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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낙서로 독립운동 했어요

《낙서 독립운동》, 한영미, 도서출판 산하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나는 걸어갑니다.

   이제는

   사뿐사뿐 걸어도 좋고

   타박타박 걸어도 좋아요.

   이제는

   나쁜 기억을 떠올리기 싫어

   마구 달리지도 않고,

   일본 경찰에게 쫓기면서

   허겁지겁 도망치지도 않아요.

   독립이 된 우리나라에서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뚜벅뚜벅

   나는 걸어갑니다.

 

일본 경찰에 쫒기면서 허겁지겁 도망치지 않아서 좋단다. 바로 위 글은 담벼락에 조선 독립의 정당성을 알리는 글을 쓰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되고 심한 고문을 받아 숨진 김용창 독립지사가 한영미 동화작가의 입을 통해서 한 말이다. 어제 화성시 향남읍 상두리에서 있었던 김용창 애국지사 추모제에서 한영미 동화작가는 올초에 펴낸 자신의 동화책 《낙서 독립운동》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글을 낭독한 것이다.

 

 

일제강점기 화성시 작은마을 상두리에서 태어난 김용창 지사는 15살에 상경하여 낮엔 우체국 사환으로 일하고 밤엔 덕수공립상업학교에 다니며 공부했다. 직장에서 일본인들이 행하는 차별과 일제의 노골적인 식민지 정책에 분노하여 스스로 우리 역사를 공부하면서 민족의식에 눈을 떴다.

 

1944년 5월 종로 거리와 건물들의 담벼락에 조선 독립의 정당성을 알리는 글을 쓰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되고 구속되어 심한 고문을 받아 1945년 4월 3일 19살로 세상을 떴다. 장남이 왜 죽은지도 모른 채 울분을 삭이다가 아버지도 열흘 만에 아들 뒤를 따랐다. 남은 가족의 삶이란 고난의 연속이었다. 김용창 지사는 순국한 지 50년이 지난 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 받았다.

 

동화책 《낙서 독립운동》은 아주 독특하다. 문학성 높은 동화이며, 소년 김용창의 일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소년이 자신의 삶을 직접 들려준다. 이 책의 첫 부분은 대전형무소에 갇혀있는 장면이다. 일본 경찰에게 받은 고문으로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있지만 정신은 오히려 또렷하다. 떠나온 고향집 정경과 보고 싶은 가족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손에 쥔 몽당연필로 담벼락에 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다음은 이야기의 줄기를 이루는 부분이다. 어린 소년이 냇가에 쪼그리고 앉아 우리 글로 글자를 쓰는 첫 장면이 인상적이다. 우리말과 글을 못 쓰게 하던 숨 막히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그려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소년 김용창의 영혼이 고향길을 걸어 귀향하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 갈래 길에서 고샅길로 접어들어 서른다섯 발자국이면

   그곳에 우리 집이 있습니다.

   집 앞에 서서 동생들을 부릅니다.

   "동생들아, 내가 왔다. 그동안 얼마나 기다렸니?"

   나는 동생들과 그 아들딸에게 말합니다.

   “1944년 5월, 나는 조선에 독립의 때가 왔다고 썼단다.

   연필로 쓴 희미한 글자이지만,

   마치 벽에 새긴 것처럼 지워지지 않았구나.”

   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나는 줄곧 손에 쥐고 있던 연필을 이제 후손에게 건네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독립을 소망하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완전하고 영원한 독립을 바라던 뜨거운 그 마음으로요.”라고 피 끓는 그의 마음을 전한다.

 

해마다 추모제를 열어 억울하게 가신 넋을 기리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자라나는 세대에게 일제강점기 엄혹한 상황을 쉽게 이야기로 풀어주며 더불어 자주 독립정신을 심어줌은 더더욱 중요하다. 그런 까닭에 쉽고 재미있는 글귀에 그림을 곁들여 엮어낸 동화책 《낙서 독립운동》은 우리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