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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리고 우리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손에든 '빠루'가 뭐에요?

빠루등 일본어투 건설용어, 올해는 우리말로 바꾸는 원년이 되길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최근 정치뉴스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빠루”가 요란하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빠루를 들고 "민주당 측이 준비한 건지, 국회 방호과에서 가져온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어제 저희가 뺏은 '빠루'입니다."라고 했다는 소식이다. 뉴스를 보지 않은 사람들은 ‘빠루’가 뭐야? 라며 궁금해 할 것이다. 물론 기사들은 ‘빠루 = 쇠 지렛대’라고 보충 설명을 하고 있지만 ‘쇠 지렛대’라고 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빠루’는 영어 ‘bar’가 일본어로 건너가서 빠루(パ―ル)가 된 말이다. 이것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발음 그대로 들여다 쓰고 있는 실정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건설용어(1997), 국어순화용어자료집>에서 빠루를 ‘노루발못뽑이’로 순화해서 쓰라고 권고하고 있다.

 

‘빠루’처럼 일본어투 건설용어는 굉장히 많다. "가리방(줄판), 가쿠목(각목), 고데(인두, 흙손), 고바이(벽돌세워쌓기), 공구리(콘크리트), 기리(송곳), 다카시(높이), 다테(세로), 요코(가로), 도와쿠(문틀), 마도(창), 아시바(비계, 발판), 오함마(큰망치), 빠루(노루발못뽑이), 히사시(차양)" 같은 말들은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처음에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는 일본말투의 연장 이름을 외워야하는 것이 고역일 듯싶다. 실은 작은 소책자를 하나 만들 정도로 ‘일본어투 건설용어’가 많기에 또 하나의 언어절벽을 경험해야 하는 근로자들의 이중고가 안타깝다. 물론 오랜 세월 현장에서 잔뼈가 굵다보면 ‘모국어’처럼 익숙하겠지만 그러나 자기 나라의 쉽고 편한 말을 두고 구태여 일본말로 된 용어를 익혀가며 공사를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일본 식물학의 아버지라는 마키노 도미타로(牧野富太郞, 1862-1957)는 그의 저서 《식물일일일제(植物一日一題)》에서 일본의 식물이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동안 일본의 풀과 나무 이름은 한자로 써왔는데 이것은 낡은 생각이다. 한자는 중국 글자이므로 일본 글자인 가나로 쓰는 게 편리하고 시대 조류에 맞다. 도쿄제국대학 이학부 식물학 교실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식물이름을 일본이름으로 바꿔 가타카나로 써오고 있다. 자기 나라의 훌륭한 식물이름이 있는데 남의 나라 글자로 그것을 부른다는 것은 자신을 비하하는 독립심이 결여된 생각이다. 이러한 자세는 자기 양심을 모독하고 자기 자신을 욕보이게 하는 것이므로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다.”

 

타산지석으로 마키노 도미타로의 말을 인용했지만 식물학자 마키노를 비롯한 나카이, 우에키, 마쓰무라, 이시도야, 하라, 기무라 등은 일제침략기에 한반도에서 발견된 식물에 자신의 이름을 버젓이 올린 사람들이다.

 

올해는 일제침략으로부터 광복을 맞이한 74년째, 그리고 지긋지긋한 침략의 역사를 청산하고자 온 국민이 저항의 역사를 쓴 3.1만세운동으로 부터는 100년째를 맞이하는 해다. 건설용어 뿐만이 아니라 끈질기게 생활 곳곳에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있는 일본말 찌꺼기를 ‘알기 쉽고 쓰기 쉬운 우리말’로 바꿔쓰는 원년이 되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