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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돌을 비늘처럼 쌓아 만든 진천의 농다리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92]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충청북도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굴티마을 앞을 흐르는 세금천에는 고려 때 놓은 것으로 충청북도유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된 “농다리”가 있습니다. 농다리는 대그릇 농(籠) 자를 써서 큰물을 담을 수 있다 하여 붙인 이름으로 위에서 보면 커다란 지네 같다고 하여 지네다리, 장마 땐 물이 다리 위를 넘어간다 하여 수월교(水越橋)라고도 합니다. 이 다리와 관련된 전설로는 고려 고종 때 임행(林行) 장군이 눈보라가 치는 겨울 아침 세금천에서 세수를 하고 있는데 때마침 젊은 부인이 친정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에 차가운 물을 건너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그 효심에 감탄, 용마를 타고 하루아침에 이 다리를 완성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 다리는 보랏빛 돌을 물고기 비늘처럼 쌓아 만들었는데 돌의 뿌리가 서로 물리도록 쌓았으며 돌 사이를 석회로 채우지 않았지만 즈믄 해(천년) 동안 장마에도 떠내려가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고 있지요. 요즘 같은 신건축공법이 아닌 기술임에도 천 년의 세월을 꿋꿋이 견딘 농다리는 건축학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동양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다리라고 합니다. 이 다리는 28칸의 교각을 물고기 비늘처럼 쌓아 올린 뒤, 1∼2m의 장대석으로 연결시켜 전체 길이 93.6m, 교각의 두께 1.2m, 다리 폭 3.6m이었으나, 현재는 24칸만 남아지요.

 

이 ‘농다리’는 그 모습이 아름다워 ‘장희빈’, ‘종이학’, ‘모래시계’ 따위 드라마나 영화에도 등장한 적이 있는데 이 지역 주민들은 ‘농다리보존위원회’를 만들어 2000년부터 “농다리 큰 잔치”를 열고 있습니다. ‘농다리’ 위를 호젓하게 걸으며 즈믄 해 동안 쉼 없이 흐르는 물살의 속삭임을 들어 본 뒤 이곳에서 차로 20~30분 거리에 있는 독립운동가 이상설 열사 생가와 송강 정철의 사당 ‘정송강사’를 둘러보는 것도 뜻깊을 것입니다.