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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들려준 엄마의 이야기

엄마의 ‘마술’, 흰 광목이 검은빛 천 되어

[엄마가 들려준 엄마의 이야기 11]

[우리문화신문=김영자 작가]  지금은 옷가게나 천가게에 가면 눈부시게 아름다운 천들로 하여 나는 마음은 자못 흥분되고 감탄의 함성까지 나오군 한단다. 나도 처음엔 종종 곱고도 좋은 천들을 보면 가끔씩 흥분하여 보자기감으로 조금씩 사기도하는 버릇이 있었단다.

 

집에 있는 이러저런 꽃보자기들을 볼 때마다 나는 엄마의 자그마한 꽃주머니 속에서 엄마가 모아두었던 꽃천 조각들을 회상해 보군한단다. 엄마는 얼마나 갖고 싶었으면 그런 보잘것없는 헝겁오리까지 두고 보았을까?

 

멀고먼 옛날 1950년대 초 해방된 지 5~6년 밖에 안 되어 잘 살지 못 할 때였단다. 그런데다 아버지까지 없는 우리집은 가난할 때로 가난하였고 검은색바지 하나 사입자 해도 돈도 없었지만 천도 구하기 퍽 힘들었단다. 그렇다하여 학교 다니는 오빠들에게 흰광목 그대로 옷을 해입힐 수도 없었다는구나. 벌써 가을이 다가왔으니 겨울 준비도 해야했었다한다.

 

하루는 엄마가 나에게 “너 오늘 새끼줄 잘 꼬면 검은색바지 하나 해줄게, 엄마는 산에 갔다가 좀 늦게 온다.”고 하시더구나. 엄마는 큼직한 보자기를 들고 앞집 엄마랑 같이 산쪽으로 가시더구나. 나는 이상하여 머리를 저으며 집에 들어와 새끼줄을 꼬았단다. 이윽하여 학교에서 돌아온 오빠에게 “엄만 왜 천 사러 산으로 가는가?”고 물었더니 “너를 얼리려구 그럴 거다.”고 하더구나. 참 알고도 모를 일이였단다.

 

저녁 늦게 엄마는 큼직한 보따리를 이고 집에 오셨지. 나는 달려가 보따리 보고 “왼 나뭇잎을 이렇게 많이 뜯어 왔지? 불 때려구?”하였단다. 엄마는 희쭉 웃으면서 “기다려……” 하시더구나 나는 궁금한 대로 엄마의 내일을 기다렸단다. 다음날 엄마는 앞집엄마와 함께 큰 가마에 물을 길어다 붓고 불을 지피면서 나뭇잎을 가마에 쏟아 넣는 것이였다. 나는 으아한 눈길로 구경만 하였단다.

 

 

가마물이 펄펄 끓었단다. 나뭇잎이 푹 삶아진 모양이었단다. 엄마는 롱짝에서 흰 광목을 꺼내어 끓는 가마물에 넣곤 휘휘 저으시었지, 난 내 눈을 의심하였단다. 엄마는 마술쟁이였다. 흰 광목은 천천히 검은색으로 변해가더라. 나는 “와!” 함성을 질렀단다. 정말로 검은색천이 되였더구나. 엄마도 웃으시면서 “됐구나!” 하곤 안도의 숨을 쉬곤 천을 건져서 그늘진 곳 밧줄에 널어 말리우시였단다.

 

나는 엄마보고 “엄마는 요술쟁이구나! 그럼 분홍색천을 만들어 옷 해줘요.” 했더니 다음 여름에 고운 꽃잎을 뜯어 곱게곱게 해보자고 하시더라. 나는 엄마가 또 “마술”을 피워 당장 나에게 고운 옷을 해준 것처럼 좋아서 퐁퐁 뛰었단다. 다음날 엄마는 검은색 천을 물 뿌려서 밟고 방치(다듬잇방망이)돌에 잘 두드려서 썩썩 가위질하고 한뜸한뜸 손으로 깁기 시작하였지. 마선도 없는 우리 엄마는 무엇이나 손으로 잘 기우셨단다. 정성이 배인 검은 천으로 오빠의 바지와 나의 자그마한 몸뻬(바지)가 완성되었단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엄마는 마술사로도 되어 저 밤하늘의 별이라도 따올 것이란다. 잊을 수 없는 엄마의 사랑에 다시 한 번 흠뻑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