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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수라와 입시 그리고 혼밥과 집밥 이야기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04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우리나라의 밥짓기는 천하에 이름난 것이다. 밥짓는 것이란 별다른 것이 아니라 쌀을 정히 씻어 뜨물을 말끔히 따라버리고 솥에 넣고 새 물을 붓되, 물이 쌀 위로 한 손바닥 두께쯤 오르게 붓고 불을 때는데, 무르게 하려면 익을 때쯤 한번 불을 물렸다가 1, 2경(頃) 뒤에 다시 때며, 단단하게 하려면 불을 꺼내지 않고 시종 뭉근한 불로 땐다.” 이는 1800년대 초 문신 서유구가 쓴 《옹희잡지》에 나오는 말입니다.

 

우리 겨레는 예부터 밥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래서 밥의 종류도 무척이나 많았지요. 먼저 밥의 이름을 보면 임금이 먹는 수라, 어른에게 올리는 진지, 하인이 먹는 입시, 제사상에 올리는 젯메(메) 등이 있습니다. 물론 벼를 깎은 정도에 따라서도 나눌 수 있는데 현미밥부터, 조금 더 깎은 7분도밥과 가장 많은 사람이 해먹는 백미밥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진밥과 된밥 그리고 고두밥이 있습니다.

 

 

또한 밥에 섞는 부재료에 따라서도 나누어집니다. 먼저 정월대보름에 찹쌀, 검은콩, 팥, 찰수수, 차조로 해먹는 오곡밥, 계절에 따라 나는 푸성귀(채소)나 견과류를 섞어서 짓는 밥이 있으며, 콩나물밥, 완두콩밥, 무밥, 감자밥, 밤밥, 우엉밥, 냉이솥밥, 굴밥은 물론 톳과 문어다리를 넣어서 지은 문어톳밥까지 있습니다. 또 계절에 따라서 밥 종류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봄에는 시루떡에 고물로 쓰는 팥을 넣어 만든 거피팥밥, 여름에는 햇보리밥, 초가을에는 강낭콩밥이나 청태콩밥, 겨울에는 붉은 팥 또는 검정콩으로 밥을 해먹습니다.

 

그밖에 1800년대 말 즈음 나온 조리서에 처음 등장하는 골동반(骨董飯)이라고 하는 비빔밥도 있고, 옛날 공부하던 선비들이 밤참으로 먹으려고 제삿밥과 똑같이 만들어서 먹은 데서 유래한 안동 헛제삿밥도 있지요. 헛제삿밥은 신과 인간이 같이 먹는 음식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비빔밥과 헛제삿밥은 비교적 최근에 새롭게 생긴 음식입니다. 그런가 하면 혼자 먹는 밥이라 하여 ‘혼밥’, 집에서 먹는 밥과 같다하여 ‘집밥’이란 말도 생겨났습니다. 요즘 쌀 소비가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밥 힘으로 산다'는 말처럼 배달겨레에게는 밥이 으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