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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가는 여름을 한방에 날린 ‘동양고주파’ 공연

국립국악원 “우면산 별밤축제” 연주자와 청중 하나되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어제 8월 31일 밤 8시,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연희마당에서는 밴드 ‘공양고주파’의 “우면산 별밤축제” 7차 공연이 열렸다. 최우영의 베이스 기타와 장도혁의 타악(퍼커션), 윤은화의 양금이 함께하는 파격적인 구성으로 동서양 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동양고주파’의 ‘틈’ 공연이 무대에 오른 것이다.

 

 

 

연주는 ‘파도’, ‘그때와 지금’, ‘노니’, ‘은하’ 등 실험적인 음악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이문세의 ‘광화문연가’가 시작되자 귀에 익숙한 음악에 사람들은 들썩이고 환호의 도가니가 된다. 조금 음악이 어렵게 느껴졌던 것도 서서히 녹아들어 갔다. 그리고는 기타 정종하, 피리ㆍ생황ㆍ태평소의 천성대가 함께 하면서 공연장의 열기는 한층 무르익는다.

 

그렇게 진행되던 연주는 경기민요 소리꾼 여성룡이 등장하여 민요 ‘사설난봉가’를 부르면서 온통 소용돌이가 생긴다. 그렇지 않아도 ‘사설난봉가’는 해학적 사설로 분위기를 띄우는데 ‘동양고주파’ 연주에 맞춘 변형 창법은 청중을 완전히 사로잡고 말았다. 특히 어린 청중들은 그저 앉아서 듣지 못한다. 손짓으로 타악기를 연주하는 흉내를 내보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마당을 깡충깡충 뛰어 다니기도 하면서 그 흥을 주체하지 못한다.

 

그렇게 청중들이 엮어내는 흥에 연주자들도 함께 동조한다. 특히 윤은화는 양금을 연주히면서 주체치 못한 열정에 젊잖게 앉아서만 연주하지 못하고 순간 순간 일어서서 연주하기도 한다.

 

 

 

 

이날 공연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것의 하나는 평소에 자주 볼 수 없는 국악기들의 화려한 등장이다. 먼저 윤은화가 개량하고 연주하는 양금은 기타, 타악 연주와 더불어 청중들을 환상 속으로 끌고 들어가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천성대가 연주한 개량생황은 신비스러운 소리를 엮어냈다. 서양악기와 국악기의 아름다운 화음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이후 여성룡의 노래와 힘께한 신중현 작곡의 ‘미인’ 연주가 청중들을 흥분하게 했는가 하면 ‘검은사막’, ‘터널’, ‘틈’, ‘혼’ 등 ‘동양고주파’의 빛깔을 분명하게 해주는 연주들이 이어졌다.

 

연희마당에는 가족 단위로 돗자리를 깔고 앉은 사람들로 가득 메웠다. 흔히 보던 엄숙한 공연장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우면산 별밤축제” 시리즈가 국악과 서양악기가 함께하는 퓨전음악 잔치여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흥겹고 신명나는 연주에 아이들이 엄마아빠와 함께 몰입하는 정도는 기가 막히다.

 

이날 공연을 보러온 서울 공릉초등학교 5학년 문경준 군은 “어려운 음악이었지만 온몸으로 연주하시는 모습에 푹 빠져서 보았어요. 특히 천성대 선생님 피리 소리에 반했는데 국악고등학교에 꼭 가서 피리 공부를 하고 싶어요.”라며 미래의 꿈을 다짐하고 있었다. 또 서울 구룡초등학교 5학교 김선정 양은 “오늘 이런 공연에 처음 와봤는데 특히 노래를 열정적으로 불러 감동했어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모습이 정말 좋았어요.”라고 했다. 이 아이들은 공연 내내 ‘대박’ 등의 외침을 곁들이며 연주하는 음악들에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는지 흥분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만 이 훌륭한 공연에도 약간의 티는 있었다. 음량이 비교적 작은 국악기와 음량이 큰 편인 서양악기가 함께 할 때는 음향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데 작지만 강한 음색으로 공연장을 압도하는 피리의 모습이 조금은 작아 보인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욕심일까? 그리고 양금과 생황 등 익숙하지 않은 국악기들을 간단하게라도 소개해줬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공연이 끝난 뒤 국립국악원 관계자들의 청중들이 빨리 퇴장하기를 강박하는 듯한 태도는 못내 아쉬웠다.

 

그럼에도 이날 공연은 가는 여름을 한방에 날려준 신명의 한판 잔치였다. 열정으로 온몸을 불사르며 연주한 공연자들과 함께 하나가 되어 공연을 즐긴 청중들 모두에게 큰 손뼉으로 칭찬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