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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이 보낸 연애편지 받으실래요?

우리말이 보낸 연애편지 받으실래요? [서평] “성제훈의 우리말 편지” ▲ "성제훈의 우리말 편지", 뿌리와이파리 ⓒ 뿌리와이파리 “딩동~ 오늘도 한통” 무엇이 왔을까? 우리말이 보낸 연애편지가 오늘도 하루를 환하게 만든다. 그 속엔 이런 말이 있다. “다비하면 도복한다.” 무슨 말일까? ‘다비(多肥)’ 즉, ‘거름을 많이 주면, ’도복(倒伏)‘ 즉 ’작물이 쓰러진다‘는 말이다. 이 “다비하면 도복한다.”란 말을 그동안 우리 농민들에게 써왔단다. 보통의 농민들이 설명하기 전에 그 뜻을 알 수 있을까? 굳이 그렇게 어렵게 쓰는 까닭이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지식인들은 말을 어렵게 하고, 글을 어렵게 쓰면서 으스댄다. 그게 으스댈 일인가? 말과 글은 의사소통인데도 그저 어렵게 쓰고, 그뿐만 아니라 어처구니없는 말도 쓴다. 토씨와 문법이 틀리고, 일본말 찌꺼기를 쓰고, 번역투와 엉터리 말들을 쓴다. 어렵게 쓰는 것은 결국 의사소통을 막기에 그런 사람들은 사실 무식쟁이이다. 그런데 그것을 지적하고 가르쳐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 우리말 책이 많이 나왔어도 역시 어렵거나 따분하다. 독자들은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다. 이때 이런 독자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책이 나왔다. 성제훈 씨가 ‘뿌리와이파리’란 출판사를 통해서 “성제훈의 우리말 편지” 1, 2권을 펴낸 것이 그것이다. 그는 국어학자일까? 아니다. 그는 농촌진흥청 농업공학연구소에서 일하는 토종 농업학자일 뿐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책을 썼느냐고? 그가 미국에 연수차 갔을 때 미국에서 배운 것을 한국에 보고해야 하는데 영 어렵더라고 했다. 그래서 공부하기 시작했고, 공부하면서 얻은 것들이 너무 아까워 주변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 이제 2600여 명이나 되었고, 그 결실을 묶은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나도 우리말 연애편지를 받았다. 그 내용을 읽어보자. 안녕하세요. 이제 한 열흘 남았죠? 올해가 가려면... 한 해가 끝날 무렵"을 흔히 '세모'라고 합니다. 그러나 자주 쓰는 이 '세모'는 일본말 찌꺼기입니다. 일본에서 ‘歲暮’라고 쓰고 ‘せいぼ[세이보]’라고 읽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세모'를 '세밑'으로 다듬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세모는 일본어 찌꺼기니 쓰지 말고 '세밑'을 쓰라고 나와 있습니다. ▲ "성제훈의 우리말 편지" 내용 가운데에서 ⓒ 뿌리와이파리 “저 같은 보통사람은 세밑이 뭐고 세모가 뭔지 잘 모릅니다. 저는 세밑을 세모라고 써도 저 혼자 욕 들으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언론은 다릅니다. 언론에서는 절대로 세모를 쓰면 안 됩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국민은 신문에 기사로 나오거나 텔레비전에서 나온 말은 다 옳은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언론에서 세모를 쓰면 안 됩니다. 언론이 나서서 일본말 찌꺼기를 없애줘야 하는데, 오히려 일본말 찌꺼기를 퍼트리면 안 되죠.“ 신문 방송이 모두 세모란다. 그걸 성제훈은 날카롭게 지적한다. 일반인을 이끌어야 할 언론이 엉터리말을 쓰면서 잘못 이끌면 어떻게 하느냐는 따끔한 질책이다. 물론 이 내용은 책에는 없다. 책이 나온 이후에 쓰인 편지이니까. 이젠 책에 나온 한 가지를 읽어보자. “일본 교과서 검정결과 발표에 대한 외교부 대변이 성명 가운데,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은 과거 식민지 침탈을 정당화하고, 나아가 우리 민족 해방의 역사를 부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앞으로 독도 문제는 정부가 책임을 지고, 확고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다.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일본의 ‘뗑깡’을 꼬집는 외교부 성명에서 일본말을 쓰면 되나요? ‘~에 다름 아니다.’는 일어   ‘ほかならなぃ [호카나라나이]’를 그대로 옮긴 겁니다. 우리말로 ‘~이다, ~에 불과하다, ~일 뿐이다, ~과 다름없다.’ 따위로 쓰시면 됩니다.