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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돈키호테와 다람살라 방문기

인도는 원숭이가 우리의 사촌임을 기억하는 나라

한국의 돈키호테와 다람살라 방문기 (5)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그는 미국에서 왔는데 이름을 물어보니 로버트라고 한다. 나이는 50 정도 되어 보이는데 고향은 뉴욕이며, 다람살라에 간다고 대답한다. 그는 달라이 라마 제자로서 다람살라에 산 지가 6년 된다고 했다. 다람살라에 살고 있는 한국 스님인 청전스님이 생각나서 혹시 청전스님을 아느냐고 물어보니 만난 적이 있다고 한다. 세상이란 넓고도 좁은 곳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나는 청전스님을 거치면 바로 로버트와 연결되는 것이다.

 

조금 있다가 시간이 되어 우리는 프로펠러 비행기에 탔다. 좌석은 한 60석이나 될까? 프로펠러 비행기는 작년 2월에 네팔을 여행할 때도 타 보았는데, 프로펠러 소리가 시끄럽기는 하지만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비행기는 정시에 출발하였다. 다람살라까지 비행시간은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1시간 정도 지나자 창 너머로 멀리 히말라야의 하얀 설산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설산은 띄엄띄엄 보이는 것이 아니고 쭉 이어져 있었다. 참으로 멋진 광경이었다. 계속 이어지는 산들이 모두 흰 모자를 쓴 듯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오전 8시쯤 다람살라 공항에 도착하였다. 다람살라는 인도 북서부 히말라야 산맥 기슭에 있는 작은 휴양 도시로서 인구는 2015년 기준으로 53,000명에 불과하다. 1959년에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우고 티베트 사원을 세우면서 유명해진 도시이다. 다람살라는 인도 사람들이 사는 아랫동네와 티베트 사람들이 사는 윗동네로 나뉘어져 있다.

 

윗동네는 인도사람들이 '맥레오드 간즈' (줄여서 맥간이라고도 말함)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다람살라라고 말할 때에는 티베트 망명인들이 살고 있는 윗동네를 말한다. 윗동네는 해발 약 1,700m 정도로서 우리나라의 설악산 대청봉 높이 정도이다. 윗동네는 아랫동네보다 고도가 500m나 높은 험한 산비탈에 있으며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달동네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인구는 약 4,000명이라고 한다.

 

병산에게 카톡으로 물어보니 공항에서 다람살라까지 가려면 택시를 타고 30분 정도 걸리는데 요금은 900루피란다. 공항을 나서면서 로버트에게 다람살라까지 어떻게 갈거냐 물어보니 승용차가 마중 나온다고 한다. 그러면 나도 좀 태워달라고 말하니 선선히 승낙했다.

 

델리 공항 대합실에서 <사피엔스>를 같이 읽었다는 인연으로 900루피를 절약하게 되었다. 로버트는 아마도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승용차를 공항으로 보내달라고 한 것 같았다. 작은 크기의 승용차가 도착하여 두 사람 짐을 싣고 다람살라로 출발했다. 승용차의 운전자와 로버트는 잘 아는 사이 같았다.

 

다람살라로 올라가는 산길은 몹시 험했다. 대관령을 지나는 구 영동고속도로보다 더 험한 것 같았다. 길의 폭은 매우 좁아서 우리나라 모닝 승용차 정도의 작은 택시 두 대가 겨우 비켜갈 수 있을 정도밖에 안 되었다. 트럭이나 버스를 만나면 택시를 전진 또는 후진시켜 조금 폭이 넓은 곳으로 이동해야 비켜갈 수가 있었다.

 

깊 옆으로는 울창한 산림이었다. 활엽수와 침엽수가 보이고 심지어는 잎이 모든 떨어진 나무까지 섞여 있었다. 나무만 보고서는 계절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로버트에게 물어보니 지금은 이른 봄이란다. 눈이 녹고 나뭇잎이 새로 나오는 계절이라고 한다. 봄이 오는 속도는 고도에 따라서 지역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다고 것이다.

