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충청남도 천안시 성환읍에 가면 험상궂게 생긴 거북 한 마리가 등에 비석을 짊어진 채 고개를 오른쪽으로 틀어 노려보는 국보 제7호 “천안 봉선홍경사 갈기비(奉先弘慶寺 碣記碑)”가 있습니다. 봉선홍경사는 고려 현종 12년(1021)에 세운 절이지요. 고려 때 학자 이규보가 편찬한 《동문선》에서는 이 봉선홍경사가 “200여 칸의 당우에 여러 공덕상을 그리고 봉선 홍경사라는 사액을 받았다. 마치 도솔천과 같이 신비롭고, 종과 탑이 있었다. 장엄하기가 이를 데 없어 등이 1,000개나 이어져 켜져 있었다.”고 썼으니 당대로서는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던 모양입니다.
여기서 ‘갈비(碣碑)’라는 것은 일반적인 석비보다 규모가 작은 것을 말하는데 대개는 머릿돌이나 지붕돌을 따로 얹지 않고 비 몸체의 끝부분을 둥글게 처리하는 것이 보통이지요. 하지만 이 비는 거북받침돌과 머릿돌을 모두 갖추고 있어 일반 석비의 형식과 다르지 않습니다. 거북모습의 받침돌은 거북 머리가 아닌 용의 머리로 바뀌었고, 물고기의 지느러미 같은 날개를 머리 양쪽에 새겨 생동감을 더하고 있지요. 비 몸돌 앞면 윗쪽에는 ‘봉선홍경사갈기’라는 비의 제목이 가로로 새겨져 있으며, 머릿돌에는 구름에 휩싸인 용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비는 비문의 내용으로 보아 절을 세운 지 5년이 지난 고려 현종 17년(1026)에 세운 것으로 비문은 ‘해동공자’로 불리던 고려시대 최고의 유학자 최충이 짓고, 서예가 백현례가 글씨를 쓴 것입니다. 고려시대의 조각과 금석문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는 이 갈비는 전체 높이 2.8m로 비교적 큰 것인데 사적비를 대표하는 우수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