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사뿐한 날개짓으로 영남의 아리랑을 노래하다

배경숙 영남민요연구회장의 음반 발매 기념공연 열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랜 동안 배달겨레가 전승하고 나라밖 이산(디아스포라)과 분단에서도 함께 향유해 온 아리랑. 이 아리랑은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오르고, 2014년 대한민국 국가무형문화재 129호로 지정되어 우리 겨레는 물론 전 인류의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 되었다. 그 아리랑은 영남지방에서도 끊임없는 전승이이루어지고 있다. 바로 대구의 배경숙 선생과 영남민요연구회가 그 주인공이다.

 

20일 저녁 5시 15분 ‘배경숙의 아리랑 그리고 영남의 소리’ 음반 발매 기념을 겸한 아리랑과 함께 해온 15년 기록 재현무대가 대구 대명동의 대덕문화전당에서 펼쳐졌다.

 

배경숙 선생은 1997년 영남민요아리랑보존회 회장 정은하 선생의 문하로 소리에 입문, 이후 영남대학교에서 석ㆍ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영남지역 전래민요와 아리랑 연구가로, 구미의병아리랑 등의 작사 작곡자로, 전통음악 무대 기획 연출가로, 경산아리랑제와 같은 아리랑 컨텐츠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배경숙 선생의 영원한 스승이며, 대구 출신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민요연구가인 고 이재욱 선생에게 음반을 바치는 행사가 먼저 열렸다. 배경숙 선생은 이재욱 선생을 상징한 오래 전에 학교 현장에서 쓰던 걸상 위에 음반을 올려드렸다.

 

이어서 공연이 열리는 무대로 옮겨 먼저 배경숙 선생이 ‘헐버트 아리랑’을 부른다. “아르랑 아르랑 아라리요 아르랑 얼사 배 띄어라.” 고종황제의 밀사였으며, 한글과 아리랑 사랑에 빠졌던 호머 헐버트(1863~1949)가 채록했다는 ‘아리랑’이 배경숙 선생을 통해서 거룩하게 불려진다.

 

그리고 시작되는 제1부에서는 고 이재욱 선생 일대기 영상을 먼저 보여주었다. 공연의 사회는 한겨레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상임이사가 해박한 아리랑 지식과 쉴틈 없는 입담으로 틈을 멋지게 메꿔주고 있다. “팔공산인을 그리며”라는 제목의 제1부는 방아타령이 공연장을 압도하며 시작한다. 무대에는 떡방아, 디딜방아, 절구, 맷돌, 체 같은 도구들이 등장하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퍼포먼스와 함께 구수한 민요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런데 청중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제2부의 “나무하러가는 소리ㆍ지게목발소리”에서의 7인 남성 소리꾼들이다. 6.25전쟁 때 전쟁터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지게를 메고 소리꾼들은 힘차게 노래를 한다. 대다수의 민요 공연장이 여성 소리꾼 일색인데 반해 이번 공연은 7인의 남성소리꾼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남성 소리꾼이 줄어드는 이 시대 배경숙 선생과 영남민요연구회가 돋보이는 순간이다.

 

3부에서는 “화전노래”가 눈길을 끈다. 우리 겨레는 봄이 되면 진달래 꽃잎을 따서 화전을 붙여먹으며 즐겨왔다. 그런 상상을 하며 “화전노래”를 듣는 순간 입에는 침이 고인다.

 

 

 

그리고 마지막 4부에선 영남지역 아리랑들 곧 “압량아리랑, 경산아리랑, 팔공산아리랑,”이 공연장을 메우고, 향토색 짙은 아리랑에 청중들은 감동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리고 이어진 역시 남성 소리꾼들의 힘찬 “의병아리랑”은 청중들이 잠시나마 애국의 심정으로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들었다. 그리고 본조아리랑으로 공연은 마무리된다.

 

이번에 발매된 음반 ‘배경숙의 아리랑 그리고 영남의 소리’는 배경숙 선생이 15년 활동이 담긴, 직접 부르고, 찾아 곡을 붙이고, 작사 작창한 민요와 아리랑을 3장의 CD에 담은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민요연구가인 팔공산인 고 이재욱 선생이 1929년 수집 정리한 사설에 배경숙이 곡을 붙여 부활시킨 곡들이 대부분이다.

 

김기현 경북대 교수는 배경숙 선생에 대해 “배 선생은 우리 민요의 소리꾼인가하면, 민요연구자이고, 작곡가인가하면 공연 기획연출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영남민요연구회 같은 조직을 이끌며 활동하는 지역 문화운동가이기도 하다. 이 중에 특히 이재욱이란 대구 문화인물의 연구자인 점과 몇몇 아리랑을 작창하여 부르도록 한 것은 분명한 공로로 평가 받을 만하다.”라고 소개했다.

 

또 곽태천 영남대 교수는 “배경숙 여사는 《영남민요전래집》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그 채록자 이재욱의 연구로, 또한 그가 수집 정리한 전래민요 중 곡을 붙여 무대화 하여 시민과 함께하게 했다. 이를 통해 지역 정서의 아름다움을 인식시키고 자긍심을 드높이는데 이바지하였다.”라고 배경숙 선생을 평가한다.

 

 

 

이날 공연을 본 비산동에서 왔다는 정해숙(56, 교사) 씨는 “우리 지역에 영남의 아리랑과 민요를 전승하는 훌륭한 예술가가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 영남에도 다양한 아리랑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는데 이 점에서도 참으로 뿌듯하다. 특히 남성소리꾼들을 육성 지도하고 있는 점이 배경숙 선생의 지도력이 대단함을 보여주다.”고 말했다.

 

태풍 다나스의 여파로 비가 간간히 내리던 여름날, 하지만 영남의 아리랑이 울려 퍼진 대덕문화전당 공연장은 태풍의 느낌이 침범할 수 없는 아름다운 공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