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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0세기 초 출판사들, 일제의 탄압받아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22]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조선시대에는 책을 펴내기 위해 종이를 마련하고, 목판이나 금속활자를 만드는 일에 많은 돈이 들었기 때문에 개인이 아닌 나라가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나라 외에도 돈이 많은 가문들이 자체적으로 책을 펴내기도 했지만 그것은 족보나 문집처럼 가문을 드러내거나 오래 보존하기 위한 목적에 한해서 이루어졌지요. 그밖에 필요한 책이 있으면 빌려 보거나 아니면 일일이 손으로 베껴서 책을 소장하는 일이 일반적이었습니다.

 

20세기가 되자 발달된 서양의 인쇄기술이 들어오면서 전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책을 많이 찍어낼 수 있게 되었는데, 1905년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출판사라는 것이 생겨나게 되었지요. 특히 1905년 을사늑약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지자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불처럼 일어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때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출판사들은 서양의 학문과 기술을 익히는 데 필요한 책들은 물론 애국심을 일깨워주는 역사전기물을 쏟아내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러나 1910년에 일본에게 나라의 주권을 빼앗기면서 조선총독부로부터 발행 허가를 받은 책만 펴낼 수 있었고 그 결과 그 이전에 펴냈던 책들 가운데 상당수가 조선총독부로부터 금서(禁書) 처분을 받았지요. 그 뒤 출판사들은 문학책, 특히 소설책에 집중했고, 1910년대 출판사들이 양산해낸 그 소설책들이 바로 ‘딱지본’이었습니다.

 

초창기 생겨난 출판사 가운데는 먼저 1900년대를 이끌었던 “김상만 책사”라고도 알려져 있는 “광학서포”입니다. 1907년 1월 31일자 대한매일신보에 실린 광학서포의 신간도서 28종에는 역사ㆍ지리ㆍ어학ㆍ법률ㆍ윤리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었습니다. 이 광학서포는 1910년대 들어 16,238권을 일제에 압수당하면서 결국 문을 닫게 되었지요. 그리고 190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등장한 회동서관은 지석영이 쓴 《자전석요》를 매회 5천부씩 18판을 찍어내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밖에 1910년대에 신소설 전문 출판사로서 유명한 동양서원, 1910년대 신소설의 유행을 확산시켰던 보급서관 등이 있습니다. 결국 이때 출판사들에 대한 일제의 탄압만 없었다면 우리의 출판문화는 훨씬 큰 발전이 있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