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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한국전쟁 때 큰 공을 세운 ‘지게’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2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미국 워싱턴D.C. ‘한국전쟁기념공원’에는 민간인들이 지게로 탄약을 운반하는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들은 군번도 계급장도 없는 무명옷 차림의 군인이 아닌 민간인들로, 최전방 전투지역에서 식량과 탄약 등 군수품을 져 날랐지요. 물론 정식 이름은 ‘한국노무단(KSC·Korea Service Corps)’이었지만, 지게 모양이 알파벳 A자를 닮았다며 ‘지게부대(A Frame Army)’라 불렀다고 합니다. 한국전쟁의 숨은 공신인 이 지게부대원들은 산에 오를 때는 보급품, 내려올 때는 부상병을 실어 날랐습니다. 남아 있는 기록으로만 전사자 2,064명, 실종자 2,448명에 이른다고 하지요.

 

 

문헌 기록을 보면 중국어 교본이었던 《역어유해(譯語類解, 1690년)》에는 지게의 뜻을 풀어서 ‘배협자(背狹子)’로 적었으며, 1766년에 유중림이 펴낸 《증보산림경제》에는 ‘부지기(負持機)’라고 나왔습니다. 지게를 뜻하는 말인 ‘지기’에 ‘진다’는 뜻의 ‘부(負)’를 덧붙인 말이지요. 무게는 5∼6㎏인 이 지게는 곡식을 비롯하여 나무ㆍ거름 등 사람의 힘으로 나를 수 있는 대부분의 물건을 옮기는 데 쓰는데 건장한 남자는 한 지게에 50∼70㎏ 안팎이나 질 수가 있습니다.

 

지게는 보통 가지가 달린 소나무를 깎아 만들었는데 이것이 구하기 어려우면 나무쪽을 모아 만들거나 각목 따위에 못을 박아 지게처럼 꾸며서 썼는데 이를 ‘쪽지게’라고 했지요. 또 소나무가 아닌 참나무로 만든 강원도 산간지방의 ‘옥지게’, 소나 말 등에 얹어 쓰는 ‘거지게’, 우물에서 퍼 담은 물통을 져 나르는 ‘물지게’ 따위도 있었습니다. 논두렁도 개울가도, 비탈진 산길도 문제없이 짐을 져 나를 수 있는 지게. 그 지게는 어린 아이들이 아버지의 지게에 올라타고 세상을 볼 수 있는 창이기도 했지요. 프랑스 민속학자 샤를르 바라도가 "양 어깨와 등의 힘을 조화시킨 창의적이고 과학적인 운반기구다."라고 했다는 ‘지게’, 이제는 사진첩 속이나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는 추억의 물건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