“ 그는 무심코 쓰는 말들에 쓴소리를 하면서 바른말로 쓸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그는 ‘두루뭉술’, ‘두루뭉실’과 ‘두루뭉수리’ 가운데 무엇이 맞는지를 알려주고, ‘부모에게 안갚음을 해야 한다.’라고 가르쳐준다. 그러면서 그는 조금이라도 헷갈리는 내용이 있으면 국립국어원에 질문하고, 그에 대한 대답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럼으로써 글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그는 글을 쓰는 가운데 국어를 전공하지 않았으면서도 감히 국립국어원을 조져대기도 하지만 독자들의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며 잘못을 인정하는 겸손함을 보이기도 한다. 그가 쓴 글의 장점은 아내, 딸과 아들, 어머님 등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과감히 드러내면서 독자들이 친근함을 느끼도록 해준다는 데 있다. 또 우리말 이야기가 판에 박은 설명이 아니라 지금 일어나는 일들과 연관을 지어 풀이해줌으로써 나와 관련없는 따분한 얘기가 아니라 바로 자신의 얘기임을 알 게 해주는 것이다. ▲ 농촌진흥청 옆의 호수가에서 서서 사진을 찍다 ⓒ 김영조 어떤 분야이던 전문가들이 쓴 책을 보면 어렵다. ‘대중서’라고 말하는 책인데도 전문가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스스로 공부해서 몸소 터득한 것을 바탕으로 쓴 글이 좀 더 쉽게 이해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성제훈의 책도 그런 점에서 일반인들에겐 아주 쉽고 유용한 우리말 책이다. 하지만, 성제훈의 책도 약간의 옥에 티는 있다. 글 가운데 “윤중로 벚꽃축제”를 보면 벚꽃이 일본 꽃이라는 이유로 억지로 싫어하거나 미워할 필요는 없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벚꽃은 뒤에 보태기에 나온 것처럼 일본의 교묘한 문화침탈의 일환으로 심어졌다는 의심을 받는 것은 물론 벚꽃은 일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어서 자치단체가 예산을 써가며 잔치할 일은 아니며, 일본식 한자말 ‘축제’ 대신 잔치나 축전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어야 한다. 또 “녹차 한 잔 드세요.”를 보면 일제강점기 때 들어온 녹차가 마치 전통차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우리 전통차에 써오던 ‘작설차’, ‘죽로차‘, ’반야차‘, ’맥과차‘ 등을 녹차의 한 종류인 것처럼 말하는 잘못을 저지른다. 여기에 ’오룡차‘ 즉 ’우롱차‘는 반발효차여서 비발효차인 녹차와는 다른 것임을 모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옥에 티는 이 책의 훌륭함을 짓밟지 못한다. 그것은 그동안 다른 우리말 책들이 하지 못한 일반 독자들의 우리말 실력을 이 책은 크게 높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바른 말글생활은 우리 교양의 정도를 말해준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것은 어쩌면 교양인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일는지 모른다. 이봉원 전국 국어운동 대학생 동문회 회장은 “성제훈의 우리말 편지“를 추천한다. ”저는 오늘도 성 박사가 보내주는 ‘우리말123’ 편지를 연애편지처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말글 사랑 운동을 평생 해야겠다고 일찍이 다짐했던 저도 하지 못하는 일을, 오늘도 성제훈 박사는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하고 있습니다. 정말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또 성경환 문화방송 아나운서국 국장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름답고 풍부한 어휘로 우리말을 더욱 멋지게 하고 싶은 사람들은 책상 위에 국어사전과 함께 반드시 이 책을 준비해놓을 일입니다.” 글 쓰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면 모두 이 ‘성제훈의 우리말 편지’를 곁에 두고 당당한 말글생활을 하면 좋을 일이다. 올해 세밑 2만 원의 투자로 우리는 무식을 벗어나 엉터리말을 최소한 쓰지 않을 바탕을 만들 수 있다. 그 일에 성제훈씨는 우리에게 칭찬받아 마땅한 큰일을 해주었다. ※ ‘우리말 편지’ 신청 : urimal1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