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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묻는 것이 아니라 심는 연습을 한다

[정운복의 아침시평 40]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아침에 출근을 하며 봄날의 긴 하루를 시작합니다.

출근길에 각종 모종을 파는 가게를 지나면 왠지 풋풋한 마음이 됩니다.

그 모종을 심을 텃밭 한 뙈기 없는데도 말이지요.

 

유년시절 농사지을 때는 얼마나 바쁜지 고사리 손을 빌리기도 해야 했습니다.

산자락에 달라붙어있는 다랭이 논은 전형적인 천수답이었는데

모내기를 위하여 논에 물을 들이고 소에 써레를 달아 논을 삶아 놓으면

부드러운 흙이 발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감촉이 참 좋았습니다.

 

땅을 파고 무언가를 넣고 다시 흙을 덮는 것엔

묻는 것과 심는 것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큰 차이는 생명의 유무에 있습니다.

 

논이나 밭에 씨앗을 뿌리는 것을 심는다고 표현합니다.

그것은 다시 살아나 열매를 맺는다는 희망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쓰레기나 불필요한 물건은 묻는다고 표현합니다.

그건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음을 의미하지요.

곧 심는 것은 생명이지만 묻는 것은 죽음입니다.

 

 

흙 속에 무언가를 심게 되면 그것을 잊어버리는 경우는 없습니다.

가뭄엔 물을 주기도 하고

성급한 사람은 싹이 얼마나 나왔는지 땅을 파보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묻음은 잊음을 전제로 합니다.

 

우린 심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사람의 마음에 심기고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열매를 맺을 수 있으니까요.

 

같은 물과 흙과 햇빛을 받아 성장하고 열매를 맺으면서도

과일나무는 향긋한 열매를 선사하지만

독초는 맹독성의 열매를 맺습니다.

 

나무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성정도 중요하지만

어떤 것을 근간으로 살아가느냐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매사에 노력해야 할 것은 묻는 것이 아니고

심는 연습을 하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