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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들려준 엄마의 이야기

엄마가 몹시 아끼셨던 놋그릇

[엄마가 들려준 엄마의 이야기 14]

[우리문화신문=김영자 작가]  한가위도 오래지 않은 따뜻한 가을의 어느 날이었단다. 나는 아버지산소에 올릴 메밥을 담을 그릇으로 덥개가 있는 자그마한 불수강식기(스테인리스 스틸 식기)를 하나 사들고 집에 왔었다. 그 식기를 한참 보시던 엄마는 불쑥 “너 놋그릇 기억나니?” 하여 내가 “예, 놋이면 동으로 만든 구리그릇인데 옛날 엄마가 그 그릇에 밥이랑 떠주었잖아요?” “너 어릴 때 일인데 그래도 기억있구나!”하셨다. ‘

 

그때엔 전부 구리(놋)로 만든 밥식기, 놋대접, 놋소래, 놋다라 같은 것들을 쓰셨다 한다. 우리집은 큰집가문으로 이런 그릇들이 많아 살강엔 보기 좋게 올망졸망 앉아있었다는구나! 이런 놋그릇들은 벼짚으로 닦아야 윤기가 돌기에 그릇을 보고도 그 집의 엄마들의 깨끗하고 알뜰함을 갸늠했다는구나!

 

* 놋소래 : 놋으로 만든 소래기, ‘소래기’는 굽 없는 접시 모양의 넓은 질그릇

 

우리 조선민족도 여느 민족처럼 아주 깨끗하고 례절바른 민족이 아니니? 윤기 도는 놋식기에 하얀이밥(새하얀 쌀밥)을 담고 덮개로 꼭 덮고 올망졸망한 놋공기에 김치며 젖갈들을 담고 놋대접에 국을 떠서 놋숫가락 놋젖가락을 놓아 동그란 밥상에 받쳐 흰앞치마 두른 며늘아기가 손수 시아버지님 혹은 서방님에게 공손히 올리는 것은 우리 백의민족의 전통례법이란다. 물론 지금과는 맞지 않지만 그래도 민족의 전통문화는 알아야하고 례법은 갖추는 게 도리가 아니니? 엄마도 그 시대의 합격된 며느리라 할까, 엄마는 놋그릇도 몹시 아끼시었다는구나!

 

 

그런데 1951 또는 1952년이라 기억되는구나! 어느 날인가 정부에서 파견한 공작일군(국가사업일군)은 놋그릇 헌납운동을 선포하고 무상으로 지원해줄 것을 선전하시더란다.

 

“해방을 맞은 지 십년도 안 되는 우리는 아직 가난하고 말끔합니다. 나라가 강해야 백성이 안전하구 나라가 잘 살아야 우리 백성도 부유해 집니다. 지금 나라에서 구리가 급히 수요되는데(필요한데) 지원을 해주십시오.” 대략 이런 뜻이더라는구나! 엄마는 들어봐도 도리가 있더란다. 나라가 동이 그렇게 수요되는데 우리가 그 동, 놋그릇이 아니면 밥을 떠 담을 그릇 없겠느냐고. 더군다나 1950년 항미원조(抗美援朝, 한국전쟁의 중국식 표현)에 자기의 남편, 아들딸들을 서슴없이 전선에 내보내는 우리 조선족 녀성들에겐 나라가 무엇을 수요하면 무엇을 지원하는 것이 응당하다고 여겼단다.

 

엄마는 집안의 모든 놋그릇을 무상으로 헌납하였단다. 그러나 숟가락과 젓가락만은 남겨두었단다. 그러나 그 후 정부의 거듭되는 선전을 듣고 생각해 보았단다. “공산당의 덕분에 해방을 받아 우리 조선족들도 토지까지 분여 받았고 또 호조조(중국 건국초기 농촌마을 협동조합의 이름)까지 꾸려주어 남편 없는 나도 살길이 열렸는데 내가 이래서야 안 되지.”, “내 녀동생은 갓 결혼하여 임신 3개월밖에 안 되었데두 남편이 참군하지 않았는가?

 

이렇게 생각하곤 남겨 두었던 수저까지 모조리 무상지원 하셨단다. 지금 계산하면 돈도 적지 않을 수도 있겠지. 그러나 나라를 위하는 백성의 마음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었단다. 지금 사욕으로 눈이 어두운 사람들은 정말 무상 헌납할 수 있을까? 이건 빼앗는 격이 아닌가?”라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간장, 기름이 없으면 그 어느 때든 공기를 오면 조금씩 나누어 주었고 색다른 음식도 정으로 오갔단다.

 

집문엔 열쇠가 없던 엄마네 그 시절, 나눔은 행복이었고 나눔은 응당한 일로 여기시었단다 해방전쟁 시대에 백성들이 군대를 지원할 때 일일이 돈을 요구했더냐? 나라를 위하는 엄마의 그 마음에 나는 스스로 탄복하지 않을 수 없구나!

 

“웃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맑다.”고 대대손손 길이 전해갈 깨끗한 그 마음 영원히 빛 뿌려 앞길을 밝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