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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달뜨자 배 떠나니’는 ‘닻 들자 배 떠나니’의 와전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21]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12좌창 중의 한 곡인 출인가(出引歌)를 소개하였다. ‘출인’이란 가는 사람을 못 가게 잡아당긴다는, 이별의 뜻을 담고 있는 노래라는 점, 출인가 속에 <향단>이나 <오리정> 등이 나오고 있어 춘향가의 한 대목을 경기소리제로 부르는 노래처럼 생각하기 쉬우나 일반적인 남녀의 사랑 노래 속에 춘향의 이야기를 끌어 들였다는 점을 얘기했다.

 

또 이 노래는 본래 선유가(船遊歌)의 별조로 취급되던 노래였으나 세간에 퍼지면서 출인가라는 고유의 곡명을 갖게 된 노래라는 점, 그래서 곡조의 흐름이나, 구성음, 장단 등이 선유가와 유사하다는 점, 이별의 감정을 담은 노래들은 본디 슬픔을 전제로 하나, 서울 경기의 소리제는 그 감정이 비통에 이르지 않아 비교적 단정한 음악적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라는 점 등을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서울 지방에서 불리는 이별을 주제로 하는 노래, <이별가>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경기민요 이별가는 장단 없이 느리게 부르며 간결한 가락에 창자의 기교나 시김새를 넣어 애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노랫말은 10여종이 넘고 있으나, 대략 다음과 같은 노랫말들을 선택하고 있다.

 

1. 이별이야 이별이야, 임과 날과 이별이야.

2. 인제 가면 언제 오리오, 오만 한(恨)을 일러주오.

3. 배 띄워라 배 띄워라, 만경창파에 배 띄워라.

4. 새벽서리 찬바람에, 울고 가는 기러기야.

5. 가지마오 가지마오, 이별을랑 두고, 가지 마오.

6. 가는 임을 잡지 마오. 다녀올 때가 반갑다오.

7. 범피중류 푸른 물에 가는 듯이 돌아오소.

8. 정든 임을 이별하고, 뜻 붙일 곳이 바이없네.(이하 줄임)

 

위 노랫말의 형태를 보면 앞 귀(句), 뒷 귀로 구분되어 있는 짧은 가사로 글자 수는 각 구별 8 글자를 기본으로 넘나든다. 마치 이 난에서 상여소리를 소개할 때의 가사와 같은 짧은 형태이다. 이별가는 정해진 장단의 형태 없이 자유스럽게 불러나간다. 그런가 하면 후렴귀도 없기 때문에 본 절과 후렴귀의 반복적 선율도 나타나지 않는다. 장단의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에 긴 호흡을 조절해 가며 이별의 애잔함을 노래하는데, 그 느낌은 마치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다기 보다는 다소 애절한 느낌을 준다.

 

 

제1절의 “이별이야, 이별이야, 임과 날과, 이별이야”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첫 구절의 ‘이별이야’는 높은 미(mi)음으로 붙여 낸 다음에 레(re)로 내려와 길게 뻗는다. 두 번째 ‘이별이야’구절은 레(re)-도(do)-라(la)-솔(sol)-미(mi)로 떨어져 끝내 듯 내려온다. 다음의 노랫말 ‘임과 날과’는 다시 도(do)-레(re)로 올렸다가 라(la)로 떨어지고, 마지막 ‘이별이야’ 대목은 re-(do)-la-(sol)-mi의 골격선율에 많은 잔가락을 더하면서 하행종지 형태로 여운을 남기며 맺는다.

 

출현음은 mi-sol-la-do-re의 5음이지만, 주요음은 re-la로 4도 떨어지고, 다시 4도 아래의 mi로 떨어지는 선율형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do와 sol은 re-(do)-la, la(sol)-mi의 각기 4도 간격을 좁혀주는 경과적인 음이나 사이음처럼 쓰이고 있다.

 

《국악개요》에 소개된 이별가를 참고해 보면, 연암 박지원의 《한북행정록(漢北行程錄)》에는 수로(水路)만리, 위험한 바다를 건너 중국을 가는 사람들을 전송할 때에 궁중 정재의 하나인 선유락(船遊樂)을 추었으며 그 때, 부르던 노래가 <어부사>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별의 절차가 끝난 다음, 닻을 감아 올리고 <배 떠나라>는 신호가 울리면 기녀들이 배타라기, 곧 배떠나기의 처창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부르던 배타라기는 요즘의 배따라기의 내용과는 전혀 다르고, 서울의 이별가에서 볼 수 있는 그런 형태의 가락이었다고 전해온다. 참고로 당시의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정거혜여, 선리하니, 차시거혜여 하시래오, 만경창파 거사회라”

 

위 정거혜(碇擧兮)라는 말에서 정(碇)은 닻이고 거(擧)는 든다, 들어 올린다는 뜻이며 혜(兮)는 어조사이다. 닻이란 물속으로 내리면 배를 정박하는 것이고, 들어 올리면 출발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닻을 든다고 했으니 출발을 의미한다.

 

또한 선리(船離)는 배 떠나감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닻 들자 배 떠나니로 풀어야 한다. 그런데 발음이 비슷해서인가, <닻 들자>를 <달 뜨자>로 알고 ‘달 뜨자 배 떠나니’로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전혀 의미가 맞지 않는 말이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차시(此時)거혜(去兮)하시래(何時來)에서 차시는 ‘이제’, 거혜는 ‘가면’ 하시래는 ‘언제 오나’를 뜻하는 한자어 표기이다. 곧 ‘이제 가면 언제 오나’라는 뜻이고, 마지막 만경창파(萬頃蒼波)는 바다의 푸른 물결, 거사회(去似廻)는 ‘가는 듯 돌아오소’의 뜻이 된다. 그러므로 이를 순 우리말로 풀면 다음과 같은 노래가 된다.

 

닻 들자, 배 떠나니,

이제 가면 언제 오나,

만경창파에 가는 듯 돌아오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