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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맛깔스러운 해설까지 유지숙 명창의 감동공연

명원민속관, 어제 “서도소리, 북에 두고 온 우리소리” 공연 열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앞집의 처녀가 시집을 가는데 뒷집의 총각은 목매러 간다

앞집의 처녀가 시집을 가는데 뒷집의 총각은 목매러 간다

사람 죽는건 아깝지 않으나 새끼 서발이 또 난봉나누나

에에헤 허야 허야 더허야 내 사랑아“

 

유지숙 명창과 그 제자들이 ‘사설난봉가’를 부르자 장내는 폭소가 터졌다. 그것은 노래를 하기 전 유지숙 명창이 청중들에게 난봉가에 대해 재미난 해설을 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바로 이어서 서도소리로 기막힌 해학을 표현했기에 나올 수 있는 장면인 것이다.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사설난봉가에 대해 유 명창은 스승 오복녀 명창과의 일화를 예로 들면서 “그야말로 익살스러우면서도 풍류가 담긴 가장 흥겨운 소리”라고 정의했다.

 

어제 9월 19일 저녁 6시 국민대학교 명원민속관에서는 유지숙 명창의 “서도소리, 북에 두고 온 우리소리” 공연이 있었다. 명원민속관에서는 지역사회와 함께 격조높은 우리문화를 공유하고자 예술감독 김희선 교수(국민대 교양대학)의 주도로 “풍류나누기 명인시리즈”를 열고 있는 것이다.

 

 

 

이날 공연은 먼저 서도소리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서도시창(西道詩唱) ‘관산융마’로 시작되었다. 시창(詩唱)은 시를 창으로 부른다는 뜻으로 서도시창에는 ‘관산융마’가 유일하다. 동정호 악양루에 오른 두보를 상상하며 두보의 입장에서 전란에 휩싸인 나라의 불행과 두보의 불우한 처지, 그리고 나라에 대한 충성심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영조 때의 문인 신광수(申光洙)의 시를 소리하는 것이다.

 

역시 ‘관산융마’ 공연에는 최경만 명인의 피리 반주가 일품이다. 담담하고 깊이 있는 유지숙 명창의 소리에 청중들은 우선 넋이 나간 듯 빠져 들어간다. 소리와 피리의 주고받음은 “‘관산융마’가 바로 이런 음악이다.”라고 속삭이듯 이어나간다.

 

계속해서 유 명창은 최 명인의 피리 반주에 맞춰 ‘수심가’, ‘엮음수심가’, 산염불‘, 자진산염불’ 등을 부른다. 이후는 유 명창이 제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다.

 

 

 

 

유 명창은 제자 김유리ㆍ류지선ㆍ전소현과 함께 ‘영변가’를 부르고, 이나라ㆍ장효선과 함께 ‘야월선유가’, ‘금드렁타령’을, 이나라ㆍ장효선ㆍ김유리ㆍ류지선ㆍ전소현과 함께 ‘반매기비나리’와 ‘축원경’을 부른다. ‘축원경’에서는 유 명창이 마음을 담아 청중들에게 복을 빌고 또 빌어준다. 이에 청중들은 입이 함박만해진다. 역시 세상이 어수선하고, 삶이 팍팍한 때에는 ‘축원경’이 큰 위로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날 공연은 대갓집 사랑방 분위기가 물씬 나는 ‘명원민속관’의 환경도 큰 몫을 했다. 이 명원민속관은 조선 말 첨정대신과 한성판윤을 지낸 한규설의 집으로 1890년에 지었다. 원래 서울 중구 장교동에 있던 것을 1980년 이곳 국민대학교 후문 건너편으로 옮겨온 것이다. 아름다운 북한산 자락에 자리 잡은 이 고택은 솟을대문ㆍ안채ㆍ사랑채ㆍ별채ㆍ행랑채ㆍ사당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남쪽으로는 녹야정ㆍ초당도 함께 있는 원형이 잘 살아있는 아름다운 한옥이다.

 

그보다도 더욱 이 민속관이 돋보이는 것은 한규설 대감의 집이었다는데 있다. 조선말 많은 대신들이 일본에 빌붙어 매국하는데 혈안이 되었을 때 한규설은 끝까지 을사늑약을 반대하여 파면되었음은 물론, 일제가 준 귀족 작위를 거부한 채 집에 묻혀 살았던 우국지사였다.

 

이런 고택의 의미를 살려 2013년부터 전통문화 풍류를 체험하는 마당으로 재탄생시켰는데 이는 바로 김희선 예술감독과 서미숙 학예사가 의기투합하여 이루어낸 결실이라고 한다. 사진작가 김동국 씨는 “국악동호인들 사이에선 이곳 명원민속관이 명품공연장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한옥의 분위기를 잘 살려 알찬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고 있는데 청중들로서는 국악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고들 입을 모읍니다.”라고 말했다.

 

 

 

서울 창신동에서 왔다는 정아영(43. 회사원) 씨는 “원래 유지숙 명창의 서도소리를 좋아했는데 명원민속관에서 듣는 서도소리는 그야말로 감동이었습니다. 일반 공연장에 견주어 공연자와 얼굴을 맞대다시피 가까이서 듣는 맛이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더구나 유지숙 명창의 쉽고도 재미나는 명품해설에 깜짝 놀랐습니다. 천상의 소리에 저런 맛깔스러운 해설 능력까지 겸비하고 있음은 그가 왜 명창인지를 실감나게 해줍니다.”라고 감격에 겨운 말을 했다.

 

초가을의 고택 마루, 그곳에서는 서도소리의 향연과 이를 즐기는 청중들이 교감을 나누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