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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더 쉽고, 재미있는 송서ㆍ율창을 기대한다

[서한범 교수의 우리 음악 이야기 414]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궁중음악의 수제천과 같은 불규칙 장단, 그리고 무장단으로 불러 나가는 송서ㆍ 율창에서의 숨자리와 교감(交感)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교감이란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세계로 오랜 경험을 축적해 온 연주자들의 감각이 아니고는 이러한 연주나 제창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제까지 수차에 걸쳐 송서나 시창이 어떤 장르의 성악이고,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 소리인가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우선, 느린 박자로 부르는 무장단의 소리라는 점, 하나의 악구가 숨의 단위가 되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소리라는 점, 창법은 깊은 소리를 내는 육성(肉聲)과 고음의 가성(假聲)창법이 혼재되어 있다는 점, 선율 형태는 장인굴곡의 가락과 다양한 시김새를 구사하고 있는 점 등이다.

 

이러한 점에서 시조창의 형태와 유사한 노래임으로 단순히 타인의 소리를 듣고 따라 부르기만 되는 노래가 아니라, 정가의 창법이나 호흡법을 익혀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시창은 한문으로 지은 시(詩)를 노래하는 것으로 그 속에 담겨있는 뜻이나 의미를 이해하고 난 뒤에 불러야 하기에 누구나의 접근이 용이치 않았던 지식인 계층의 가락이었던 것이다.

 

 

우리음악 속에 자리잡고 있는 노래는 가곡이나 가사, 시조, 판소리, 입창, 좌창, 민요, 의식요 등 그 종류가 다양하지만, 그 어떤 노래도 노랫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즐길 수 있는 노래는 거의 없다. 특히 송서나 시창의 노랫말은 고문이나 한문으로 지은 시를 노래하기 때문에 읽기도 어렵거니와 그 의미를 이해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지난해 제3회 전국 송서ㆍ율창 경연대회를 참관해 보면서 어린이들을 비롯하여 다수의 남녀노소가 실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전을 읽으며 교훈을 얻고, 한시를 읊으며 멋을 찾는 이러한 대회는 문광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크게 키울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하게 느꼈다.

 

아울러 송서나 시창이 보다 더 넓게 확산되어 누구든 부담없이 부를 수 있고,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는 더 접근이 쉬운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접근이 쉬운 새로운 작품이라면 우선, 사설의 내용이 쉽게 이해되어야 할 것이고, 한문 위주의 노랫말에서 한글이나 국한문이 포함되어야 하며, 전제적인 길이나 소요시간도 조정되어야 한다. 또한 속도의 변화와 국악기의 반주가 첨가되어야 한다.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송서ㆍ율창은 서울시가 지정한 무형 문화재이다. 바라건대,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시(市), 도(道)의 무형문화재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이렇게 확대되면 정부는 <송서ㆍ율창> 종목을 특정 지역의 문화재로 국한하지 말고, 국가문화재로 격상시켜 국가차원에서 보존하고 계승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무엇보다도 서울특별시는 문화예술의 특별시답게 시민들에게 송서의 책읽기 운동이나 시창의 시 읊기 운동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다음의 몇 가지 활성화 방법을 추진해 주기 바란다.

 

첫째는 서울시 산하 각 구청(區廳)에 소속되어 있는 문화 및 문화재 담당 공무원들을 위한 정례 교양교육 프로그램에 송서와 율창을 소개해서 체험할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고, 둘째는 시 산하의 25개 구청에 소속되어 있는 문화원 교양강좌에 송서ㆍ율창을 반드시 포함시켜 개설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셋째는 송서ㆍ율창 경연대회를 서울시 주최로 열어서 그 규모를 키워 줄 것을 권한다. <송서ㆍ율창>의 이해는 물론이고, 책읽기 운동의 목표는 반(半)이상의 성공을 거둘 것이다.

 

 

서울시 교육청에서도 책읽기 교육을 실시한다는 차원에서 송서ㆍ율창에 대한 관심을 갖고 각 구청별 시범학교를 선정, 운영방안을 검토해 주기 바란다. 독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높아질 것이며 정례발표회와 경연을 거쳐 학교와 학생들을 시상하고 격려한다면 책읽기에 대한 관심은 달라질 것이다.

 

나는 전에 <송서ㆍ율창> 학술대회에서 다음과 같은 취지문을 발표한 기억이 있다.

 

“선비란 글을 읽어야 행세를 하던 사람들로 책속에 담겨있는 진리를 터득하고 세상 살아나가는 방법을 배우며, 참된 길을 찾던 사람들이었다. 책을 통해 천하의 일을 미리 예상하고, 또한 준비해서 변화하는 세상에 적용할 수 있는 응용능력을 갖추어왔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선비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바로 책을 읽는 선비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무분별한 서구문화가 범람해도 전통사회의 문화를 되살리고 민족의 삶과 미래를 생각할 인물들을 만나보기 어렵게 된 현실이어서 안타깝다.”

 

전통사회에서의 송서ㆍ율창은 독서인들의 공부 방법이자 생활이었으며 독서인들의 인격 수양과 실천을 위한 방법이었다. 그러므로 음악적인 본연의 역할 뿐 아니라, 고전 교육을 통한 청소년 인성교육에도 크게 이바지해 온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책 읽기 운동을 전국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 구성원들의 심성이 더더욱 황폐화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우리의 어린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바로 책을 가깝게 하도록 지도하는 일이다. 책을 읽되, 크게 소리내어 읽도록 송서ㆍ율창식의 독서생활화가 필요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