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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83

(사)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하는 쉬운 배움책 만들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83-나란히금, 깊이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언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셈본 4-2’의 42쪽, 43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42쪽 첫째 줄에 ‘셈’, ‘붓셈’, ‘수판셈’이 나옵니다. 이 말들은 앞서 보여드린 적이 있는 말이지만 저는 다시 봐도 반갑습니다. ‘셈’이 ‘세다’의 이름씨꼴(명사형)로 ‘세+ㅁ’이라는 것은 모르는 분들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붓셈’은 ‘필산’이라는 말을 갈음한 말로 ‘붓으로 하는 셈’을 는 뜻이고, ‘수판셈’은 ‘수판으로 하는 셈’을 가리킵니다.

 

셋째 줄에 ‘곱셈’이 나옵니다. ‘가산’, ‘감산’, ‘승산’, ‘제산’이라 했던 것을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으로 바꾼 까닭은 오래 또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 거라 믿습니다. 가르치는 어른의 자리에서 생각하기보다 배우는 아이의 자리에서 생각해 더 쉬운 말을 찾거나 만들어 쓰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바뀔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43쪽 첫째 줄에 ‘나란히금’이 나옵니다. 이 말도 지난 글에서 보신 ‘나란히 가는 면’을 떠올려 보시면 바로 아실 수 있는 말입니다. 요즘 배움책에서는 ‘평행선’으로 나오는데 아이들 자리에서 보면 ‘평행선’보다 ‘나란히금’이 훨씬 쉬운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나란히금’이 ‘나란히 가는 금’으로 풀이를 할 수 있는데 ‘나란히 가는 면’도 ‘나란히면’이라고 하지 않은 까닭이 궁금합니다. ‘평행사변형’을 ‘나란히꼴’이라고 했고, 말모이 사전에 ‘나란히면’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책이 나온 뒤에는 ‘나란히 가는 면’을 ‘나란히면’이라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섯째 줄에 ‘가로’, ‘세로’, ‘깊이’가 나옵니다. 이 글을 보시는 거의 모든 분들이 ‘가로’, ‘세로’, ‘높이’라는 말이 익어서 ‘깊이’라는 말은 낯설 것입니다. 하지만 밥을 담는 그릇처럼 무엇을 담는 것들은 ‘깊이’라고 하는 게 더 알맞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슬기를 모아 좀 더 꼼꼼하게 따져 보고 더 나은 말을 쓰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사람답게 살 권리를 ‘인권’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쉬운 공공언어 쓰기’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두루 쓰는 말인 공공언어를 쉬운 말로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일 것입니다. 어른들보다 나이가 어리고 많이 알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이 쓰는 배움책은 더더욱 쉬운 말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쉬운 배움책 만들기는 ‘어린이 인권’, ‘학생 인권’ 쪽에서 보더라도 하루 빨리 챙겨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352해 들여름달 열닷새 삿날 (2019년 5월 15일 수요일) ㅂㄷㅁㅈㄱ.

 

※이 글은 앞서 경남신문에 실은 글인데 더 많은 분들과 나누려고 다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