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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신비스러운 소나무, 이재관의 “송하처사도”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3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우리 겨레가 소나무를 무척 좋아했다는 것을 증명이나 하듯이 조선시대 그림에는 소나무가 참 많이 등장합니다. 소나무 한 그루만 우뚝 서 있는 그림은 물론 수많은 나무들이 뒤섞여있는 산을 그릴 때도 소나무는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요. 역시 나라에서 송목금벌(松木禁伐)이라 하여 소나무를 보호했던 것과도 무관치 않을 것입니다. 조선 후기 수많은 진경산수화가들은 금강산도에서 또 인왕산이나 남산 따위 그림에도 모두 잘 생긴 소나무들을 그려 넣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소나무 그림들을 보면 먼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가 떠오르며, 정선의 “노송영지도(老松靈芝圖)” 이인상의 “송하관폭도(松下觀瀑圖)”, 윤두서의 “무송관수도(撫松觀水圖)”, 강세황의 “송하인물도(松下人物圖)”, 윤덕희의 “송하탁족도(松下濯足圖)” 같은 그림도 유명합니다. 그런데 여기 조선 후기의 화원 화가 이재관(李在寬, 1783~1837)의 “송하처사도(松下處士圖)”도 빼놓을 수가 없지요.

 

 

“송하처사도(松下處士圖)”를 보면 그림 위아래를 가로지르며 우뚝 솟은 한 그루 소나무가 있고 그 아래로 시냇물이 졸졸 소리 내며 흐릅니다. 소나무의 둥치 부분은 짙고 깊은 먹색을 써서 그렸고, 위로 올라가면서 서서히 옅어집니다. 그런데 이재관의 뛰어난 솜씨는 소나무 뒤쪽의 흐릿하게 보이는 먼 산에 있다고 합니다. 강한 모습의 소나무에 견줘 멀리 있는 산을 아련한 느낌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여 이 그림에 깊이와 신비감을 자아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재관은 독립된 화실을 연 첫 화가라고 합니다. 그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어려운 집안 살림에 그림을 팔아 어머니를 모셨다고 하며 특히 인물화와 영정 그림을 잘 그렸다고 하지요. 특히 19세기 초 안동의 이현보가에서 이현보의 영정을 다시 그릴 때 추사 김정희에게 화가 추천을 의뢰하였는데, 추사가 이재관을 추천하였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또 그의 그림은 일본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아서 일본인들이 동래 왜관에서 이재관의 그림을 해마다 사 갔다고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