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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 그 향기롭고 아름다운 시간들

바쁜 길도 돌아가라
[석화 시인의 수필산책 2]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현대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오늘의 우리시대를 “속도”라는 한마디로 특징지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자주 보는 어느 스마트폰의 광고카피 “빠름~빠름~빠름~”이라는 문구처럼 눈을 뜨면 모든 것이 바뀌고 빠르게 변하는 오늘을 살아가면서 “스피드(Speed)”라는 용어는 우리들의 삶의 방식마저 뿌리째 뒤흔들어 놓고 있다.

 

남보다 빠르지 않으면 뒤쳐지고 뒤쳐지면 사라지고 지워지고 곧바로 끝장나버릴 것이라는 위기감을 안겨주는 이와 같은 “무한경쟁의식”은 우리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고 불안하게 하여 그저 앞만 바라보고 무작정 내달리게 한다. 이러한 “쾌속질주”를 선호하는 사회환경은 우리들의 심리상태를 자극하여 많은 이들의 눈앞에 다만 목적과 결과만 보이게 한다.

 

 

이 “목적”과 “결과”만을 추구하는 “속도의 시대”에 간과되고 외면되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그 “목적”과 “결과”를 이뤄내는데 필수적인 “과정”이다. 시작으로부터 끝에 이르는 사이의 그 수많은 시간들, 그 “과정”이라는 시간이 뭉텅 잘려나간다면 우리가 바라던 “목적”과 “결과”에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것이 문제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목적”과 “결과”만 추구하는 “목적결과주의”는 이들의 눈에 다른 것은 보이지 않게 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하고 심지어 편법과 비리, 범죄까지도 서슴없이 저지르게 하며 나중에는 필연적으로 그 끝에 채 닿기도 전에 엄청난 “결과”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가끔 우리들의 가슴을 놀라게 하는 사건, 사고들... 수많은 인명피해를 안겨준 건축물이나 다리의 붕괴사고, 열차나 자동차의 충돌과 같은 교통사고와 비행기 추락사고 나아가 댐의 붕괴나 핵 시설의 폭발과 같은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을 가져다 준 엄청난 사건, 사고들은 모두 사후조사를 걸쳐보면 이 “과정”이라는 중요한 부분이 생략되었거나 부실하였기 때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요즘 우리 문단을 시끄럽게 하는 어느 “표절사건”도 마찬가지이다. 문학과 예술에서 창작의 가장 기본적인 의미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인데 이 기본적인 의미를 무시하고 다른 이의 작품을 베껴내어 자기 것인 듯 발표하고 그것도 모자라 버젓이 “상”이라고 받는다는 것은 소위 문학이라는 동네에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고 차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 사건도 따지고 보면 바로 “목적결과주의”가 낳은 비극으로 문학창작에서 그야말로 뼈를 깎아내고 피를 말리는 학습과 습작이라는 길고 험난한 과정을 무작정 건너뛰어 “목적”과 “결과”만을 추구한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말 속담에 “바쁜 길도 돌아가라”는 말이 있고 한어의 사자성구로 “발묘조장(拔苗助長)”이라는 말이 있다. 모두가 “과정”이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말이라 하겠다.

 

그것은 “목적”,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소중한 것이 “과정”이라는 것이다. “목적”만을 바라고 쏜살같이 달려간다면 그 사이에 있었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결과”만을 추구하여 어설픈 모양만을 이뤄낸다면 그에 이르는 시간에서 스며 나오는 그윽한 향기를 맡을 수 없을 것이다. 인스턴트(instant)식품이 아무리 편리하여도 어머니가 손수 담아주셨던 토장, 간장의 깊은 맛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들판의 한 송이 꽃도 씨앗이 움트고 잎이 돋고 봉오리가 열리는 과정을 거쳐서 향기롭고 아름답게 피어난 것이다. 우리들도 과정, 그 향기롭고 아름다운 시간들에서 비로소 삶의 참된 멋과 맛을 깨우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