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발굴 성과 위주로 고려 문화의 특성을 조망했다.

 

대고려 특별전에 앞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고려 건국일(2018.7.25)에는 고려음악회와 ‘큐레이터와의 대화’ 600회 기념 ‘고려를 이야기하다’를 진행했다. 또한 고려대장경, 희랑대사좌상의 이운행사가 합천 해인사와 연천 숭의전에서 열렸으며, 거울못 소원등 뛰우기 행사도 진행되었다.(2018.11. 9~10) 고려전과 연계한 어린이, 청소년, 성인, 외국인 대상 강연 시리즈 및 교사초청 워크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연중 진행되어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의 이해를 도왔다.

 

특별전으로 전달할 수 없는 내용이나 새롭게 점검할 필요가 있는 분야는 학술적인 행사와 연계해서 논의했다. 거시적으로는 개막 기념 명사 초청 국제 심포지엄 “고려 건국 1100주년, 통합과 화해의 시대, 문화에서 길을 찾다”(2018.12.3.)를 열어 현재 한국사회가 처한 첨예한 문제의 답을 과거의 역사 속에서 찾아보자는 기획을 했다. 이리나보코바(전 유네스코사무총장), 수웨이 악소이(아이콤 회장) 등 국제적인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자리였다. 이밖에 한국미술사학회와 공동 개최한 “대고려, 그 찬란한 미술” 학술대회 (2018.12.15.)의 발표를 통해 실제 전시에서는 충분히 전달할 수 없었던 내용을 보완한 점도 중요한 성과이다.

 

전시 기간 중 모두 4차례, 여덟 가지 주제로 진행한 전문가 특강에는 매 회차 400석이 넘는 자리를 가득 메운 청중이 대고려전 및 고려 역사문화에 대한 더욱 깊은 관심을 보여줬다. 한국중세사학회와 공동개최하는 학술대회(2019.2.19.)를 통하여 다양한 학술적 성과를 점검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번 전시의 중심 주제는 다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외부의 인적, 물적 요소를 수용하여 만들어간 고려 문화의 국제성과 개방성이었다. 어느 시기보다도 고려시대에는 전통적인 것과 외래적인 것의 창조적인 결합이 이루어졌으며, 때로는 일방적인 외래문화의 이식도 있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진 이 시대의 문화 맥락에서 각각의 작품이 가진 시기와 국적에 대한 논의, 제작기법이나 기술사적 연구에 대한 필요성에 더욱 불을 지폈다. 과연 고려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질문하게 하였다. 이제 고정된 시각을 탈피하여 고려시대에 있어 한국문화의 성격과 범주를 어떻게 봐야할 것인지 더욱 심도 있는 학술적인 토론이 이루어질 때가 되었다.

 

특별전 성과3 : 인터넷,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

네이버 TV 전시생중계 12,260명 동시 접속, 다시보기 6,000명 이상 시청

 

 

 

 

 

이번 특별전에는 전시를 직접 찾을 수 없는 관람객이거나 전시 관람 후 전시의 감동을 간직하길 원하는 이를 위해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였다. 인터넷 접속을 통해 생생한 전시장을 느낄 수 있도록 ‘네이버 전시 생중계’(2018.2.1.)와 ‘전시 다시 보기’를 통해 18,000여 명이 접속하여 특별전의 큐레이팅(전시 모습)과 상세한 전시 해설에 참여했다. 생중계 당시에 만 개 이상의 댓글이 달려 전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에서는 가상현실(VR) 전시를 업로드 해 전시가 종료된 이후에도 전시장의 모습과 대표 작품을 확인할 수 있게 하였다. 직접 전시를 찾을 수 없는 분들의 아쉬움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보완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각종 디지털 자료들은 특별전 종료 후에도 특별전의 전시 내용과 연출 등 현장의 성과가 영구적인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소통하고 참여할 수 있게 하여 고려 미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 있으켰다는 점도 이번 특별전의 의미 있는 시도였다.

 

특별전 성과4 : 전시 후기, 관람객 반응

온라인, SNS 관련 게시물 4,000개 이상

 

박물관은 남녀노소, 국적, 학력 등에 구분 없이 관람객들이 자발적으로 방문하며 각자의 의지에 따라 관람을 하는 문화와 휴식공간이다. 이번 특별전을 찾은 익명의 많은 관람객들이‘그동안 잘 몰랐던 고려 문화의 찬란함을 더욱 깊고 가깝게 알게 되었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 이 전시로 인하여 고려 문화에 대하여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하게 되었다. 고려 문화의 기술력과 국제성과 개방성을 느꼈다.’고 감상 소감과 평을 남겼다. 결과 이 전시는 기획에서 의도한‘그동안 부각되지 않았던 고려 문화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자’는 성과를 어느 정도 이루었다고 본다.

 

‘고려 미술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는 성과의 배경에는 전시 동선 상에 복합적인 공간을 포인트로 설정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전시품들을 분절적으로 나열하기 보다는 문화현상이 일어나는 현장, 곧 왕실, 절, 다점을 설정하고 그와 연결된 소주제들을 결합하여 미술문화를 입체적으로 느끼도록 했다. 고려시대에 이러한 공간들은 각기 강조점은 다르겠지만 신앙, 학문, 상업, 축제의 제 활동이 일어났던 복합적인 곳이었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또한 그 장소에서 문화를 향유했던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경전, 발원문, 문집의 문구를 적극적으로 제시했던 것도 관람객들에게 공감을 일으켰다.

 

박물관 특별전이 나아가야 할 방향, 관람객과 좀 더 소통할 수 있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이후 전시에서도 지속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