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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천 번의 두드림으로 빚은 방짜유기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063]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예전 우리네는 놋그릇에 밥과 국을 담아 상에 올렸었습니다. 또 평안도와 황해도 지방에서는 혼담이 이루어질 때 상대 집의 놋그릇이 얼마나 구색을 잘 갖추고 있는지와 얼마나 잘 닦아 놓는지를 확인한 뒤에 혼사를 결정하였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지요. 놋쇠는 수저와 밥그릇은 물론 제기(祭器), 징ㆍ꽹과리 같은 악기도 만들고 혼수 품목의 하나인 대야와 요강도 만들었습니다. 특히 놋쇠로 만든 요강은 혼수품 1호였다고 합니다.

 

 

놋그릇 그 가운데 방짜유기는 구리 78%에 주석 22%를 합금한 것으로 천 번의 두드림으로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금속조직을 늘여서 만드는 것이어서 휘어지거나 깨지지 않고, 다른 유기에 견주어 광택이 뛰어나서 우리 겨레는 예로부터 방짜유기를 사랑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지요. 놋쇠가 식중독균을 99.9%나 없앤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는데 놋그릇을 쓰면 미나리 속 거머리도 없애고 놋숟가락은 음식의 독을 확인하는데도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또 스님들이 머리카락을 자를 때 꼭 방짜로 만든 가위를 쓰는데 만일 머리를 베이더라도 상처가 덧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머리 위로 하얀 서리가 덮인, 팔순을 넘긴 할머니가 주인 잃은 할아버지 놋그릇을 소중히 닦는 것은 희미하게 잊혀 가는 남편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과 그리움을 그 안에 담아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중국 사람들은 자기 그릇을, 일본 사람들은 나무그릇을 쓰는데 반해 우리 선조들은 유독 유기그릇을 아꼈다고 하는데 이제 박물관에나 가야 있을 놋그릇, 방짜유기가 다시 사랑받을 날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