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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조선시대 서거정이 쓴 우스갯소리문집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0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어떤 대장이 아내를 몹시 두려워하였다. 어느 날 붉은 깃발과 푸른 깃발을 세우고 명령하기를 ‘아내를 두려워하는 자들은 붉은 깃발 쪽으로 아내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들은 푸른 깃발 쪽으로’라고 했다. 사람들은 모두 붉은 깃발 쪽으로 갔는데 오직 한 사람만이 푸른 깃발 쪽에 있었다. 그 사람 말하기를 ‘아내가 항상 경계해서 이르기를 세 사람이 이상 모인 데는 당신은 가지 마세요라고 했는데 붉은 깃발 아래를 보니 모인 사람들이 매우 많아 가지 않았습니다.’라고 했다. 대장이 기뻐하며 말하기를 ‘아내를 두려워하는 것이 이 늙은이 뿐만은 아니로구나.’라고 했다.”

 

이는 조선 전기의 문신 서거정(徐居正)이 편찬한 설화집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에 나오는 우스갯소리입니다. 서거정은 책에서 “거정(居正)이 일찍이 일에서 물러나 한가하게 있을 때 글을 쓰는 것으로 놀이를 삼았다. 이에 일찍이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를 했던 바를 써서 《골계전(滑稽傳)》이라 말했다.”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책 제목도 바로 "태평한 시대 한가한 때에 주고받은 우스갯소리"라고 풀어볼 정도인데 흔히 ‘골계전’이라고 줄여서 말하는 것으로 어떤 이는 이를 지배계층의 개그모임집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개그만이 아니라 《태평한화골계전》은 조선의 선비들도 우리의 삶 속에 건강한 웃음을 즐겼음을 알게 되고, 시대를 뛰어넘는 인간의 본질적 삶의 진실과 지혜가 담겨져 있다고 하겠습니다.

 

 

《태평한화골계전》은 성종 13년(1482) 무렵에 펴냈는데 강희맹이 쓴 책의 서문에서 이 책이 4권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존하는 원본은 없고 여러 종류의 이본이 전하는데, 고려대학교 만송문고에 소장되어 있는 목판본, 방종현 선생의 등사본, 민속학자료간행회에서 펴낸 《고금소총(古今笑叢)》 속에 들어 있는 등사본, 일본 천리대 금서문고(今西文庫)에 소장되어 있는 필사본, 백영 정병욱 선생 소장 필사본 따위가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