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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연호 사랑과 한국의 단기 버리기

[맛있는 일본이야기 482]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에서는 지금 새로운 일왕의 연호(年号)인 '레이와(令和)'가 발표되어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그제(1일) 오전 11시, 스가요시히데 관방장관의 새로운 연호 발표가 있었던 시각 NHK생중계는 19%의 높은 시청률을 보일 정도로 일본인들의 연호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다. 이로써 일본은 지난 1989년에 시작된 '헤이세이(平成)'시대를 마감하고 레이와(令和)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번에 새로 쓰게 되는 연호는 서기 645년의 다이카(大化)로부터 시작해서 248번째에 해당하는 것으로 2019년은 레이와(令和) 1년이 된다. 새로운 연호인 레이와(令和)는 일본 고전인 《만엽집(萬葉集)》에서 인용해서 지은 것이다. 그동안은 대개 중국 고전에서 따다가 만들었는데 견주어 이번에는 일본 고대의 문학작품에서 만든 것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새 연호인 레이와(令和)의 뜻은, 《만엽집》의 “梅花の歌三十二首の序文”에서 인용한 것으로 ‘영월(令月, 축하하고 싶은 달)의 부드러운 바람과, 매화의 향기를 찬양하는 노래 구절’ 속에서 고른 것이다.

 

 

뜻이 무엇이든 간에 대대로 중국 고전에서 연호를 짓다가 올해는 자국의 문학작품 속에서 고른 낱말로 연호를 지었다는 것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른 견해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자국의식이라는 측면에서는 그다지 나쁘다고 할 수 없다는 견해도 수긍이 간다. 문제는 일본인들의 갖는 ‘연호’ 의식은 이웃나라인 우리가 보는 것과는 완전 다른 의식 구조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연호의 일상화이다.

 

한국인들은 일본의 연호가 어느 정도 비중 있게 일본 사회에서 쓰이고 있는지 잘 모를 것이다. 태어나서 신고하는 호적에서부터 은행, 우체국 등 모든 관공서에서 쓰는 기록은 서기가 아니라 자국의 연호로 적어야한다. 일본에 있을 때 가장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이 연호였다.

 

필자는 쇼와 말기 (昭和, 1926-1989)부터 헤이세이(平成, 1989-2019) 시대 내내 일본을 드나들었던 사람으로서 그때마다 연호에 대한 부적응(?)이 떠오른다. 요즈음은 사정이 조금 다르지만 1980년대만 해도 달력이나 수첩 따위에 서기를 표기하지 않고 연호만 쓰는 경우가 많았었던 기억이다. 더군다나 메이지(明治, 1868-1912) 시대까지 써 오던 음력을 버리고 양력만을 쓰는 일본사회에서 지내다 보면 그런 불편(?)함은 더 심해진다.

 

제사라든가 생일이라든가를 음력을 기준으로 써오던 필자에게는 보통 불편하게 아니었다. 요즘도 한국에서 새해 수첩을 사면 음력날짜를 양력으로 환산하여 수첩에 따로 표시하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아예 음력 자체를 쓰지 않기에 환산하는 작업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1980년생이라든지, 1945년생이라는 말로 태어난 해를 말하지만 일본인들은 대정 5년, 쇼와 34년, 헤이세이 10년 이런 식으로 태어난 해를 말한다. 이런 표기를 볼 때마다 자기들끼리의 암호를 잘도 쓰는구나 싶기도 하다가도 씁쓸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여기서 씁쓸하다는 것은 일본 사람들에 대한 것이 아니다. 우리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쓰는 ‘2019년’ 같은 서기표기는 서양의 잣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잣대인 단기가 올해 몇 년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올해는 4352년임을 말해두고 싶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의 연호처럼 일상화 하지 않기에 생긴 일이다. 자국의 역사를 나타내는 연호(한국의 경우 단기)를 호적이나 관공서에서 쓴다면 우리 자신의 역사가 2019년에 그치지 않고 4352년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텐데 말이다.

 

 

그렇다면 불편하지 않느냐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일본을 보라. 무엇이 불편한가 말이다. 쇼와 30년생, 헤이세이 30년과 같은 것은 일본사람들끼리 쓰는 것이고 국제적인 일에는 서기를 쓰면 된다. 그것을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일본사람은 없다. 그러니까 아직도 호적이나 은행, 우체국 등 관공서 년도 표기 란에 연호를 쓰고 있지 않느냐 말이다.

 

 

그들보다 더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는 4352년이란 단기를 버리고 2019년으로 쓰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의 소리는 그 어느 곳에서도 들려오지 않는다. 호적이나 관공서 용지에서는 그만두고 흔해빠진 달력에라도 병기(倂記)해주면 좋겠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달력에는 단기 표기를 나란히 했었다. 역사의식이라는 것은 자신의 것을 버리고 남의 잣대로 기준을 세우는 일에 몰두하는 한 아무리 해도 그 깊이는 깊어지지 않음을 이웃나라 연호 뉴스를 보면서 새삼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