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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탈핵 실크로드 방문기

노교수 병산, 제2의 UN 만들 산파역 할 것

세계 종교지도자 만나기 9,000km
[생명탈핵 실크로드 방문기 1]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나는 지난 2019년 7월 15일부터 8월 11일까지 4주 동안 중앙아시아에 있는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중동지방에 속하는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터키를 여행하였다. 일반적으로 중앙아시아는 카스피해 동쪽의 건조 지대를 말하는데 비가 적게 내리기 때문에 주민들은 오랜 동안 농사 대신 유목 생활을 주로 하였다. 사전을 찾아보면 중앙아시아는 중국과 유럽의 중간에 있는 나라들을 가리키는데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프카니스탄 등 탄자(字)로 끝나는 나라들이 중앙아시아에 속한다.

 

중앙아시아 나라 국민들은 종교로 이슬람을 믿는다. 중앙아시아는 러시아의 지배를 받다가 19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독립했다. 카스피해(海)의 서쪽에는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 등 코카서스 3국이 있고, 더 서쪽으로 터키에 연결된다. 아제르바이잔과 터키는 이슬람을 믿으나 조지아와 아르메니아는 기독교(정교회) 국가이다.

 

이번 여행 경로는 우즈베키스탄의 타쉬켄트에서 터키의 이스탄불까지 가는 긴 여정이다. 이 지역은 여러 왕조가 흥망성쇠를 거듭한 분쟁 지역이며, 과거에 실크로드가 지나가는 경로였다. 나는 4주 동안 여행하면서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대화하는 기회를 가졌다. 또한 나는 이슬람의 경건한 사원들과 유적들을 많이 보았다.

 

 

내가 고등학교에서 배운 세계사는, 당시에는 몰랐는데, 서양 사람들이 쓴 역사였다. 내가 배운 세계사는 19세기에 서양의 여러 나라들이 총과 대포로 무장한 강력한 군대를 앞세워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남북 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을 침략하고 유린한 뒤에 서양 사람들이 기록한 세계 역사였다.

 

지금은 많이 완화되었지만 내가 학교 다니던 때는 미국을 최고로 알던 시절이었다. 미국에서 유학한 사람들이 사회 지도층을 이루고 일반 국민들은 미국을 숭상하고 중학교에서부터 영어를 필수과목으로 배우던 시절이었다. 우리나라 곳곳에서 교회당이 건설되고 기독교인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때였다.

 

통계를 찾아보면 전세계의 기독교(천주교+개신교+정교회) 인구는 22억으로서 가장 많고, 두 번째로 신도수가 많은 이슬람교를 믿는 인구는 16억이나 된다. 나는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16억 명이 믿는 이슬람에 대해서 보다 깊이 알아보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나는 아프카니스탄 출신의 작가인 타밈 안사리가 쓴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라는 책을 여행 가방에 챙겨 넣었다. 이 책은 2011년에 한국어로 번역 출판되었는데, 607쪽이나 되는 대작이어서 나는 언젠가 샀지만 읽지는 않고 몇 년 동안 책장에 꽂아두었던 책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이 말은 라틴 속담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내용을 처음 언급한 사람은 플라톤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플라톤은 '말할 힘이 있는 사람이 사회를 지배한다.'라고 썼는데, 사회와 역사는 강자에 의해 지배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후세 사람들이 배우는 역사는 전쟁에서 이긴 자가 쓴 역사다. 전쟁에서 진 무리 중에 어떠한 훌륭한 사람들이 있었는지, 그들의 종교와 문화는 어떠했는지는 기록되지 않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잊히게 된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이슬람과 이슬람 국가들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이해를 넓힐 수가 있었다. 안사리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슬람에 대한 서양 사람들의 무지와 오해를 많이 알게 되었다. 나는 이슬람 국가 사람들이 서양 국가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분노와 증오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뉴욕에 있는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무너져 내린 2001년 9.11 테러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되었다.

