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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왜곡한 ‘장승’과 ‘벅수’ 이야기

왜 '지하'는 '여장군'이라고 할까?

'女將軍'이라는 표현, ‘남존여비’ 사상으로 개화기 때부터 나타나
[일제가 왜곡한 ‘장승’과 ‘벅수’ 이야기 17]

[우리문화신문=황준구 민속문화지킴이] 

 

 

 

우리가 흔히 '장승'으로 알고 있는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과 '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은 '장승'이 아니고 '벅수'라고 불러야 옳은 표현이다. ​

 

《태백일사》의 ‘삼신오제본기(三神五帝本記’에는 “하늘 아래의 다섯 방향 곧 동서남북과 가운데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사람을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 지금 살고 있는 세상 곧 이승의 대장군)이라 하고, 지하의 다섯 방향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사람을 '지하여장군(地下大將軍, 죽은 사람의 '혼-넋‘이 가서 사는 저승의 대장군)이라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1520년 일십당 ‘이맥(李陌)이 목숨을 걸고 쓴 상고시대의 역사책 《태백일사(太白逸史)》 ‘개국신화’의 내용에는 “‘벅수(法首)’는 ‘선인(仙人)’을 뜻하며, 선인 ’왕검(단군왕검)‘이 곧 ‘선인법수(仙人法首)다.”라고 기록되었다. 곧 ‘벅수’란 ‘단군할아버지’를 표현한 것이다.

 

1500년 무렵의 조선왕실에서는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상고시대의 모든 역사책을 압수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그 때문에 《태백일사》는 빛을 보지 못하고, 350여 년 동안 깊숙하게 숨겨 왔었다. 그러다가 이맥의 후손 해학 이기(李沂)는 1876년 개화기를 앞뒤로 하여 《태백일사》를 그의 제자들에게 공개했고, 그 뒤 《태백일사》를 베끼기(筆寫) 시작하였다.

 

그런데 여러번 필사를 하는 과정에서 필사를 하는 사람에 따라 그 무렵의 사회 환경과 철학이 덧붙여지거나 보태져, 왜곡되고 변질되기 시작하였다. 그 대표적인 것이 '地下女將軍'이라는 표현이다. 유교문화권에서 불평등을 뜻하는 것으로 두루 쓰였던 “남자는 높고, 여자는 낮다.”라는 뜻의 남존여비(男尊女卑) 표현이 등장한 것이다. 본디 원본에는 '地下大將軍'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

 

‘개화기’때부터 빛을 보기 시작한 《태백일사》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가지마 노부루(鹿鳥昇)가 필사한 일본어판을 원본으로 하여 1911년 운초 계연수(桂延壽)가 《환단고기》라는 책으로 다시 편집하여 펴낸 것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 하였다. 《태백일사》 원본에는 지하의 다섯 방향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사람을 ‘地下大將軍’으로 기록하고 있었지만 수십 번의 필사를 거쳐 일본어로 뒤친 필사본을 다시 번역하여 출판을 한 《환단고기》의 내용에는 ‘地下大將軍’이 ’地下女將軍'으로 둔갑돼있었다. 《태백일사》의 원본은 북한땅에 남겨져 보존되고 있다.​

 

개화기가 시작되기 이전의 ‘벅수’(수호신)에서는, ‘天下大將軍’과 ‘地下大(女)將軍’이라는 글씨는 찾을 수가 없다. 《태백일사》가 공개된 이후에 펴낸 책들의 자료와 삽화 그리고 사진에서 ‘天下大將軍’과 ‘地下大(女)將軍’이 나타나기 시작 하였다. 공식적인 자료로는 1890년 일본에서 발행된, 《파리통신(巴里通信)》이라는 '잡지'에 ‘天下大將軍’이 처음으로 소개되었고, 1902년에 역시 일본에서 발행된 《한국이정표(韓國里程標)》라는 책에 '天下女將軍'이라는 표현이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

 

우리의 민속학자들은 우리 조상들이 “'음양오행(陰陽五行)‘을 따져 장승을 세웠다.”라고 표현을 하고 있지만 조선시대 때 세워진 우리의 전통 ’벅수’에는 원래부터 남ㆍ녀의 구분이 없었다.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다. 벅수의 얼굴에 수염이 표현되어 있고, 없는 것으로 '음'과 '양'을 표현하였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의 민속학자들은 수염이 없는 ‘벅수’(장승?)는 무조건 '음'으로 취급하여, ‘女將軍’ 혹은 ‘할머니’라고 표현을 한 조선총독부를 따라 썼다. 어리석은 짓을 한 것이다. ​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은 '벅수'를 '장승'으로 잘못 알고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 사람 그 누구도 '地下女將軍'이라는 표현에 불만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성단체에서도 침묵하고 있다. 우리의 '벅수문화'(수호신)에는 우리나라 사람, 그 누구도 관심이 없다는 증거다.​

 

지금 ‘장승’(벅수)을 깎는 작가라고 자칭을 하는 이른바 '장승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세운 장승의 모습을 보면, 입을 찢어지게 벌리고 하품을 하는 모양과 비녀를 꽂고 연지곤지를 찍은 확실한 여자의 모습에 왜 또다시 ‘地下女將軍’이라는 이름표를 달아야 만 하는지 알 수가 없다. ‘地下大將軍’이라고 표현을 하여 주면, 큰 손해를 보는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지하가 '女將軍'이라면, 천하는 ‘男將軍’이라고 불러야 옳은 말이고 옳은 표현이다.​

 

충청지역 에서는 1984년까지 ‘女將軍’이라고 표현을 한 '당산'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본디부터 ‘地下大將軍‘ 아니면 ‘天下大將軍 婦人’이라고 표현을 하였었다. 그런데 공주시가 ‘소라실’의 마을제사와 칠갑산장승대제를 시작한 때부터 충청도에서도 ‘女將軍’이라는 표현이 판을 치기 시작하였다. 안타까운 일이다. '조상'이 남겨준 글씨 표현을 후손들이 아무런 까닭 없이 바꾸는 것은 조상에 대한 예의도 아닐 것이다.​

 

2000여 년 전에 세워진 그리스 ‘로마’의 ‘판테온(Pantheon)’은 '萬神殿'이라고 하여 지금도 변함없이 로마시대 때의 모든 수호신들을 그대로 모시고 있어 세계에서 이름난 곳이다. 그들의 수호신들을 미신 문화로 취급을 하여 업신여기는 사람은 이 세상에는 아무도 없다. 우리도 우리의 민속신앙에 나타나 있는 모든 '수호신'(法首)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만신당(萬神堂)>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충청도의 ‘칠갑산’이 적절한 곳이라고 생각 되지만 청양의 지자체장들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보존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모두들 젯밥만 챙기는 자격미달의 공신들만 모여 있다.

 

​<'地下가 女將軍'이라면, '天下는 男將軍'이라고 불러야 올바른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