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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 윤선(輪扇)

고궁박물관 수장고 속 왕실유물 이야기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어제(6월 7일, 음력 5월 5일)는 우리나라의 4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단오로 조선 왕실에서는 왕릉 등에서 별제(別祭)를 지내고 축하의 마음을 담아 지은 첩자(帖子)를 궁궐 안 기둥 등에 붙였습니다. 또한 더위를 이겨 내기 위해 시원한 홑옷으로 갈아입고, 신하들과 갈증을 풀기 위해 제호탕(醍醐湯)을 나누어 마셨으며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부채를 신하들에게 선물로 내려주었습니다.

 

이러한 부채를 단오선(端午扇) 혹은 절선(節扇)이라고 부릅니다. 조선 왕실에서 단오 때 부채를 선물로 내려주는 것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선물로 내려줄 부채를 만들어 바칠 때 칠을 금한다는 내용이 《태종실록》에 나오는 것으로 볼 때 초기부터 이미 시행되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지금에야 선풍기, 에어컨 같은 기기가 있어서 더위 쫓기에 어려움이 없지만 조선시대에 더위를 쫓을 수 있는 도구는 부채뿐이었습니다. 하물며 임금이 선물로 내려주는 부채라니, 그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조선 전기 최고의 문장가인 서거정의 오언율시(五言律詩)를 보면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良辰知已近 좋은 명절이 이미 가까워졌는데

小雨又崇朝 작은 비는 또 아침 내내 오는구나

老覺先搖齒 늙으매 먼저 이가 흔들림을 깨닫고

瘦知又減腰 수척하니 또 허리가 준 줄 알겠네

樽醪浮細盎 막걸리 거품은 작은 항아리에 뜨고

盤菜嫩新苗 쟁반의 채소는 새싹이 부드럽네

端午應頒扇 단오엔 응당 부채를 반사할 텐데

微才愧珥貂 재주 없이 초관(貂冠) 쓴 게 부끄러워라

                                                   - 《사가시집》 제13권 중에서

 

단오선으로 내려주는 부채는 공조 등에서 만들어 올렸습니다. 《경국대전》 「공전」 경공장 항목에 보면 첩선장(貼扇匠) 4명과 원선장(圓扇匠) 2명이 배속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로 미루어 볼 때 부채의 형태는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접선(摺扇)과 자루가 달린 둥근 부채인 단선(團扇)이 모두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에는 접선 종류의 하나인 윤선(輪扇) 4점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윤선은 접혀진 선면이 360도로 펼쳐져 마치 접었던 부채를 펼치면 수레바퀴처럼 원을 이루는 형태의 부채를 말합니다. 이 부채는 손으로 흔들어 바람을 일으키는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햇볕을 가리는 일산(日傘) 용도의 기능이 더 큽니다. 서양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부채를 콕케이드부채(cockade fan)라고 부릅니다.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윤선 가운데는 2개의 부채가 붙어있는 형태도 있습니다. 이음부의 결구를 보면 꺾어서 돌릴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햇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각도를 조절하여 빛을 더 가릴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입니다. 왼쪽과 오른쪽 양쪽에서 2개의 부채를 동시에 펼친다면, 넓게 생기는 그늘로 말미암아 훨씬 더 시원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단오는 지났지만 지인들에게 더위로부터의 건강을 염원하며 부채 선물을 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최나래(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