 

이번 여행은 관광 여행이 아니고 순례 여행이었다. 수원대의 이원영 교수(호가 병산이므로 이하 병산이라 함)는 2017년 5월에 시작하여 서울에서부터 로마까지 순례여행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부터 로마까지는 거리가 20,000 km이다. 그는 순례길 중에서 9,000km를 걸을 계획이다. 병산이 중앙아시아와 터키를 지나가는 지난 2019년 여름에 나는 병산과 합류하였다. 우리는 주로 걸었지만 때로는 기차와 버스, 그리고 비행기를 타기도 하면서 중앙아시아를 통과하고 터키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관통하였다.

 

 

정년퇴임을 불과 몇 년 앞둔 노교수인 병산은 왜 힘든 순례를 시작하였는가?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자로가 녹아내리는 엄청난 사고가 났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모두 2만 명이 죽었고 17만 명이 피난하였다. 사고가 난 원자로의 폐로 작업은 아직 시작되지 못했다. 사고를 낸 도쿄전력회사는 후쿠시마 원자로를 안전하게 폐기하는 데에는 30~40년이 걸릴 것이라고 추정하였지만 확실한 것은 아무도 모른다.

 

그 사이에 원자로에서는 위험한 방사능이 계속 방출되고 있다. 후쿠시마 근처의 공기와 물과 흙이 오염되고 있다. 오염된 공기는 기류를 타고 세계로 퍼진다. 오염된 바닷물은 해류를 타고 세계로 퍼진다. 전세계의 농산물과 수산물이 방사능으로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본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지구촌 전체의 문제가 되었다.

 

후쿠시마가 일으킨 지구촌의 방사능 오염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적절한 기구는 UN이다. 그러나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지금까지 UN은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다. 현재 지구촌에는 450개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다. 후쿠시마 같은 원전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하여 UN은 놀랍게도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다. 왜 그럴까? UN이 미국, 소련, 중국 같은 강대국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이들 강대국이 원전을 옹호하고 있기 때문에 UN은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병산의 주장에 따르면 인류는 제2의 UN이 필요하다. 인류는 새로운 국제기구를 만들어서 가동 중인 450개 원전의 안전을 감시하고 방사능을 측정하고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수명이 다한 원전을 안전하게 폐기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우리의 자손에게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하여 제2의 UN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제2의 UN을 만들기 위하여 정치인에게 호소해야 하나? 정치인은 다음 선거에만 관심이 있을 뿐 후손의 안전에는 관심이 없다. 경제인에게 호소해야 하나? 경제인들은 그게 돈이 되느냐고 물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믿고 호소할 수 있는 사람들은 종교 지도자라고 병산은 생각하였다.

 

병산이 2만 킬로미터 순례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세계의 종교 지도자들이 한 곳에 모여서 제2의 UN을 만들기 위한 회의를 하는 것’이다. 그러한 목적을 가지고 그는 불교계를 대표하는 달라이 라마, 정교회를 대표하는 발도로메오 총대주교, 개신교를 대표하는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올라브 목사, 그리고 천주교를 대표하는 프란체스코 교황을 차례로 만나 호소하겠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 바쁜 일반인들이 볼 때에 병산은 돈키호테같은 사람이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세계를 변화시킨 것은 선각자의 꿈이 아니었던가?

 

 

병산은 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생명ㆍ탈핵 실크로드’라는 순례를 기획하였다. 그는 20,000 km 순례를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 전단지를 나누어주고 대화를 하고,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그의 꿈을 전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순례길에 그는 종교 지도자를 만나서 그의 꿈을 이야기한다. 지구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하여 종교 지도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는 2019년 2월 25일에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 그리고 2019년 8월 8일에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정교회 발도로메오 총대주교를 만났다. 이어서 2020년 6월에는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올라브 목사를 만나고, 8월에는 바티칸에서 프란체스코 교황을 만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