 

때때로 길가에 집과 건물이 보였다. 단층이나 2층의 낡은 집이 보였다. 가끔 깨끗한 3,4층 건물이 보이는데 그것은 호텔 또는 게스트하우스라고 한다. 어느 곳을 지나다 보니 “Save Our Leopards!” 라고 쓰인 입간판이 보였다. 아마도 숲 속에 표범이 있는데 멸종 위기에 처해 있나 보다. 로버트에게 숲에서 표범을 보았느냐고 물어보니 못 보았다고 한다. 로버트가 운전사에게 표범을 보았느냐고 물어보았다. 운자사는 자기가 40살인데 평생 딱 2번 멀리서 표범을 보았다고 한다. 히말라야의 숲속에 표범이 살기는 사는가 보다.

 

숲 가장자리에서 이동하는 원숭이들은 자주 보였다. 원숭이는 외톨이가 아니고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것 같았다. 조금 가다 보니 원숭이 무리가 길을 건너가고 있다. 차가 멈추고 원숭이들이 다 건너갈 때까지 기다린다. 인도 사람들은 원숭이와 공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로버트가 원숭이를 보더니 말했다. “인도는 원숭이가 인간과 사촌임을 기억하는 나라이다.”

 

 

《사피엔스》 제1장의 제목은 ‘별로 중요하지 않는 동물’인데, 여기를 읽어 보면 로버트의 말은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유발 하라리는 다음과 같이 썼다.

 

19세기에 진화론이 나온 이후 인간은 침팬지와 같은 조상에서 분화한 동물종이라는 것이 이제는 대부분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학적으로 보면 인간은 생태계의 동물계를 이루는 하나의 종일 뿐, 다른 동물과는 지위가 다른 특별한 존재라고 인정할 수 없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조상에 대해서 오해를 하고 있다.

 

인류의 조상은 ‘호모 사피엔스’ (homo sapiens: 슬기로운 사람) 하나 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인간(human)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호모 속(屬)에 속하는 동물’이고 호모 속에는 사실 호모 사피엔스 말고도 호모 에렉투스, 호모 솔로엔시스, 호모 데니소바, 등등 모두 6종의 인간 종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 여섯 종의 인간 종은 단일 계보로 진화한 것이 아니고 200만 년 전부터 약 1만 년 전까지 지구 여러 곳에서 동시에 살았다는 얘기다. 그러다가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인간종들을 멸종시키고 최후의 승자로서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00만 년 전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약 600 만년 전에 아프리카에 살았던 유인원에 속하는 한 마리의 암컷이 딸 둘을 낳았다. 이중 한 마리는 모든 침팬지의 조상이 되었고 다른 한 마리는 우리 인류의 조상이 되었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인류와 가장 가까운 종은 침팬지이고, 약간 가까운 종은 고릴라, 오랑우탄이 있다.

 

그러므로 로버트가 “인도는 원숭이가 우리의 사촌임을 기억하는 나라”라고 말한 것은 정확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인도인이 믿는 힌두교 신 가운데 하나가 하누만인데, 하누만은 힘을 상징하는 신으로서 특히 왕자들과 전사들이 숭배하는 신이라고 한다. 하누만은 원숭이 얼굴에 목은 짧고 피부색은 노랗고 희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으며 꽃처럼 생긴 갈기와 긴 꼬리를 가진 모습으로 그려진다.

 

원숭이를 하누만의 현신으로 인정하고 숭배하기 때문에 인도에서는 원숭이들이 아무리 행패를 부려도 기껏해야 생포해서 다른 곳에 풀어주는 정도가 고작이란다. 인도에서 화요일은 하누만에게 기도드리는 날이라고 한다. 다람살라에서도 원숭이를 흔히 볼 수 있는데, 나는 주차한 차 위에 올라가 있는 원숭이 부부(?)를 발견하고서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