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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봄편지, 꽃보라 맞고 꽃멀미 하셨나요?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08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이제 온 산과 들은 초록빛으로 물들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름다운 꽃들의 천지였습니다. 얼음새꽃과 매화로 시작한 꽃잔치는 진달래, 개나리, 산수유가 저마다 아름다움을 자랑했고, 느지막이 철쭉이 이어받더니 이제 이팝나무가 여왕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봄날은 온통 수채화 세상인데, 이를 두고 꽃의 아름다움이나 향기에 취하는 것을 토박이말로 '꽃멀미'라고 하고, 꽃보라가 인다고도 말합니다. 편지를 쓸 때 “꽃보라 맞고 꽃멀미 하셨나요?”라는 말을 쓴다면 맛깔스럽지 않을까요?

 

 

지난 15일, 우리는 훈민정음을 창제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임금으로 꼽히는 세종대왕 태어나신 날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 직후인 16일 한 정부기관이 낸 보도자료를 보면 행사 이름을 “~의 날”이 아닌 영어로 “~데이(day)”로 써서 우리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꾸중을 들었습니다. 그들은 영어 낱말 하나 쓰는 것을 유식한 것으로 착각하는 모양입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한자말이나 영어에 푹 빠져 우리 말글의 중요성을 모를뿐더러 서슴없이 짓밟기도 합니다. 특히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의 말이나 글을 보면 어려운 한자말이나 영어를 심하게 섞어 버무리는 것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탈리아도 예전에는 배웠다는 사람들이 이탈리아 말을 업신여기고, 라틴말을 쓰면서 우쭐거렸습니다. 귀족들은 라틴말을 쓰지 않으면 사람 구실을 못하는 줄 알았지요. 그런데 13세기에 프란체스코라는 성인이 이탈리아 말로 설교를 하고 글을 썼습니다. 그 뒤 14세기 위대한 작가 단테가 <토박이말을 드높임>이라는 논설을 라틴말로 써서 귀족들에게 돌리고, 이탈리아 말로 위대한 서사시 <신곡>을 지었지요. 이것이 이탈리아 말로도 시를 짓고 학문을 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되어, 페트라르카와 보카치오 같은 사람이 뒤따르면서 토박이말 세상이 되었습니다. 우리도 제발 토박이말로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