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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찢어지고 더렵혀진 옛 그림 어떻게 복원할까?

외국박물관 소장 우리 ‘옛 그림’ 복원 마치고 공개중
국립고궁박물관, 보존처리 마친 해외 한국유물 12점 돌려보내기 전 전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래된 유물들은 찢기고 좀이 슬고 온전치 못한 것들이 많다. 이를 박물관에서는 어떻게 복원하여 전시할까? 이에 대해 그 대강의 방법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전시가 있다.

 

바로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지병목)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지건길)이 나라밖에 있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소장한 한국유물 가운데 국내에 들여와 보존처리를 마친 유물들을 한국관객들에게 공개하는 ‘우리 손에서 되살아난 옛 그림’ 전시를 오는 11일부터 10월 13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나라밖 문화재 소장기관 활용 지원 사업의 하나로 국내에 들어와 보존처리를 마친 뒤 다시 나라밖에 있는 소장처로 돌아가기 전에 복원된 모습을 잠시 선보이는 자리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미국의 클리블랜드미술관과 필라델피아미술관, 스웨덴 동아시아박물관, 영국의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독일의 로텐바움박물관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 등 4개국 6개 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의 회화와 자수 병풍 등 모두 12점으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국내로 들여와 2017년부터 보존ㆍ복원을 지원해왔다.

 

이 가운데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The Cleveland Museum of Art) 소장품으로 조선 초기 작품으로 알려진 <산시청람도(山市晴嵐圖)>와 조선 후기의 <초상화>가 공개됐다. <산시청람도>는 조선 초기에 널리 제작되었던 산수화인 소상팔경도 가운데 하나로, 안개 낀 도시와 산촌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드물게 전해지는 조선 초기 산수화로 주목되는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기존의 변형된 형태의 장황을 제거하고 족자 형태로 새롭게 장황하였다.

* 장황(粧䌙): 글씨나 그림을 족자ㆍ병풍ㆍ책 등의 형태로 꾸미는 일(표구의 우리말)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The Philadelphia Museum of Art) 소장의 <백동자도(百童子圖)> 병풍 역시 새롭게 개장된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다. 화려한 전각이 있는 정원에서 놀고 있는 수많은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모두 10폭의 병풍으로 기존에 5폭씩 나누어 2개의 병풍으로 전해지던 것을 이번 보존처리를 통해 원래의 형태인 10폭으로 복원한 것이다.

 

스웨덴 동아시아박물관(The Museum of Far Eastern Antiquities) 소장 작품으로 <표작도(豹鵲圖)>와 <난초도>를 볼 수 있다. <표작도>는 소나무와, 표범, 까치를 그린 민화로, 종이를 오려 장황을 꾸몄다. 원래의 장황이 잘 남아 있어 원형을 살려 보존처리 하였다.

 

 

<난초도>는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그린 것으로, 검은 비단에 금색 물감으로 그렸다. 이번 보존처리 과정 중에 구리 성분의 물감이 쓰였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또한, 기존의 장황과 배접지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숨겨져 있던 글씨가 주목을 끌고 있다.

 

영국의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The Victoria and Albert Museum)과 독일의 로텐바움박물관(The Museum at the Rothenbaum) 소장의 자수 병풍도 공개됐다.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의 <자수 화초길상문> 병풍은 길상무늬(상서로움을 상징하는 무늬)의 화분과 화병에 담은 수십 종의 꽃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정재무(呈才 舞)의 노랫말 글씨를 수놓은 작품이다. 모두 8폭 가운데 4폭만 남아 있으며, 낱폭으로 전해지던 것을 이번 복원과정에서 병풍 형태로 되돌렸다.

 

로텐바움박물관의 <자수 화조도> 병풍은 여러 종류의 꽃과 나무, 새를 다양한 색실로 수놓은 작품이다. 본래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손상된 부분을 보수하고 약한 부분도 보강하였다.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The Mission Museum of St. Ottilien Archabbey)이 소장한 20세기 초반의 혁필화 등 서화 작품 5점은 홍재만, 송염조 등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근대 서화가들의 작품이다. 장황 없이 전해지던 것을 이번 보존처리를 통해 족자 형태로 장황을 제대로 갖추었다.

* 혁필화: 가죽 붓으로 그린 그림

 

 

 

이 전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옛 그림의 보존처리를 어떻게 하는지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림의 보존처리는 그림을 그렸을 당시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ㆍ복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오랜 세월 여러 소장자를 거치며 전해진 그림들은 더렵혀지고 찢기는가 하면 보수하는 과정에서 처음 그린 때의 원형을 잃기도 한다.

 

보존처리는 더렵혀진 곳을 닦아내고 찍어진 부분을 우리하여 그림이 원형을 유지하면서 본존될 수 있도록 돕고, 원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경우는 할 수만 있으면 그렸을 당시의 모습에 가깝게 되살리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제작 기법이나 재료 등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보존처리를 ‘되살리다’, ‘어루만지다’, ‘드러내다’로 나누어 영상과 사진으로 쉽게 설명해준다.

 

 

 

 

 

 

참고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모두 8개국 21개 기관 36건의 국외문화재 보존ㆍ복원 및 활용 사업을 지원해 오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지원으로 보존처리를 완료한 유물을 2015년과 2016년, 2017년에도 전시를 통해 공개한 바 있다.

 

고양시 삼송동에서 온 관람객 도형기(47, 회사원)는 “옛 그림의 복원을 어떻게 하는 지 궁금했는데 이번 전시에서 이를 쉽게 설명해주어 좋았다. 관람객들이야 그저 감상만 하면 되지만 뒤에서 이를 복원해내는 학예사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검정 비단에 금빛 물감을 써서 그린 흥선대원군의 <난초도>와 새해 축하그림으로 많이 그렸다는 민화 <표작도>를 나는 한참이나 바라보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