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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풍산김씨 허백당 김양진 문중의 ‘가족이야기’

국립민속박물관ㆍ한국국학진흥원 협업
국립민속박물관 상설전시실 3관 가족 전시 개편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조현재)과 함께 <풍산김씨 허백당 김양진 문중의 가족이야기 - “이치(理致)를 깨닫고 나라를 생각하다.”> 전시를 2019년 5월 23일(목)부터 국립민속박물관 상설전시실 3관 가족 마당에서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풍산김씨 허백당 김양진 문중을 중심으로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가계 계승과 가족 사이 교육을 통해 집안 대대로 다져진 가학[家學]의 전승이라는 주제로 ‘유경당 현판’, ‘세전서화첩’, ‘잠암선생일고 목판’을 비롯하여 각종 문집과 고문헌 자료 190여 점이 소개된다.

 

 

 

 

 

 

이치(理致)를 깨닫고 나라를 생각하다

 

풍산김씨 허백당 문중은 고려 고종 때 판상사로 풍산백(豐山伯)에 봉해진 김문적(金文迪)을 시조로 한다. 조선초기에 경상북도 안동 풍산 오미리(五美里)로 처음 들어온 이래, 그의 증손자인 허백당(虛白堂) 김양진(金楊震, 1467~1535)이 청백리로 가문을 크게 중흥시켰고, 허백당의 증손자인 유연당(悠然堂) 김대현(金大賢, 1553~1602)은 죽암정사(竹巖精舍)를 세워 가학(家學)에 힘썼다. 그의 여덟 아들은 모두 문과 소과에 합격하고 그 가운데 다섯 형제가 대과에 급제하여 학문과 벼슬로 그 명성을 떨쳤다.

 

인조(仁祖)는 이를 듣고 풍산김씨 집안을 ‘팔련오계지미(八蓮五桂之美, 여덟 송이의 연꽃과 다섯 그루의 계수나무’란 뜻으로 연꽃은 문과 소과를, 계수나무는 대과의 합격자를 일컫는 말이다.)’라고 칭송하고, 마을 이름도 오미리로 바꾸어 부르게 했다. 이들은 풍산 오미리, 봉화 오록리, 예천 벌방리에 터를 잡고 선조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가학을 전승하여 많은 학자와 관인(官人)들을 배출하였다. 나라가 평온할 때는 관직에 나아가 사회에 봉사하였고,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구국운동에 앞장선 분들이 많았다.

 

가학(家學)의 형성과 전승

 

유연당 김대현은 화남(華南) 김농(金農, 1534~1591)의 아들로, 아버지와 아들, 형과 동생, 삼촌과 조카 등 가족 사이 스승과 제자가 되어 집안의 학문 곧 가학(가학)을 형성하고 전승하였다. 팔련오계로 명성을 떨친 그의 여덟 아들은 안으로는 가학의 전통을 계승하고 밖으로는 퇴계 이황의 학문을 전수받은 학봉 김성일과 서애 류성룡의 학맥을 이어받았다.

 

김대현의 9대손인 학암(鶴巖) 김중휴(金重休, 1797~1863)는 후손들이 선조의 가르침을 따라 학문에 힘쓰도록 선대의 행적과 유고를 모아 《석릉세고(石陵世稿)》와 《세전서화첩(世傳書畫帖)》을 펴내 대대로 집안의 학문을 계승하게 했다. 이 문중에서 발간된 문집으로 잠암(潛菴) 김의정(金義貞, 1495~1547)의 《잠암집(潛菴集)》, 화남 김농의 《화남선조일고(華南先祖逸稿)》, 유연당 김대현의 《유연당선생문집(悠然堂先生文集)》 등과 학사(鶴沙) 김응조(金應祖, 1587~1667)의 초서로 「남애정사잡영(南崖精舍雜詠)」등이 전시된다.

 

 

 

 

 

 

가정교육

 

유연당 김대현의 첫째아들인 김봉조(金奉祖, 1572~1630)의 《학호선생문집(鶴湖先生文集)》에 큰아들 김시종(金時宗)에게 조상의 덕업을 이어 제사를 정성껏 받들라는 가훈(家訓)부분이 있다. 선조의 가르침에 따라 허백당 문중에는 효자와 열녀가 많았다. 풍산김씨의 여성들 가운데는 한글 가사문학 작품을 남긴 이들이 많다. 특히 《자녀훈계록(子女訓戒錄)》, 《자녀교훈록(子女敎訓錄)》과 같은 가사는 명문가의 후손으로 처신을 바르게 하고, 어른을 잘 모시고 형제간에 우애(友愛)있고 성실하게 살아 갈 것을 당부하고 있다.

 

김응조(金應祖, 1587~1667)의 7대손인 김종휴(金宗烋, 1783~1866)가 거처하던 서재에 걸었던 ‘서소 현판(書巢懸板)’과 경서를 외우는 학습방법에 이용되는 ‘죽첨(竹籤)’ 그리고 ‘벼루함’, ‘문서함’ 등이 전시된다.

 

조국독립(祖國獨立)을 목적(目的)하고

 

풍산김씨 허백당 문중은 가족 사이 교육을 통해 대대로 다져진 학문을 전승하였다. 선조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많은 학자와 관인들뿐만 아니라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20여 명의 독립운동가를 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의열투쟁의 큰별 김지섭(金祉燮, 1884~1928), 사회주의 이념을 갖고 줄기차게 투쟁한 김응섭(金應燮, 1878~1957), 사회주의와 민족문제를 연결시킨 김재봉(金在鳳, 1891~1944) 등을 들 수 있다.

 

이밖에도 3·1독립운동, 광주학생운동, 군자금지원활동, 대중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여 ‘이치(理致)를 깨닫고 나라를 생각하는’ 허백당 문중의 가풍이 잘 드러난다. 여기에는 김응섭의 옥중에 지은 시 ‘옥중음(獄中吟)’, ‘김지섭 의열단 신임장’, 김재봉의 ‘옥중엽서’ 등이 전시된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학문을 닦고 집안을 다스리며 나아가 나라를 생각하는 가르침을 대대로 실천한 풍산김씨 허백당 김양진 문중의 가족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가족을 있게 해준 조상을 생각해보면서 가족 사이 소중한 사랑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