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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왜곡한 ‘장승’과 ‘벅수’ 이야기

칠갑산 '장승대제'에는 '장승'이 없다

‘칠갑산 장승대제’는 ‘칠갑산 벅수문화 큰 잔치’가 되어야
[일제가 왜곡한 ‘장승’과 ‘벅수’ 이야기 5]

[우리문화신문=황준구 민속문화지킴이]  충청도에는 본디 '여장군(女將軍)'이라는 표현은 없었다. ‘지하대장군(地下大將軍)'아니면 '천하대장군부인(天下大將軍夫人)'이라고 표현을 하였었다. 또 우리의 역사에는 본디부터 '장승제(長栍祭)’라는 제사의식(祭祀儀式)은 없었다. 그냥 '산신제(山神祭)‘와 마을제사(洞祭)만 있었을 뿐이다. ​

 

그런데 충청남도 청양에는 1999년 <칠갑산 장승대제(七甲山長丞大祭)>라는 제사의식이 생겼다. 청양군청과 청양문화원은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 '장승문화(長丞文化)‘를 이어받고 보호하며, 또 간직하여 우리의 후손들에게 넘겨주기 위한 장승문화 보존지역을 개발하고, 관광의 명소로 드러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우리 땅에서는 유래가 없는 <칠갑산 장승대제(七甲山長丞大祭)>라는 제사의식을 창작하여 만들었다. 또 '충청도'에는 어디에서도 존재를 하지 않았던, '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이라는 것을 만들어 세워놓고, '장승'이라고 부르며 남녀의 성(性)차별을 하고 있다.

 

그들은 전통 '장승'을 재현하고 어린이들에게는 '정통민속문화'의 학습과 가족들의 나들이 공간을 제공하기 위하여, '장승공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어이가 없다, 지금의 우리 땅에는 장승(長栍)이란 것은 존재를 하지 않는데도 장승공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본디 '장승'이란 신라 21대 소지왕(炤知王)이 서기 487년에 '역참(驛站)제도'를 도입 하였고, 나그네와 벼슬아치들에게 '큰길'을 알려주는 기능의 돈대(墩臺) 혹은 푯말(이정표)을 5리 또는 10리마다 촘촘하게 세우고, 나라에서 관리를 한 것을 후(堠)라고 쓰고, '댱승, 후' 또는 쟝승, 후'로 읽었던 것 아니던가?​

 

또 중국에서 길을 따라 들어 올 수 있는 잡귀와 유행병들을 막아내기 위하여, 무서운 장수(將帥)의 얼굴 또는 치우(蚩尤)의 모습을 조각하거나 그림으로 그렸고, 장승의 가슴에는 현재의 위치와 이웃마을의 이름과 거리(里數), 방향을 기록하여 넓은 길의 가장자리에 박아 놓고, 그곳을 '장승배기'(장승박이)라 하였다. ​

 

하여 지금도 우리땅에는 1,200여 곳의 '장승배기' 옛터가 남아있다. 그러나 장승에게 지내는 제사의식은 없었다. 장승은 우리고유의 수호신(守護神)이 아니고, '큰길'을 전문으로 안내하는 단순 기능의 푯말(이정표)이였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마을 어귀에 세워서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의 역할을 하는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과 '지하대장군(地下大-女-將軍)'을 '벅수'(法首) 또는 ‘서낭’(先王)이라고 불렀을 뿐이다. 조선시대 때 일십당 이맥(李陌)이 목숨을 걸고 쓴 상고시대의 역사책 《태백일사》(1520)의 내용에는 “'단군왕검'이 '선인법수(仙人法首)‘다.”라고 기록 하였다. '법수'는 '벅수'로 원음이 변화되어 '벅수'로 불리고 있다. ​

 

'벅수'는 마을과 성문(城郭門) 또는 절집[寺刹]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정해진 날에 제사의식(祭祀儀式)을 지내고 있다. 바로 우리 고유의 '수호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껏 '벅수'를 '장승'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청양군청과 청양문화원이 해마다 주관하고 시행하는 <칠갑산장승대제>다. 청양 군민들이 뼈 빠지게 일하여 낸 세금으로 사치스러운 제사상을 차려 놓고 수많은 사람을 동원하여, ‘관공서’가 앞장서서 음사(淫祀) 곧 부정한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왜곡되고 변질된 부분이 오래된 전통의례처럼 인식되어 잘못을 아는지 모르는지 엉터리 수호신에게 칠갑산과 구경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장승합궁(合宮; 남녀의 성교)‘이라는 의식으로 부끄러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청양의 민속문화 사업을 하려면 우선 청양땅의 마을제사에 관한 밑바탕이 정밀하게 조사되어야 하고, 전문학자들의 토론과 학술적인 '세미나'를 통해서 수호신이라는 충분한 검증을 거친 다음에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 없이 무조건 '즐기고 보자'라는 놀이문화로 왜곡한다면 이는 분명히 잘못된 일인 것이다.

 

‘칠갑산 장승공원'에는 장승은 하나도 없고 맨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과 '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이라는 벅수들뿐이다. 따라서 청양군청과 청양문화원은 '장승'(이정표)이라는 형체가 소멸된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벅수'(수호신)라는 분명한 우리조상들의 '작품'으로 후손들의 마음을 이끌어야 한다. 또 '지하'를 '여장군(女將軍)'으로 표현하려면, '천하'는 '남장군(男將軍)'으로 써야만 한다.​

 

그리고 <칠갑산 장승대제>라는 이름 대신에 우리말을 써서 <칠갑산 '벅수문화' 큰 잔치>로 바꾸면 더 좋을 일이다. 나아가 '벅수'의 역사와 가치, 예술성, 제작기술등을 면밀하게 연구하고 널리 교육하여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거니와 '벅수'는 무서운 '도깨비'나 '탈'(가면)과는 관계가 없는 우리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의 기능을 가진 순수한 우리 조상의 모습이며, 돌아가신 '임금', 또는 '단군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보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