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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오늘 24절기 망종, 보릿고개 이야기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09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아홉째 망종입니다. 망종(芒種)이란 벼, 보리 같이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씨앗을 뿌려야 할 적당한 때라는 뜻이지요.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라는 속담이 있는데 망종 무렵은 보리를 베고 논에 모를 심느라 눈코 뜰 새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때는 “발등에 오줌 싼다.”라고 할 만큼 한해 가운데 가장 바쁜 때입니다.

 

제주도에서는 망종날 풋보리 이삭을 뜯어서 손으로 비벼 보리알을 모은 뒤 솥에 볶아서 맷돌에 갈아 체로 쳐 그 보릿가루로 죽을 끓여 먹으면 여름에 보리밥을 먹고 배탈이 나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또 전남 지방에서는 이날 ‘보리그스름(보리그을음)’이라 하여 풋보리를 베어다 그을음을 해서 먹으면 이듬해 보리농사가 풍년이 든다고 합니다. 또한, 이날 보리를 밤이슬에 맞혔다가 그 다음날 먹는 곳도 있는데 허리 아픈 데가 좋아지며, 그해에 병이 없이 지낼 수 있다고 믿었지요.

 

 

그런데 보리 베기 전에는 "보릿고개 “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인 1931년 6월 7일 자 동아일보에도 ”300여 호 화전민 보리고개를 못 넘어 죽을 지경"이라는 기사가 있었던 것이지요. 또 “보릿고개”를 한자로 쓴 “맥령(麥嶺)”과 더불어 “춘기(春饑)”, “궁춘(窮春)”, “춘빈(春貧)”, “춘기(春飢)”, “춘기근(春飢饉)”, “춘궁(春窮)“, ”궁절(窮節)” 같은 여러 가지 말들이 《조선왕조실록》에도 자주 나왔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예전에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망종까지 헐벗고 굶주린 백성이 많았습니다. 보리는 소화가 잘 안 돼 ‘보리방귀’라는 말까지 생겼지만 보리방귀를 연신 뀔 정도로 보리를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