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吹花擘柳半江風(취화벽류반강풍) 꽃 날리고 버들가지 날리며 강바람 부는데
檣影搖搖背暮鴻(장영요요배모홍) 돛대 그림자 흔들리는 저녁배 위에 기러기 등져 있네
一片鄕心空倚柱(일편향심공의주) 한 조각 고향 생각에 부질없이 기둥에 기대서니
白雲飛度酒船中(백운비도주선중) 흰 구름은 날아서 술 실은 배를 지나네
이 시는 제천정에서 중추부사 송처관의 운(韻)에 차운(次韻)한 홍겸선의 시에 화답한 김종직의 한시입니다. 강바람이 거세어 꽃이 날리고 버들가지가 이리저리 날리는데, 저 멀리 돛대가 흔들거리는 배가 떠 있습니다.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생각이 간절해 기둥에 기대서 있으니, 술을 실은 배 위로 흰 구름이 부질없이 지나갑니다. 수채화를 보는 듯 아름다운 한 편의 꿈같은 시입니다.
김종직은 조선전기 병조참판, 홍문관제학, 공조참판 등을 지낸 문신이며 학자였습니다. 정몽주와 길재의 학통을 계승하여 김굉필, 조광조로 이어지는 조선시대 도학 정통의 중추적 역할을 한 사람입니다. 그가 생전에 지은 <조의제문(弔義帝文)>은 조선 성종 때 세조의 왕위찬탈을 풍자해 쓴 글로 무오사화가 일어나 많은 유신들이 죽임을 당하고 김종직은 부관참시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