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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사치한 밀국수, 이젠 흔한 음식 되어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2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조선 후기의 학자 정약용은 낱말풀이와 말밑(어원)을 적은 책 《아언각비(雅言覺非)》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맥설(밀가루)을 진말(眞末)이라고 부른다. 사투리로는 진가루다. 면(麵)은 음식의 이름이다. 국수(匊水)는 사투리다. 이것은 잘못되었다”고 적었습니다. 정약용이 이렇게 쓴 까닭은 ‘면’은 반드시 밀가루여야 하는데, 조선에서는 메밀가루로 만든 국수도 ‘면’이라고 불렀기 때문이지요.

 

 

중앙아시아의 카프카스 지방이 원산지로 알려진 밀은 우리나라의 기후와는 맞지 않아 재배할 수가 없었기에 밀가루로 만든 국수는 20세기 이전만 해도 아무나 먹을 수 없는 귀한 음식이었습니다. 그래서 밀가루로 만든 국수 대신 옥수수가루로 ‘억지국수’를 만들어 먹었으며, 옥수수 앙금으로 쑨 묵에 가까우면서 올챙이처럼 생긴 ‘올챙이국수’를 먹었다고 하지요.

 

그러다가 일제강점기에 만주로부터 들여온 밀을 제분하는 공장이 평양과 인천에 들어서면서 밀국수를 먹을 수 있었지요. 그 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미국으로부터 무상으로 밀이 들어온 덕분에 밀가루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가 되었고 일본에서 발명한 인스턴트 라면도 1963년에는 나라 안에서 스스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1960~70년대는 정부가 나서서 분식을 많이 먹기를 권장하기도 했던 탓에 안타깝게도 지금은 쌀은 남아도는 대신 국민 한 사람당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밀국수를 먹는 나라가 되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